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해가 떠오르고 사람들이 하루 일과를 시작하듯 그대를 떠올리는 것은 나에게 있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내가 떠올리는 그대 모습이 변치 않은 모습이라는 점은 매우 작위적이며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떠오르는 당신의 모습에 손을 들어 글을 쓰는 것도 가을에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들판만큼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도 하다.
내가 그대 모습에 대해 어디서부터 글을 써야 할까.
처음으로 대학로 연극을 보러 간 날? 아니면 고등학생 시절 검은 뿔테안경에 수수한 모습으로 뒷자리에 앉아 책만 읽던 시절? 아니면 대학생이 되고나서 한껏 꾸미고 나온 너를 보며 예쁘다고 떠올린 순간? 사실, 어느 순간이든 상관없다. 만날 때마다 늘 새로운 너였으니까.
그래도 역시 너를 떠올리라고 한다면 나는 고등학생 시절의 너를 꼽아보고 싶다. 그땐 예쁘게 꾸미고 다니는 애들도 많았고, 남자들에게 인기있는 애들도 많았는데, 검은 뿔테안경의 수수한 네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다.
성적은 중상위권.
맨날 수업시간에 뒷자리에서 잠만 자고, 공부보단 독서에 관심이 많아 늘 책을 들고 다니던 너였다. 그럼에도 성적은 좋은편이었으니 넌 똑똑했으리라 생각한다.
너는 그 때 그 시절의 나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까.
늘 앞자리에만 앉던 애? 공부만은 성실히 하던 아이? 아니면 체육시간에 체육도 안하고 교실에만 있던 애? 아, 어쩌면 사회문화 선생님보다 수업을 더 잘한 아이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네가 나에게 이야기한 적 있었으니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느 날 네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이라는 책을 좋아한다며 나중에 크면 인디언이 될거라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 때 황당해서 정말로? 하고 되물었던 거 같은데. 참 독특한 아이라 생각했다.
인디언이 되겠다는 그 때 그 소녀는 여전히 한국에서 잘 살고 있다. 시골에서 사는 걸보면 나름대로 인디언같은 삶을 살고 있는걸까.
추억 회상은 이만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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