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벚꽃 편지2

어둠속검은고양이 2024. 4. 18. 00:56

드디어 편지를 쓰네요.
오랜만이에요.
오래전부터 편지를 쓰고 싶었어요. 하지만 게으름이 더 컸나봐요. 핑계를 대자면요, 이번 편지에선 사진을 좀 올려볼까 했어요. 그러면 컴퓨터로 글을 써야 하는데, 컴퓨터를 키면 딴짓만 하게 되는 걸요. 그러다 늦은 시간 졸려서 포기하고 자게 되더라구요. 오늘도 그래서 결국 12시가 지나고 나서야 글을 쓰게 되네요. 오랜만에 글을 쓰려다보니 할 말이 많아요.

요즘 날씨가 참 좋죠? 아니 좋지 않나? 미세먼지가 심한 건 유감이지만, 그래도 해가 길어지고, 새벽에 날이 밝아오는 느낌은 무척 좋아요. 이제 곧 여름이 오려나? 숙직을 종종 하면 해가 일찍 떠오른 새벽을 맞이 하게 되는데 그땐 무척 기분이 좋아요. 그럴 때마다 숙직을 자주 하고 싶은 생각도 들고... 이번 달은 숙직이 별로 없어요. 숙직 때마다 종종 글을 쓰곤 했는데, 숙직이 사라지니 글도 자연스레 안 써지더라구요. 속으론 종종 생각했는데... 생각하는 것과 그것을 글로 옮기는 건 전혀 다른 결이니까.

지난 주말엔 말한대로 서울을 다녀왔어요. 새벽 기차를 타고 가서 오전 내 걷고, 사람도 만나고, 또 저녁 가볍게 한강을 걸었죠. 10년 넘게 이곳을 살았는데, 저녁에 이런 곳도 안 와보고 뭐했나 싶더라구요. 동작대교 쪽을 쭉 걸었어요. 물놀이 쇼도 보았구요. 오전엔 현충원을 갔다왔고, 주변 대학 캠퍼스도 한번 방문했지요. 이번 주에도 서울을 또 가게 되는데, 그땐 이태원을 한번 가볼까 생각중이에요. 다만 시간이 빡빡해서 어떤 식으로 계획을 세울까 고민중이에요. 서울을 올라가는 건 큰 행사이니만큼, 계획을 잘 세워야 하거든요. 즉흥적이어도 시간 낭비는 없게 말이지요. 가끔씩 이렇게 서울을 올라와서 빽빽하게 세워진 고층 빌딩을 보면요, 처음엔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도시에 온 느낌. 음. 서울에 있을 땐 답답하던 게 떨어져 지내보니 또 달라요. 이래서 사람들이 또 꾸역꾸역 모여사는건가 싶기도 하고.

최근에 결심한 게 몇 개 있어요. 잘 지켜지지는 않지만요. 성장이라 말하긴 그렇구요, 습관 들이면 자신에게 좋은 그런 습관? 음. 습관이에요. 습관. 습관 길들이기.

하나는 달리기에요. 전 숨 차는 게 싫어서 운동을 싫어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뭔가 땀을 흠뻑 흘리며 달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렸을 땐 몸이 가벼워서 폴짝폴짝 뛰었던 것 같은데. 몸이 가벼워져서 신나는 달리기를 하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식단 조절하면서 걷기부터 하고 있어요. 정말 사소한 욕망인데, 그게 또 이상하게 원동력이 되네요. 곧 죽어도 움직이기 싫어했던 나인데. 세상에 맞춰 억지로 하는건 너무나도 지쳐요. 하지만 내가 원한다면 그건 또 할 만해요.

두 번째는 글씨 예쁘게 쓰기에요. 어렸을 땐 그래도 글씨 예쁘게 써서 상도 받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휘갈겨 쓰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집중해서 써도 예쁘지가 않네요. 솔직히 이렇게 타자로 치는 글씨가 훨씬 예쁜 걸요. 그래도 살다보면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이 참으로 많더라구요. 하다 못해 서류에 서명하는 것 까지도요. 그거 누가 눈여겨본다고. 대충 휘갈겨 쓰고 빨리 빨리 끝내면 되는데, 기왕 쓰는 거 예쁘게 쓰고 싶더라구요. 자기만족이죠, 자기만족. 그래서 종종 글씨를 차분하게 쓰는 연습을 해요. 기왕이면 필사도 해볼까 생각중이에요. 손에 익으면 빨리 써도 예쁜 글씨가 나오겠죠? 그것도 하나의 매력 포인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소하지만 가지고 있으면 좋을 습관 두 가지. 이 두 가지를 좀 가져보려고 해요. 뭔가 강렬하게 원하는 그런 느낌은 아닌데. 그냥, 문득, 갖고 싶다는 생각이 잔잔하게 들어서, 잔잔하게 시작하고 있어요. 무리하지 않고, 조급해 하지 않고, 갈망하지 않고, 그냥 천천히 형성해 나아간다는 느낌으로 잔잔하게 말이지요. 그 외에 생각해둔 것이 늘 맑은 눈을 한다거나 피곤해도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살자는 정도? 일단 그래요. 서서히 체화시키려구요.

스위첸의 집광고 보신적 있나요? 오래전에 한번 봤는데 최근에 다시 찾아봤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건 문명의 충돌이라고 하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한 집에 살면서 지지고 볶으면서 맞춰가는 것. 잡음도 나고, 문제도 발생하지만, 그래도 내 사람. 내 편이라는 그 가족 느낌. 그 지극히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서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죠. 시리즈로 2도 나왔어요. 그게 맞는 건데, 참. 우리는 왜 그걸 잊어버리게 되었을까요. 혼자가 편해져 버렸어요. 혼자서도 즐길 거리는 많고, 혼자면 서로 배려해야 할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래도 우린 항상 사람을 만나요. 가족을 만드는 것까진 주저해도 늘 타인과 관계를 맺고 있죠. 결국 우린 사회를, 타인을 떠날 수 없는 거에요. 그것이 불편함을 가져와도 말이지요.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건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것이고, 우주와 우주가 만나는 것이고, 문명과 문명이 충돌하는 거죠. 뭐, 이렇게까지 말하면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너무도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난가 하실 수도 있어요. 그래봐야 사람이고, 그래봐야 잠깐 스칠 인연도 있으니까요.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건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단지 그 의미들이 발현될 정도로 현실이 깊거나 길지 않아서 그렇지. 각자 살아온 환경과 가치관과 경험의 총집합체가 한 사람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것이 맞죠. 다만 서로의 세계를 엿보기도 전에 헤어져 버리는 것이 현실이지요.

이번 편지는 이만 줄일게요.
생각나면 또 편지할게요.

p.s
서울에 가서 찍은 벚꽃 사진이에요.
벚꽃이 상당부분 져버린 것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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