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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편지

뜨거운 여름 한낮의 매미의 울음 소리. 걸어가는 가족들 사이로 아기의 웅얼거리는 소리. 때때로 옆을 지나치는 조용한 차소리. 어떤 소리들은 계절감을 가지고 있어요. 무더운 여름날의 매미소리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꼭 그런 소리가 아니더라도 뭔가 향수를 불러 일으킬 것만 같은, 그리운, 혹은 편안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그런 소리들이 있어요. 혹자는 백색소음이라고 말할테지만, 전 그 소리들을 소음이라 부르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백색이라는 단어를 붙였어도 말이죠. 오히려 백색소음과 달리 자연스러운 소음일 수도 있어요. 단지 그 소리들이 내 안의 정서나 경험 등으로 어떤 기분을 불러 일으키는거죠. 잔비가 내리고 있어요. 모처럼의 휴일날 날씨가 흐리니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막상 잔비가 내리니 글 쓰고 싶어지네요. ..

일상 2024.05.01

적응

....결국 나도 사람이다.사회에 적응해야지.비판은 힘의 역학관계가 명확할 때, 가능성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변화시킬 힘이 있을 때. 그전까진 사회를 아무리 비판해봐야 끝에 남은 건 도태뿐. 사회를 개인이 이길 수 없으니까. 비판하는 이가 없는 사회는 죽어버린 사회지만 알 게 뭔가.외모나 과열된 경쟁 의식이 문제라는 걸 알지만, 그 흐름 속에서 그걸 비판해봐야 본인만 실패자, 투정 부리는 도태남이 될 뿐.고고히 홀로 이 사회를 완전히 벗어날 것이 아니면 대세에 맞추는게 편한 길이다.정상은 정상이고, 비정상은 비정상이다.제 아무리 비정상이라 외쳐봐야 본인만 도태다.사회에 순응하면 안된다.비판의식을 가져라.뭐 이런 것들이 나쁘진 않는데, 결국 사회 속에 살아갈 사람이라면 적응했어야 한다는 걸.이 사실을 ..

당연함과 익숙함의 대가

익숙하다는 건 당연시 된다는 것.당연하다는 것은 소중함을 잊게 된다는 것.당연한 일상 생활이라는 것은 없음에도 우린 일상 생활은 당연하다는 듯이 영위한다. 늘 하던 것이고, 늘 이루어지던 것이므로.깨끗한 옷, 깨끗한 집, 늘 맛있는 식사.그리고 편리한 사회적 인프라까지도.그것들은 모두 당연한 일상에 가려진 사소함이다.그 사소함들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당연하게 잊는다.망가진 인프라.망가진 삶의 양식.익숙함과 당연함으로 사소함을 잊은 대가를 우린 비일상이라는 미래로서 분명하게 치루게 될 것이다.p.s그래서 옛 사람들이 이성을 중시하고 감각을 그렇게 경계했는지도 모르겠다.p.s1이성이 광기의 시대를 가져오고, 그 이성이 돈의 가치로만 일의 가치를 측정하는 걸 보면 또 모르겠다.

감성의 시대

사람들은 요즘 시대를 감성의 시대라고 말한다. 애플이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성공했고, 삼성이 갤럭시 플립으로 성공했듯이.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감성을 찾는 것은 역으로 감성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인류가 야만의 시대에 확고한 기준점이 되어주었던 이성을 찾았듯이. 사람은 결핍된 것을 원하는 법이다. p.s 누군가는 그럼 왜 연대의식을 찾지 않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결핍은 원하는데 있지 아니한 것이다. 연대의식은 결핍된 것이 아니라 개개인에게 무쓸모해진 것이다. 사회적 편의성이 잘 이루어질수록 사람들이 파편화되는 건 필연적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예의

우리가 가난에 대해 늙음에 대해 실패에 대해 조금만 더 예의를 가졌음 좋겠어요. - 82cook 어느 이용자의 글에서 p.s 기품이 느껴지는 문장이다. 우리 사회는 가난을 멸시하고, 늙음을 우습게 알고, 실패를 비웃는다. 가난한 이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 틀딱이면서 꼰대짓하네. 응~ 실패자 말은 안들어. 우리 사회는 약자에 대해 매우 가혹하다. 약자도, 가난도, 늙음도, 실패도 모두 경쟁에서 도태된 것들이라 치부하기에.

사소한 정치

사소한 습관이 인생을 바꾸듯이 사소한 정치가 사회를 바꾼다. 정치는 매우 사소해서 직접 와 닿지 않는다. 당장 내가 투표를 한다고 해서 뭔가 내 삶이 바뀌거나, 사회가 바뀌거나, 나에게 직접적으로 이득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데 그 사소한 것들이 어느 새 모여서 사회를 바꾸고, 바뀐 사회는 내 삶의 방향마저 바꿔버린다. 완성도는 디테일에서 차이가 나듯이, 사소하지만, 사소하기에 중요하다. 직접적인 변화를 이끌 수 없는 사람들에겐 이 사소함이 유일한 무기다.

벚꽃 편지2

드디어 편지를 쓰네요. 오랜만이에요. 오래전부터 편지를 쓰고 싶었어요. 하지만 게으름이 더 컸나봐요. 핑계를 대자면요, 이번 편지에선 사진을 좀 올려볼까 했어요. 그러면 컴퓨터로 글을 써야 하는데, 컴퓨터를 키면 딴짓만 하게 되는 걸요. 그러다 늦은 시간 졸려서 포기하고 자게 되더라구요. 오늘도 그래서 결국 12시가 지나고 나서야 글을 쓰게 되네요. 오랜만에 글을 쓰려다보니 할 말이 많아요. 요즘 날씨가 참 좋죠? 아니 좋지 않나? 미세먼지가 심한 건 유감이지만, 그래도 해가 길어지고, 새벽에 날이 밝아오는 느낌은 무척 좋아요. 이제 곧 여름이 오려나? 숙직을 종종 하면 해가 일찍 떠오른 새벽을 맞이 하게 되는데 그땐 무척 기분이 좋아요. 그럴 때마다 숙직을 자주 하고 싶은 생각도 들고... 이번 달은 ..

일상 2024.04.18

벚꽃 편지

오랜만이에요. 편지가 다소 늦었네요. 편지를 좀 더 일찍 쓰려고 했는데 늦어졌어요. 요즘 벚꽃이 한창이죠? 꽃구경은 잘 다녀오셨나요? 전 오며가며 본 게 다에요. 좀 먼 곳으로 벚꽃축제라도 다녀올까 했는데 쉽지 않네요. 지난 주엔 비도 오고, 미세먼지도 심해서. 이번 주는 괜찮다 싶었는데 일이 좀 있네요. 농장이나 집 주변에 벚꽃이 많이 피었으니 길을 오며가며 가볍게 구경하는걸로 끝냈어요. 평일 금요일은 하늘도 맑고 날씨가 너무도 좋아서 바로 나가고 싶었는데, 회사라서 어쩔 수 없더라구요. 이번 주말은 일도 있고 하늘도 다시 뿌얘지고... ....누가 옮겨 심어 놓은 걸까요? 분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벚꽃이 이리 많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벚꽃 나무가 많아졌더라구요. 산에도 듬성듬성 보이고, 농장에서도..

일상 2024.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