일상 238

석가탄신일 편지

오늘은 석가탄신일이네요.전 무교이지만 그래도 선호하는 종교가 있다면 불교지요. 예전에 이 티스토리에서 밝혔다시피 전 불가지론자에요. 신이 있다고 믿지만 우리와 다른 차원에 있어서 우리가 인지할 수 없다고 믿는 쪽이지요. 그건 상상 속의 유니콘을 믿는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박하는 이들도 있지요. 그냥...믿음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죠. 논리적으로 이래저래 해서 믿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까닭없이 사랑하듯이 그냥 그럴 것이라고 여기는 거지요. 편지를 쓰는 지금은, 신이 있다는 것조차 믿지 않게 된 듯해요. 그냥 현생에 충실한 느낌.석가모니는 깨달음을 얻어 열반에 들었다고 하지요. 인간이 지니고 있는 탐진치를 벗어내고 있는대로 자연히 그러함이라는 점에서, 도가에서 말하는 무위자연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

일상 2024.05.16

살아가는 편지

비가 한참 내리더니 그쳤네요. 벌써 새벽이에요. 공기가 참 맑아요. 그래서 편지를 써요. 눈을 천천히 감아보세요. 코로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코로 숨을 내뱉어보세요. 코로 들어오는 공기가 머리까지 들어와 한번 돌아 다시 코로 나가는 걸 느껴보면서요. 뭔가 참 신선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숨 쉬는 건 정말 평범한 것인데 이러면 뭔가 신선하죠? 우리 삶이 그래요. 평범함이, 일상이 반복되죠. 그렇게 반복적으로 살다보면 반복적으로 살아지는거에요. 익숙해지죠. 그게 꼭 나쁜 건 아니에요. 어찌됐든 그건 살아가는 삶이고, 그것으로 행복하다면야.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이게 삶이라는 것인가. 이게 내가 원하던 삶이던가. 하고 말이지요.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죠. 사실 특별히 많이 알 필요는 없어요..

일상 2024.05.06

그냥 편지

뜨거운 여름 한낮의 매미의 울음 소리. 걸어가는 가족들 사이로 아기의 웅얼거리는 소리. 때때로 옆을 지나치는 조용한 차소리. 어떤 소리들은 계절감을 가지고 있어요. 무더운 여름날의 매미소리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꼭 그런 소리가 아니더라도 뭔가 향수를 불러 일으킬 것만 같은, 그리운, 혹은 편안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그런 소리들이 있어요. 혹자는 백색소음이라고 말할테지만, 전 그 소리들을 소음이라 부르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백색이라는 단어를 붙였어도 말이죠. 오히려 백색소음과 달리 자연스러운 소음일 수도 있어요. 단지 그 소리들이 내 안의 정서나 경험 등으로 어떤 기분을 불러 일으키는거죠. 잔비가 내리고 있어요. 모처럼의 휴일날 날씨가 흐리니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막상 잔비가 내리니 글 쓰고 싶어지네요. ..

일상 2024.05.01

벚꽃 편지2

드디어 편지를 쓰네요. 오랜만이에요. 오래전부터 편지를 쓰고 싶었어요. 하지만 게으름이 더 컸나봐요. 핑계를 대자면요, 이번 편지에선 사진을 좀 올려볼까 했어요. 그러면 컴퓨터로 글을 써야 하는데, 컴퓨터를 키면 딴짓만 하게 되는 걸요. 그러다 늦은 시간 졸려서 포기하고 자게 되더라구요. 오늘도 그래서 결국 12시가 지나고 나서야 글을 쓰게 되네요. 오랜만에 글을 쓰려다보니 할 말이 많아요. 요즘 날씨가 참 좋죠? 아니 좋지 않나? 미세먼지가 심한 건 유감이지만, 그래도 해가 길어지고, 새벽에 날이 밝아오는 느낌은 무척 좋아요. 이제 곧 여름이 오려나? 숙직을 종종 하면 해가 일찍 떠오른 새벽을 맞이 하게 되는데 그땐 무척 기분이 좋아요. 그럴 때마다 숙직을 자주 하고 싶은 생각도 들고... 이번 달은 ..

일상 2024.04.18

벚꽃 편지

오랜만이에요. 편지가 다소 늦었네요. 편지를 좀 더 일찍 쓰려고 했는데 늦어졌어요. 요즘 벚꽃이 한창이죠? 꽃구경은 잘 다녀오셨나요? 전 오며가며 본 게 다에요. 좀 먼 곳으로 벚꽃축제라도 다녀올까 했는데 쉽지 않네요. 지난 주엔 비도 오고, 미세먼지도 심해서. 이번 주는 괜찮다 싶었는데 일이 좀 있네요. 농장이나 집 주변에 벚꽃이 많이 피었으니 길을 오며가며 가볍게 구경하는걸로 끝냈어요. 평일 금요일은 하늘도 맑고 날씨가 너무도 좋아서 바로 나가고 싶었는데, 회사라서 어쩔 수 없더라구요. 이번 주말은 일도 있고 하늘도 다시 뿌얘지고... ....누가 옮겨 심어 놓은 걸까요? 분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벚꽃이 이리 많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벚꽃 나무가 많아졌더라구요. 산에도 듬성듬성 보이고, 농장에서도..

일상 2024.04.07

삶의 편지

오늘은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다소 편지가 길어지겠네요. 일단 지금은 숙직을 서고 있어요. 별자리도 잠시 보았구요. 하지만 날씨가 흐려서인지 별빛도 약하고 금새 구름이 껴서 가려져 버렸네요. 대신 보름달이 환하게 보이는 밤이네요. ....저는 하지 않았어요. 하지 않았기에 아무일도 없었죠.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보신 적 있나요. 정말 흔해 빠져서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죠. 저는 돌멩이였어요. 흐르는대로 살아왔죠. 먹어야 하니 먹고, 자야 하니 자고, 돈 벌어야 하니 돈 벌고... 그냥 살아가는대로 살아왔어요. 사람들은요, 욕망이 있어요. 그것이 소박하든, 크든, 착하든, 악하든, 그 무엇이든 그건 그 자체로 사람을 사람같게 만들어줘요. 삶의 원동력이고 삶의 방향이니까요. 사람 느낌이 나는..

일상 2024.03.27

별자리 편지

오랜만이에요. 며칠 전부터 편지를 쓰려다 이제서야 써요. 숙직을 서면서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뭔가 그냥 뒹굴뒹굴 쉬고 싶어서요. 그러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이 바쁘단 핑계로, 피곤하단 핑계로 편지와 글 쓰는 것을 등한시했네요. 짬짬이 메모를 해두긴 했는데, 그 때의 감각, 감정, 생각들이 이젠 흐물흐물해져버렸어요. 더 이상 미루다 잊어버리기 전에 손을 들어 편지를 써요. 하지만 쓰기 싫은데 억지로 썼다 생각지 말아줘요. 하고 싶은 말도 많았고, 쓰고 싶은 글도 많았는데, 지쳐서 잠깐 미뤄둔 거니까. '5분만 더 자고 일어나야지. 이제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하면서 밍기적밍기적 대는 거랑 같은거죠. 어릴 땐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분명. 날씨가 풀린다 싶더니 다시 추워졌어요. 분명 저번이 마지막..

일상 2024.03.21

MBTI 편지

밤하늘 별을 본 적 있나요? 이렇게 묻는다면 조금 이상하겠네요. 살다보면 밤하늘을 한번쯤은 올려다 보게 되니까요. 오늘 밤하늘 별자리를 보고서 편지를 써요. 제가 알고 있는 별자리는 몇개 되지 않아요. 북두칠성이라든가, 오리온자리라든가. 몇 가지만 알고 있을 뿐이죠. 오늘 오리온자리가 유난히 잘 보이더라구요. 생각해보면 밤하늘 별을 본 지 얼마만인지. 오리온 자리는 가운데에 별 세 개가 일직선으로 밝게 빛나고 그 일직선을 중심으로 양쪽 끝으로 별이 있죠. 장구형태라고 할까. 그래서 찾기가 유독 쉬워요. 어릴 땐 분명 별자리니, 우주니, 하는 약간 지구 밖에 대한 호기심이나 기대감 같은 것들이 전세계적으로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별자리에 대한 걸 가르치긴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일부러라도 별자리를 보러 ..

일상 2024.03.11

사회성

오랜만이에요. 설날은 잘 보내고 계신가요? 1월에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겠다고 떠났는데, 결국 다시 돌아왔네요. 얼마전에 입춘이었는데. 날씨가 다시 추워졌네요. 여러가지 하고픈 말이 많았는데. 이젠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어떤 글을 써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이곳에 글을 쓰는 것은 방백에 불과하니까. 그냥 내 할 말만 하고 털어내버리는 거죠. 사회성에 도움이 안돼요. 사회성은 상호작용이니까. 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조율해가는 과정이니까요. 할 말은 하고, 또 눈치 볼 것은 보고, 상대방의 기분이나 의도도 고려해야 하죠. 대화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내 의도가 아니라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요. 대체적으로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사람들은 대화를 할 때 내 의도를 중시해요. 내가 이런 의도를 가지고 말했으..

일상 2024.03.04

오랜만이에요.

오래만이에요.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하고 싶은 말은 많아요. 일단 안부부터 물어야겠네요. 그리고 제 안부도 말해야겠어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전 잘 지내고 있어요. 간단히 말하자면 변함없이 그대로 바쁘게 잘 지내고 있어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드릴 순 없어요. 이 편지는 방백에 불과하니까. 그러니까 그냥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볼게요. 우선 사회성. 사회적인 인간이 되는 건 실패한 것 같아요. 사실 일반인이 뭐고, 사회인이 뭔지 알 수도 없어요.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것이 될 수 있겠어요. 다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판단하기엔 제 자신이 사회성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과 그런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제 감정뿐이죠. 떠나면서 글 쓰는 것을..

일상 2024.03.04

2024. 01. 01 veracita님께

오랜만이에요. 2024년 1월 1일, 첫 편지를 써봅니다. 이 편지는 veracita님, 당신께 보내는 편지에요. 한동안 글을 안 쓰기도 하고, 그만둘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어찌저찌 이 블로그를 10년 이상 유지했네요. 첫 가입일이 2013. 02. 28이니 곧 11년차가 될 지도 모르겠군요. 언제부터 이 블로그를 지켜봐주셨는지 기억도 잘 안나지만, 오랜 기간 꾸준히 지켜봐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그래도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추천 받으려고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이젠 하트에 숫자 1이 없으면 뭔가 아쉽더라구요. 그래서 당신께 편지를 한번 쓰고 싶었어요. 새해라서 뭔가 거창한 다짐을 하는 건 아니에요.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날짜는 그저 인류가 만들어낸 관념에 불과하니까. 해..

일상 2024.01.01

일반인 코스프레

뭔가 특별한 건 아니다. 대단한 것도 아니고. 다만 별종일뿐. 특색이라고 하면 특색이겠지만. 보편적인, 일반적인, 그런 것과 거리가 먼 것은 배척받을뿐.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안 맞는 건 안 맞는 것이다. 그건 만남에서 정신적 자원을 더 소모해야 한다는 의미니까. 안 맞는 옷이라 할 지라도 무대에 참가하려면 맞춰야지. 남들과 비슷한 취미, 비슷한 사고, 비슷한 언행으로 사회성을 갖춰야지. 개성으로 인정받기엔 내가 그리 대단한 사람도 아니니까. 난 그저 사회성이 떨어진 사람일 뿐. 잘 해낼 수 있을까. 일반인 코스프레. 메리 크리스마스.

일상 2023.12.25

뒷담화

근래에 회사에서 나에 대해 까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내버려두었다. 더 오래 다녔던만큼 회사 내 입지에선 내가 부족했으니. 말싸움이란 누가 옳고 그르냐 명분 싸움이기도 하지만, 누가 발언하느냐의 입지 싸움이기도 하다. 그래서 난 그를 내버려 두었다. 어차피 그가 까대는 건 눈 가리고 아웅식이었으니까. 난 그 뒷담화가 사실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내 일만 성실히 잘 할 뿐. 결국 되돌아가더라. 그 사람이 나를 왜 까는지 모르겠다고 이해가 안 간다고, 날 지지해주는 이가 늘었다. 사실상 그 사람과 그 직속 상관 말고는 모두 나를 지지해준다. 사람이 10명뿐인 부서에서 지지해주는 이가 2명과 6명이면 제 삼자가 봤을 때 누가 더 신뢰가 있을까. 오히려 그 사람이 원래 안 그랬는데 요즘 이상해진 거 같다..

일상 2023.12.02

말버릇 편지

안녕하세요. 벌써 12월이네요. 오늘은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편지를 좀 더 일찍 쓰려했는데 어쩌다 보니 달을 넘겨 버렸어요.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따뜻한 방에 누우면 잠이 솔솔 오더라구요. 솔솔. 사실 이 편지도 어제 밤에 쓰려고 했는데. 어느 새 잠들었어요. 따뜻한 온기는 나른함을 주죠. 나이를 먹었나. 잠드는 순간이 그렇게 행복하더라구요. 학생 때 자는 게 제일 행복하다며 쉬는 시간마다 잠자던 애들의 기분이 이런 것이었을까요. 여튼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 글을 써봅니다. 얼마전 친구와 긴 통화를 했어요. 여자친구를 만나서 오랫동안 이야기 했다고 하더군요. 전에도 상담을 해줬었는데. 여전히 평행선이에요. 시간만 흐르고 있죠. 여자친구는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을 보여줬어요. 이젠 남자가 선택할 차례죠...

일상 2023.12.02

매력적인 편지

편지를 써요. 자주 쓰게 되네요. 자주 쓰게 되는 편지가 혹은 별로이진 않으신가요?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사실, 편지는 그냥 분위기에 따라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따닥따닥 어떤 타자를 두드리고 싶을 때. 딱히 주제가 정해지진 않았는데 무언가 글을 쓰고 싶을 때. 고요한 밤, 잠은 오지 않고 생각이 저물어갈 때. 그럴 때면 어김없이 편지를 쓰게 돼요. 제 글을 봐주는 당신이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힘이 된답니다. 당신은 어찌 잘 지내고 계신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편지를 쓰려고 티스토리를 켜면요, 제가 썼던 편지가 눈에 띄어요. 저번 편지의 주제는 강렬할 삶이었죠. 그리고 다시 한번 읽어보곤 해요. 지난 편지의 마지막 문장이 다시금 와닿네요. 연말에 저를 돌이켜 봤을 때, 과연 나..

일상 2023.11.14

편지 - 강렬한 삶

오랜만이에요. 날씨가 많이 춥네요. 절에 와서 그런지 당신께 편지쓰고 싶어졌어요. 차분히 생각이 가라앉아서 그런가봐요. 오랜만에 당신께 편지를 써요. 오랜만에 도심에 있는 절에 다녀왔어요. 불교를 믿는 건 아니지만, 고요한 절 분위기는 무척 마음에 들어요. 추워서 그런지 사람들도 별로 없네요. 생각을 펼칠 땐 명확했는데. 글로 쓰다보니 무언가 표현이랄까 명확해지지 않네요. 쓰다보니 구구절절 해지는 것 같아서. 그래도 절에 오니 쓰고 싶은 생각이 자연스레 하나로 모이면서 떠오르네요. 전 강렬한 삶을 살고 싶었어요. 타인의 시선에 의한 명성이나 명예 같은게 아닌, 나 스스로에게 빛나는 삶이요. 그래서 전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그리 빛나 보이고, 매력적이더라구요. 또한 스스로 치열하게 살고 싶었어요. 어쩌..

일상 202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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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끔 옛 사랑 이야기를 꺼내곤 해요. 마치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듯이. 요즘엔 동전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아요. 카드가 그 자리를 대체했으니까요. 그러니 내 사랑 이야기도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지요. 마치 철 지나버린 동전처럼. 추억이란 그런 거에요. 분명히 내 주머니에 있는 것인데, 돌아서면 어디론가 가 버리고 없죠. 요즘엔 주머니에 무언갈 넣어 다니는 걸 싫어해요. 다들 휴대폰과 카드 한 장 뿐이죠. 혹은 그 카드마저도 휴대폰에 넣어 다녀요. 이젠 사람들의 최애의 친구는 휴대폰이 되어 버렸어요. 여튼 전 이따끔씩 옛 사랑을 주머니에서 꺼내곤 해요. 블로그를 통해 그 추억들이 묻어나는 글들이 보여서요. 하지만 할 말이 없어요. 그건 술 취한 아저씨가 한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는 것과 같으니..

일상 2023.10.30

밤편지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 아이유(IU), 밤편지 정말 오랜만이에요. 연휴는 잘 보내고 계신가요? 연휴도 벌써 절반이 지나가고 있네요. 원래는 연휴 기간이라 제목을 연휴 편지라고 쓸까 했는데. 저녁에 일 마치고 나니 반딧불이 보이더라구요. 보름달도 크게 보이고. 그래서 문득 밤편지라는 단어가 생각나서 제목을 바꿔 봤어요. 이번 연휴기간이 많이 길어요. 이번에 여행이라도 다녀오셨나요? 아니면 오랜만에 일가 친척끼리 모여서 추석다운 명절을 보내셨나요? 저는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아서 오랜만에 해외여행이라도 가볼까 했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또 일을 하고 있네요. 회사일은 쉬지만, 집안일은 도와야 하니까. 생각보다 연휴기간에도 쉬지 않고 일 하는 사람들이 ..

일상 2023.10.01

처서의 편지

어떤 말로 편지를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처서의 기간? 슈퍼 블루문? 일단, 오래만이에요. 조만간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바쁘기도 했고, 피곤하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저녁에 글을 미처 쓰지 못하고 오늘 오전에서야 잠깐 글을 쓰기 시작하네요. 미루고 미루다 글을 쓰게 된 이 날이 공교롭게도 슈퍼 블루문이 뜨는 날이었네요. 어쩐지 보름달이 유난히도 크게 보이더라니. 편지를 쓰며 보름달을 꼭 한 번 보라고 말해드리고 싶었는데 지나버렸어요. 이래서 다 때가 있는건데. 얼마전엔 처서였어요. 저도 절기를 보는 편이 아닌데, 달력을 보다보니 밑에 쓰여진 절기를 보게 되더라구요. 입추는 가을의 시작을, 처서는 더위가 물러남을 의미하지요. 근래에 날씨가 많이 더워진 탓에 입추가 와도 그다지 가을이 온 느..

일상 2023.09.01

가을 편지

늦은 밤, 늦은 새벽. 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몇몇 쓰려고 했던 글이 있었던 것 같은데. 게으름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 일주일이 지나버렸네요. 영화 리뷰까지 생각하면 2주인가. 그마저도 주말에 쓰지 않고 월요일 꼭두새벽부터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지요. 출근은 잘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요즘은 밤을 새면 다음날 확실히 지장있던데. 뭐, 자업자득이니 이겨내야죠. 요즘 이런저런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많이 시끄럽네요. 어떻게보면 개인의 문제인데, 그 개인의 문제를 들여다보면 구조적, 사회적 문제가 들어있으니 문제가 되는 거겠지요. 진작부터 논의되었어야 할 문제에요. 단지 값 싼 인력으로 떼우며 버텼을 뿐이지.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은 많아.' 라는 말에 꾹꾹 참으며 살아온 사람들이 참 많지요. 이젠 그렇지..

일상 2023.08.21

입추, 말복의 편지

어제 말복이여서 그런가.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네요. 피부로 느껴질만큼. 새벽에도 무척 더웠던 것이 거짓말처럼 사라졌어요. 낮은 여전히 덥지만요. 새벽의선선함. 귓가에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 서서히 떠오는 새벽녘의 햇볕. 이런 것들이 느껴질 때면 가을이 왔음을 깨닫게 된답니다. 그러고보니 입추가 4일 전이었네요. 8월 8일. 선선함의 가을 아침은 왠지 모르게 글을 쓰게 만들어요. 아마도 낮아진 기온이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네요. 올해도 벌써 2/3이 지나가고 있어요. 가을을 맞이하게 되네요. 세월 참 빨라요. 아마 당신이 계신 곳은 가을을 좀 더 빨리 맞이하고 있겠죠? 머나먼 남쪽과는 달리 좀 더 먼 북쪽이고, 고도도 더 높으니까요. 여전히 그곳에서 일하고 계신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가..

일상 2023.08.12

서울 편지

오랜만이에요. 오늘은 서울입니다. 오랜만에 서울로 놀러왔어요. 오랜만에 보는 빌딩들, 넓은 도로와 지나가는 수 많은 차량들, 그리고 시원한 상가들까지. 여기서 10년을 가까이 살았으니 낯설지가 않네요. 사람이 많은 건 짜증을 유발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밖을 돌아다니는 도시를 구경하는건 묘한 즐거움을 줘요. 활동적이라고 해야 하나. 삶이 녹아있는 느낌이랄까요. 대도시는 문명화 된 것을 상징하지요. 그렇다고 시골이 문명화 되지 않은, 미개한, 그런 뜻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자연을 거스른다는 의미에서 - 자연과 맞서싸운 인류의 문명을 상징한다는 의미니까요. 옛날에는 자연에 순응할 수 밖에 없었어요.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하지만 지금의 도시는 쾌적한 걸요. 아스팔트를 깔고, 콘크리트..

일상 2023.08.05

투덜투덜

'호의가 계속 되면 권리인줄 안다.'는 말은 두고 두고 곱씹을 명언이다. 한 번 해주면 고마워하고 두 번 해주면 당연하게 생각하고 세 번 해주면 오히려 요구사항과 불만이 나온다. .......예전에도 밝혔다시피 난 당연하다는 말을 싫어한다. 나이가 들면서 대접 받는 걸 당연시 여기고,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민원부터 넣으려 든다. 나이 먹은 이들을 배려해줘야 한다 생각하지만, 존중은 존중받을 사람에게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p.s .......그래도 민원은 차라리 낫다. 그게 내 일이라 여기니까. 잠깐 스트레스 받을지언정 내 일이라 넘길 수 있기에. 하지만 내 일을 가지고 옆에서 미주알 고주알 간섭하는건 정말 싫다. 욕 먹어도 내가 먹고 밥이 되든 죽이 되든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나 ..

일상 2023.08.02

친구의 편지 : 향수의 편지 2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오늘은 친구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해요. 며칠 전 친구에게 카톡이 왔어요. 굳이 말하자면 여사친이라 불리는 친구지요. 그 친구는 바로 제가 티스토리에 썼던 '향수의 편지' 주인공이에요. 얼마 전에 문득 생각나서 그 친구에게 먼저 웹메일을 보냈었거든요. 같은 직장은 아니지만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나더라구요. 퇴근하고 카톡 준다고 금방 답장이 왔는데, 카톡이 안 오더라구요. 바쁘거나 혹은 연락하기가 부담스러운가 보다 싶어서 그냥 기다렸어요. 그런데 며칠 전 저녁쯤에 카톡이 왔었죠. 정말 반갑더라구요. 서로 직장에 대한 이야기 겸 근황 이야기만 좀 나눴어요. 오랜만에 친구와 연락해서 그런가 좀 더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자주 연락하기가 참 그래요. 의도와 행..

일상 2023.07.23

장마 편지

장마네요. 당신은 무탈하신지 모르겠어요. 부디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무사히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겠어요. 오늘 저는 바빴답니다. 장마로 인해 농장 주변 지반이 침식 됐거든요. 오전부터 밖에 나가서 물이 더 이상 지반을 침식하지 못하도록 모래주머니를 쌓고, 비닐도 씌웠지요. 생각보다 심각해서 많이 불안했답니다. 옛날에 왜 하늘에 제사를 지냈는지 알 것 같기도 했어요. 비가 계속 내려서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었거든요. 비가 그쳐야 공사라도 할텐데. 그저 비가 더 이상 내리지 않길 바라며 하늘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죠. 그렇게 일을 하고 나니 비가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더라구요. 다행이다 싶었지요. 하지만 초저녁쯤에 퍼붓기 시작해서 다시 불안정해졌어요. 비의 양도 중요하긴 하지만, 비의 양보단 시간당 떨어..

일상 2023.07.18

7월 편지

장마라더니 날씨가 많이 덥네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며칠전부터 주말 내내 비소식이더니 비가 그쳤네요. 때문에 주말은 무척 힘들었어요. 비 때문에 습한데다 햇볕이 내리 쬐니 찜기에 있는 기분이었거든요. 주말동안 하루종일 밀렸던 일을 하느라 더욱 그랬죠. 그래도 하고 넘어가야지 어쩌겠어요. 아직도 못 끝낸 게 있어서 다음 주말로 일정을 잡아놨답니다. 일은 충분히 많이 있네요. 사람이 없어서 문제지. 피로가 여전한 느낌인데 내일은 또 출근날이라니.... 휴가가 절실해지네요. 돌아오는 길에 보름달을 봤어요. 달이 무척 예쁘게 떠서 편지를 쓰게 됐답니다. 계신 곳에서 달이 보일진 모르겠는데, 달이 보인다면 밤하늘을 한번 보길 권해드리고 싶어요. 오늘 달이 참으로 예쁘거든요. 일본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

일상 2023.07.02

비 내리는 날의 편지

오랜만이에요. 추적추적 비가 내리네요. 다음 주부턴 장마라던데. 우산을 쓰고 마트에 다녀왔어요. 빗줄기가 더 굵어지기 전에 말이지요. 들고 올 짐만 아니었으면 우산없이 다녀올 정도였지요. 전 이런 날씨가 좋아요. 비가 살짝 내리지만 구름이 완전히 끼지 않아서 밖이 환한 그런 날씨가요. 비가 내려 시원한데, 우중충하지는 않고, 또 밖이 환해서 하늘을 구경하기도 좋죠. 조금씩 조금씩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비 오는 날씨와 비 내리지 않는 날씨를 둘 다 볼 수 있는 그런 날씨지요. 살짝 억지부려 말해보자면, 비 오지 않는 날씨에서 비 내리는 날씨로 변화하는, 틈새 사이의 날씨라고 할까요. 정확히는 비 내리는 날씨지만요. 올 땐 빗줄기가 더 약해져서 우산을 안 쓰고 왔어요. 다닐만 하더라구요..

일상 2023.06.25

편지 - 고민 상담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이렇게 누워서 편지를 쓰는 것이요. 물론 이 편지를 읽는 당신도요. 계속 바빴다고 하면 거짓말이구요. 안 좋은 습관이 다시 시작됐어요. 이래서 습관은 고치기 힘들다고 하나봐요. 본인이 느끼기에 편해지는 쪽으로 습관이 잡히니까요. 그래서 습관을 고쳤다고 느껴도 어느 새 되돌아가 있곤 하죠. 좀 있다가 해야지. 저녁에 밤새서 해야지. 이러면서 미루다가 결국 해야 하는데....내일은 꼭 해야겠다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지요. 어쩌겠어요. 누우면 잠들게 되는걸요. 그래서 눕기 전에 해야할 일을 미리 해놔야 하는데, 퇴근하면 일하기 싫네요. 지금도 몇 글자 쓰다가 졸려서 끌 뻔 했어요. 체력도 떨어져서 예전 같지 않네요. ...... 결국 잠 들고 오전에 이어서 편지를 써요. 방금 오..

일상 2023.06.18

열대야를 그리는 마음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밤 거리를 걸었다. 다만 비가 내린 뒤라는 점이 달랐다. 비가 내린 뒤의 산뜻한 공기가, 선선한 바람이 무척이나 좋았다. 그러다 문득 열대야였던 여름날 밤이 그립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이 선선한 날씨가 좋다고,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는데,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열대야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분명 열대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할 밤이다. 좋아할 사람이 있긴 할까. 특유의 그 습함과 더움이, 잠 못 드는 그 밤이. 그런데도 신기하게 그 끕끕함과 습함, 열대 특유의 무더위가 왠지 그리웠다. 어쩌면 바쁘게 살아가면서 날씨에 대해 자연스레 신경을 덜 쓰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작년 여름에는 어땠지?' '재작년 여름에는?' 도통 기억나지 ..

일상 2023.05.06

밤 거리 편지

일이 있어 밤거리를 걷고 있으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르곤 한다. 비가 내리는 잿빛 하늘의 밤거리는 묘한 느낌을 준다. 그 고요함이, 그 어둠이. 간간이 보이는 네온사인은 풍경과 대비되어 제법 분위기를 자아낸다. 비는 빗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사뿐히 내려앉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에 내리는 빗줄기 보고서야 비가 내리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만큼 아주아주 작게 내리고 있었으니까. 묘한 느낌을 주는 이 밤거리를 나는 좋아했다. 그 까닭에 밤거리를 걸을 때면 글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와 비슷한 이유로 겨울에 눈 내리는 밤거리도 좋아했다. 추운 겨울날 밤에는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으니까. 조용히 내리는 눈과 잿빛 하늘과 어둠과 인기척이 없는 고요함. 그리고 이 곳이 마냥 죽어버린 거리가 ..

일상 2023.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