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요.
며칠 전부터 편지를 쓰려다 이제서야 써요. 숙직을 서면서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뭔가 그냥 뒹굴뒹굴 쉬고 싶어서요. 그러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이 바쁘단 핑계로, 피곤하단 핑계로 편지와 글 쓰는 것을 등한시했네요. 짬짬이 메모를 해두긴 했는데, 그 때의 감각, 감정, 생각들이 이젠 흐물흐물해져버렸어요. 더 이상 미루다 잊어버리기 전에 손을 들어 편지를 써요. 하지만 쓰기 싫은데 억지로 썼다 생각지 말아줘요. 하고 싶은 말도 많았고, 쓰고 싶은 글도 많았는데, 지쳐서 잠깐 미뤄둔 거니까. '5분만 더 자고 일어나야지. 이제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하면서 밍기적밍기적 대는 거랑 같은거죠. 어릴 땐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분명.
날씨가 풀린다 싶더니 다시 추워졌어요. 분명 저번이 마지막 꽃샘추위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날씨가 무척 좋아요. 밖에 나가면 그냥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말이지요. 대학생 때는 그렇게도 돌아다니기 싫어했는데, 나이를 먹고, 차가 생기고, 그러다보니 날씨가 좋은 날엔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어지네요. 날씨가 좋아서 그냥 밖을 걷기만 해도 즐거울 거 같아요. 이번이 마지막 꽃샘추위래요. 정말로. 내일은 꽃샘추위가 물러나며 포근해진다고 하니 이번 주말은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비 소식이 있는 것 같긴 한데 괜찮을거예요. 아마.
오늘은 숙직을 서지 않았어요. 대신 집에서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지요. 그래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요. 숙직을 서면 어떻게서든 강제로라도 밤에 밖을 돌아다니게 되는데, 그 때 보게 되는 별들이 그렇게나 예쁘거든요. 집에 들어오면 밖을 돌아다니지 않으니 별자리도 못(안) 보게 되는 거죠. 제 게으름이 별자리의 아름다움을 이겨버렸네요. 변명을 하자면 달라요. 숙직을 서며 넓은 공간에서 보게 되는 별자리와 주택가에서 보게 되는 별자리가요. 탁 트인 곳에서 보는 밤하늘 별자리는 무언가 깊은, 오묘한 느낌을 주지요. 저번엔 숙직을 서면서 별자리 얘기를 잠깐 했던 것 같은데. 여전히 제가 잘 알고 잘 찾을 수 있는 별자리는 북두칠성과 오리온자리 뿐이에요. 들어본 바로는 북두칠성 주변에 작은 곰자리와 큰 곰자리가 있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찾아본 적은 없어요.
당신이 계신 곳은 별자리가 잘 보이는지 모르겠네요. 밤하늘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서울에 있을 때보다 공기가 더 맑다는 생각을 들어요. 별도 또렷히 보이고, 저희 농장이지만 반딧불도 한번씩 보이는 걸 생각해보면 말이지요. 서울에 있을 땐 애초에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손꼽았던 것 같아요. 빛 공해라고 하죠. 도시의 불빛들 때문인지 밤하늘 별자리를 보는 맛도 안나구요. 뿌옇기도 하고.
이번 주 토요일엔 숙직을 설 예정이에요. 오랜만에 또 밤하늘을 보게 되겠네요.
그 땐 별자리를 좀 찾아봐야겠어요. 찾게 되면 편지할게요.
p.s
당신이 계신 곳이 별자리가 잘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밤하늘 한번 보시는 건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