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일기

세월 속의 기억들과 감정들

어둠속검은고양이 2022. 4. 7. 13:35

세월이 흐르며 모든 것들이 삭아가도 가슴 깊게 박힌 감정과 기억들은 여전히 어딘가에 남아있다. 그러한 감정과 기억들은 어떤 까닭으로 한번씩 한번씩 상자가 열려 사람을 괴롭힌다.

난 과거를 존재 않았던 것으로 취급하기로 했었다.
실제로 많은 부분을 지워버렸다. 허나, 까닭 모를 증오와 분노, 슬픔만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서 어떠한 계기로 감정들이 떠오를 때면 사건조차 지워지고 이름조차 희미해질 과거의 인물들을 떠올리며, 만나게 된다면 비꼬고, 저주를 퍼부어 주고 싶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들은 뭐 그런 걸 가지고 아직까지 그러고 있느냐고 그럴 것이다. 분명 오랫동안 가슴에 담고 있는 것은 스스로 독을 품고 있는 것이다. 멋지게 사는 것이 복수고, 그대로 잊어버리는 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는 말은 분명 정론이다. 허나, 사람의 기억이, 감정이라는 것이 뜻대로 되던 것인가. 외적인 것들은 희미해져 가도, 가슴 깊에 박힌 것은 희미해지지 않는다. 흉터가 되어 남아 있다. 어쩔 수 없이 내 몸처럼 평생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것들이다. 그만 털어내면 좋으련만.

차라리 내가 퍼붓는 저주가 이루어지고 그것을 내 눈으로 확인한다면 털어낼 수 있지 않을까. 지난 날의 상처들이 흉터가 된 것도 이야기의 끝맺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 듯 싶다. 내가 파멸하든 상대가 파멸하든 어떻든 간에.

살아가다보면 우리는 수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체험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들이 끝맺음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흐지부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더 많다. 나에게 남은 감정의 흉터들은 지난날의 분노와 슬픔들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일까. 아니면 단순히 이야기의 끝맺음을 원하는 마음일까. 어쩌면 둘 다 일지도.

p.s
다 잊고 멋지게 사는 것이 진정한 복수라는 말은 가해자들한테나 좋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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