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한낮의 매미의 울음 소리.
걸어가는 가족들 사이로 아기의 웅얼거리는 소리.
때때로 옆을 지나치는 조용한 차소리.
어떤 소리들은 계절감을 가지고 있어요. 무더운 여름날의 매미소리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꼭 그런 소리가 아니더라도 뭔가 향수를 불러 일으킬 것만 같은, 그리운, 혹은 편안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그런 소리들이 있어요. 혹자는 백색소음이라고 말할테지만, 전 그 소리들을 소음이라 부르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백색이라는 단어를 붙였어도 말이죠. 오히려 백색소음과 달리 자연스러운 소음일 수도 있어요. 단지 그 소리들이 내 안의 정서나 경험 등으로 어떤 기분을 불러 일으키는거죠.
잔비가 내리고 있어요. 모처럼의 휴일날 날씨가 흐리니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막상 잔비가 내리니 글 쓰고 싶어지네요. 비라고 부르기도 애매할 정도로 그냥 안개 분무 같은 비에요. 이런 날은 우산도 쓰지 않고 가만히 걷고 싶어지지요. 걷다보니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물론 매미소리는 아직 들리지 않지만요. 걷다보면 들려오는 생활소리들이 기분을 묘하게 만들어요. 가끔은 어릴 적 들었던, 지금도 여름마다 들리는 매미소리가 종종 그립기도 해요. 그 힘껏 외치는 소리가 여름날 힘껏 드러내는 더위와 같아, 더할 나위 없는 무더위의 여름으로서 내 지난 날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아서.
조용한 가운데 이따끔씩 들리는 소리는 평화로움을 가져다 주는 듯해요. 아, 이대로 아무 생각없이 걸을 수 있다면.
정신을 내려놓는다는 건 진정한 휴식이죠.
복잡할 거 뭐 있나요. 미리 걱정할 필요 있나요.
그저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충실할 뿐이죠. 집중하자, 충실하자라는 다짐이나 생각조차 내려놓고서 들리는대로, 걷는대로 자연스레 지금 감정에 충실하는 것.
그냥 사는 거에요.
어렵게 살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이. 지금에 충실하며 그냥.
그냥
그냥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