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일기 16

세월 속의 기억들과 감정들

세월이 흐르며 모든 것들이 삭아가도 가슴 깊게 박힌 감정과 기억들은 여전히 어딘가에 남아있다. 그러한 감정과 기억들은 어떤 까닭으로 한번씩 한번씩 상자가 열려 사람을 괴롭힌다. 난 과거를 존재 않았던 것으로 취급하기로 했었다. 실제로 많은 부분을 지워버렸다. 허나, 까닭 모를 증오와 분노, 슬픔만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서 어떠한 계기로 감정들이 떠오를 때면 사건조차 지워지고 이름조차 희미해질 과거의 인물들을 떠올리며, 만나게 된다면 비꼬고, 저주를 퍼부어 주고 싶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들은 뭐 그런 걸 가지고 아직까지 그러고 있느냐고 그럴 것이다. 분명 오랫동안 가슴에 담고 있는 것은 스스로 독을 품고 있는 것이다. 멋지게 사는 것이 복수고, 그대로 잊어버리는 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는 말은 분명 정론이..

고통을 전가시킨 사람들 : 모 포인트

사람이 이리 악독할 수가 있나 싶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는데, 고통을 십시일반 분담하지는 못할망정 자신들이 입은 피해를 타인에게 전가한다. 그것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떼로 달라들어서 전가한다. 나는 조금도 피해입기 싫으니 네가 다 뒤집어 써라. 너 혼자 모든 사람의 고통을 다 짊어져라. 너가 죽든지 말든지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너 하나만 불행하면 우리 모두가 행복하다. 이런 더럽고도 추악한 마인드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던 옆나라 일본이나 중국을 보며 비웃고 욕했지만 욕할 거 하나 없다. 그 일이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으니까.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고 말은 했지만 막상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보니 어질어질하다. 절벽에 매달려 있는 사람의 동아줄..

오래된 추억

아침해가 떠오르고 사람들이 하루 일과를 시작하듯 그대를 떠올리는 것은 나에게 있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내가 떠올리는 그대 모습이 변치 않은 모습이라는 점은 매우 작위적이며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떠오르는 당신의 모습에 손을 들어 글을 쓰는 것도 가을에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들판만큼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도 하다. 내가 그대 모습에 대해 어디서부터 글을 써야 할까. 처음으로 대학로 연극을 보러 간 날? 아니면 고등학생 시절 검은 뿔테안경에 수수한 모습으로 뒷자리에 앉아 책만 읽던 시절? 아니면 대학생이 되고나서 한껏 꾸미고 나온 너를 보며 예쁘다고 떠올린 순간? 사실, 어느 순간이든 상관없다. 만날 때마다 늘 새로운 너였으니까. 그래도 역시 너를 떠올리라고 한다면 나는 고등학생 시절의 너를..

사랑니 발치

오늘 사랑니를 마저 발치했어요. 사랑니가 왼쪽에 하나, 오른쪽에 하나 있었지요.방치된 나의 사랑처럼 나의 사랑니도 오랫동안 방치됐어요. 다만 전자는 강제로 방치된 것이고, 후자는 방치한 것이라는 차이점이 있지요. 올초에 왼쪽을 뽑고 오른쪽은 귀찮아서 냅뒀더니 이번 치아점검 때 발치를 권장하더라구요. 이번에 내친 김에 뽑았어요. 귀찮다는 이유로, 여지껏 괜찮았다는 이유로 내버려둔다면 언젠가 어금니마저도 망가뜨릴지 몰라서요. 그 때 가서 후회해봐야 늦었지요.여지껏 많은 것들을 제때하지 못해서 후회했어요. 사소한 것일지라도 미리미리 해놓는 것들이 모이다 보면 습관이 될 거예요.알게 됐을 때 바로 진행하는 것. 그건 분명히 귀찮지만 매우 중요한 습관이죠. 요즘은 이 습관을 형성하려고 노력 중이에요.오래된 사랑니..

겨울답지 않은 겨울

오전에 비가 내리다 그쳤어요.벌써 12월의 절반이 넘어가는 시점인데 말이죠. 분명히 1~2년 전까지만 해도 12월달은 매우 추웠던 것으로 기억해요. 기모 후드티에 두꺼운 패딩으로 꽁꽁 싸매고 다녔던 것 같은데. 이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적이 손에 꼽히는 것 같네요. 올 12월은 말이죠.겨울답지 않은 겨울이에요.학생시절 때까지만 해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했었는데.... 이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기 어려워질지도 모르겠어요. 앞으론 겨울에 비를 보는 것이 익숙해질지도 모르죠. 여러모로 눈은 예쁜 쓰레기지만, 그래도 한 해에 한두번쯤은 그 예쁜 쓰레기를 보고 싶네요.그래도 겨울비라 그런가, 뭔가 산뜻한 느낌이 들어요. 여름 장마철 같이 그리 습하지도 않고, 끈적끈적한 느낌도 없고, 맑은 공기에 적당한 ..

친절한 하루

첫 주가 지나고 나니, 드는 생각은 매일 일기는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떠오르는대로 혹은 일기로 혹은 잡념들로 자유롭게 쓰는 것으로 바꿔야겠어요.애초에 일기가 아닌 하루 한 문장이었는걸요. 생각이 많은 날이 있으면 생각이 없는 날도 있겠지요. 과거에도 썼다시피 써내려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 중요해요. 시시콜콜한 것은 던져버리고, 단상들은 깔끔하게 적어내는 연습이 필요해요. 시시콜콜한 것들을 적어내는 것은 나도 괜한 수고이고, 보는 사람에게도 시간 낭비일 뿐이지요. 다만 그 시시콜콜한 것들 속에서 피어나는 단상들이야말로 쓸만한 글이지요.오늘은 나름 괜찮은 날이었어요. 병원과 머리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날이었는데, 꽤 많은 친절함을 받았죠. 지갑을 떨구고 갈 뻔한 지하철에서 지갑을 ..

첫 주의 결산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한 후에 맞이하는 첫 주말이네요. 다이어리를 쓰면서 이번 주말까지 나름대로 잘 지키면서 지내온 것 같아요. 물론 몇몇 일들은 그 날 끝내지 못하고, 다음 날로 미루어진 것도 있지요. 지킨 것은 체크하고, 지키지 못한 것은 x자 표시면서, 또한 시도한 것들도 시행착오를 하면서 점차 좋아지고 있어요.덕분에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네요. 좋은 소식은 당초에 목표했던대로 일주일에 1kg 감량하기를 성공했다는 것이에요. 식단일기를 쓰면서 가장 우선 순위에 둔 것은 전체적인 칼로리 섭취량 제한이었어요. 두 번째는 탄단지 비율을 되도록 맞출 것이었는데, 비율 맞추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네요. 세 번째가 운동이었는데, 운동은 사이클만 가볍게 타는 것으로 그쳤어요. 점차 활동량을 늘려야겠지요.나쁜 ..

오버 페이스

요즘엔 밤을 새는게 힘들어요. 확실히 전과 다르게 체력이 떨어졌음을 실감하죠. 지금과는 달리 전에는 '대학가면 하고 싶은대로 다 할 수 있어' 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 다 할 수 있을 때 자신의 길을 빨리 개척해야만 하죠. 그 때가 가장 지산의 온힘을 다해서 도약할 수 있을 때니까요. 바쁘게 살아가야 하는 인생이에요.어제 밤을 샌 건 아니지만, 근 이틀내내 잠을 부실하게 잤더니 오늘 기절하듯 잠들엇어요. 그렇다고 개운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니네요. 그 까닭에 계획했던 것들이 다 헝클어졌어요.해가 저물어가고 있어요. 해가 질 무렵, 해가 뜰 무렵의 겨울 하늘은 아름답기 그지 없죠. 어둠이 내려오는데, 하늘과 지상 사이에는 주홍빛의 태양층이 머물고 있지요. 해가 사라지..

복권

오늘은 글을 일찍 쓰게 됐네요. 오늘처럼 찬 기운이 스며들 때 입김을 불면서 길을 걷다보면 기분이 오묘해질 때가 있어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마음이 안정되듯 착 가라앉는 느낌이랄까요.사실 전 이렇게 추운 날에도 패딩이나 외투의 앞부분을 잘 잠그지 않아요. 그렇다고 추위를 안 탄다거나, 겨울에도 두꺼운 옷으로 꽁꽁 싸매지 않는 건 아니에요.그냥 추위와는 별개로 찬기운을 느끼는 것이 좋아서요. 비유하자면, 에어컨을 틀어놓고 이불을 덮는다거나, 겨울에 창문을 열어놓고 두꺼운 이불 속에 들어가 있는다거나 하는 느낌이랄까요. 따뜻함과 차가운의 공존을 느끼는 것이지요.이렇게 찬 기운이 스며드는 것을 느끼며 길을 걸을 때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껴요. 그건 분명 무더운 여름날 길을 걷는 것과는 또 다른..

필담

날씨가 많이 추워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가장 추운 날이네요. 필담을 나눠본 적이 있나요? 전 없어요.곰곰히 생각해보면 있네요. 고등학교 시절 자율학습 시간 때 옆자리 친구와 잠깐요.그리고 편지일지라도 필담이라면 필담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채팅 역시도요.그래도 필담이라면 역시 종이에 연필이나 펜으로 써서 나누는 맛이죠. 서로의 필체를 확인해가면서요.오래 전에 누군가의 요청으로 필담을 비스무리한 걸 나눠본 적이 있어요. 각자 쪽지를 써서 만날 때 보여주자고 하더군요.말하자면 지금 여기에 쓰는 글처럼 대화하듯이 글을 썼었죠. 하루 3~4문장씩 짧게 말이에요. 생각보다 제 글씨체는 나쁘지 않았고, 꽤 즐거운 놀이였죠. 조금씩 베일을 벗듯이 약간의 상상과 함께 조금씩 다른 주제로 쪽지를 ..

관성적인 하루

오늘은 특별히 쓸 말도, 일도 없다.일기라는 것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대해 쓰는 것이지만 구구절절하게 써봐야. 괜시리 이리저리 없는 말, 있는 말 고심해가며서 쓰고 싶지 않다. 그건 애초에 하루를 담아내는 목적에 어긋나니까. 대신 일기는 30분 내외로 쓸만큼만 쓰자고 다짐했다. 최대한 간결하게, 핵심적인 것만. 그 이상은 시간 낭비다.특별하게 무언갈 하지 않으면 관성대로 살아가는 것이 하루다. 그렇기에 하루의 뼈대가 되는 관성을 잘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루에 한 가지의 변화. 그리고 관성의 형성.어려운 일이다.

기모 후드티

오늘은 옷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해요. 전 특별히 옷을 사지 않아요. 정확히 말해서 필요이상의 옷을 구매하지 않지요. 매번 살빼고 나서 사야지, 내년에 새롭게 출발할 때 사야지 하는 핑계로 미루고 미뤄요.저에겐 옷은 필요에 의한 격식 갖추기용일 뿐이에요. 옷 자체에 관심이 없어서, 피부나 외모와는 달리 옷에 대한 자기만족감이 없어요. 타인에게 나의 모습을 비춰야 하는 경우에만 신경쓰지요. 옷은 본인이 입기에 편한 것이 제일이라 생각해요.오늘은 며칠 전에 산 기모후드티를 입었어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샀는데, 정말 기대이상이네요. 생각보다 보온효과가 뛰어나고, 부드러워서 좋아요.올 겨울 내내 입고 다닐 거 같은데, 2벌정도 더 살걸 그랬어요. 재구매하고 싶은데, 예약구매 형식이라서 재구매 할 수 없어서 ..

시작

12월이 되더니 날씨가 급격히 추워진 것 같아요. 이제서야 겨울이 된 느낌입니다. 그래서 아침 운동을 가는 것은 많은 의지를 요구해요. 일어나는 것이 힘든 것이 아니라 추운 곳을 걸어가야 하는 것이 힘들거든요. 오랜만에 하는 운동이 힘들진 않았어요. 매일 몸을 움직인다는 느낌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는 거니까요. 오는 것이 문제인데 매일 제대로 올 수 있을까요.오늘은 식단일기도 제대로 작성하고, 칼로리 섭취도 제한했어요. 다만 택배로 주문한 스팸이 왔길래 먹었더니 지방 섭취가 오버됐네요. 생각보다 맛이 없었고, 먹고 나서 엄청 후회했어요. 어렸을 때와는 달리 이젠 너무 짜게 느껴지고 혈관이 망가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이건 그냥 놔두는걸로 할게요.게다가 오늘은 전반적으로 칼로리 섭취도 너무 안했네요. 4:..

일과라기 보단 하루 한 문장

오래 전에 썼던 말이지만 아무래도 첫 시작은 이생망이 좋을 것 같아요.이번 생은 망설이지 말 것.-2020년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 다이어리의 첫 목표 중 하나는 12월달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기록하는 것이에요. 일기라기보단 일과에 가깝지만 짤막하게라도 좋으니 꾸준히 쓰려구요. 과거에 일기를 쓰다가 반복되는 것 같아서 그만둔 적이 있거든요. 딱히 쓸 것이 없을 땐 위에 문장처럼 가벼운 문장이라도 작성하려구요.. 매일 일과쓰기보단 하루 한 문장을 기록한다가 좋겠어요. 이것과는 별개로 글은 따로 쓸 거에요.그리고 식단관리와 몸매관리를 위해서 오랜만에 몸무게도 쟀어요. 한동안 그만뒀던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식단일기도 다시 작성하려구요. 칼로리 제한과 함께 탄단지 비율 조절도 시작해야 하는터라 꽤나..

일기라면 일기일지도. 일주일간의 삶

한동안 컴퓨터와 휴대폰이 없는 삶을 살았다.생각보다 쉽사리 적응했고, 내가 원했던 삶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마음은 편했다. 다만 티스토리를 못한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생각보다 티스토리는 내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본래의 삶으로 돌아와 밀린 글을 쓰면서도, '정말로 글쓰는 법을, 그리고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내가 뭐라고.의무감 비슷한 느낌과 감각의 사라짐 속에서 내 글은 뜻대로 나오지 않았다. 사실 지금 쓰는 이 글도 그렇다. 전엔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았는지. 그리고 무슨 감정을 그렇게 느꼈고, 드러내고 싶었는지.... 근래에 쓴 글들은 하고 싶었던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글을 마치면서 이물감이 느껴진다면, 대체적으로 ..

지인과 여성징병제에 대한 대화

어제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여성 징병제 이야기도 나왔고, 모 신문사의 취재도 이야기가 나왔다. 그분은 이 주제에 대해서 필자와 의견을 나누었는데, 논의에 대한 필요성 / 여성 징병제를 주장하는 남성들의 감정들 / 여성 징병제를 합당한 이유로 주장하는 부분들 에 대해서는 필자와 의견이 같았다. 여성 징병제가 의무로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도...(이 분은 여성이시다.) 이 분은 현 여성징병제에 대한 논의를 2가지 부분에서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이에 대해 커뮤니티에 한 마디 적고 싶었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척할 것 같아서 글을 쓸 수 없어서 답답하다고 하셨다. 그래서 커뮤니티를 탈퇴하실 예정이라고... 필자가 대신 블로그에 적어드린다. 1. 감정적 싸움보단 논리적 대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