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가을 편지

어둠속검은고양이 2023. 8. 21. 03:39

늦은 밤, 늦은 새벽.
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몇몇 쓰려고 했던 글이 있었던 것 같은데. 게으름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 일주일이 지나버렸네요. 영화 리뷰까지 생각하면 2주인가. 그마저도 주말에 쓰지 않고 월요일 꼭두새벽부터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지요. 출근은 잘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요즘은 밤을 새면 다음날 확실히 지장있던데. 뭐, 자업자득이니 이겨내야죠.


요즘 이런저런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많이 시끄럽네요. 어떻게보면 개인의 문제인데, 그 개인의 문제를 들여다보면 구조적, 사회적 문제가 들어있으니 문제가 되는 거겠지요. 진작부터 논의되었어야 할 문제에요. 단지 값 싼 인력으로 떼우며 버텼을 뿐이지.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은 많아.' 라는 말에 꾹꾹 참으며 살아온 사람들이 참 많지요. 이젠 그렇지 않아도 되겠네요. ....정말 그런가? 슬슬 저출산의 문제가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인력은 늘 모자라고, 일은 쌓여 있지요. 기존에 이루어졌던 수 많은 편리함들은 결국 인력을 갈아서 만든 환상이었을 뿐. 이제 우리는 줄어드는 인력에 맞춰 서비스나 업무를 어떤 방향으로 쳐 낼 것인지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처럼 24시간 돌아가는 서비스, 10분이면 다 되는 서비스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해외에 나가본 사람들은 말하지요. 한국이 살기 얼마나 좋은 곳인지 알게 된다고. 그 말처럼 우리도 이젠 해외와 같이 바뀌어 갈 겁니다. A/S는 기본적으로 2~3일 기다려야 하고, 예약은 필수이며, 행정처리도 느려지겠지요. 그리고 그것에 맞춰서 사회 구조적, 기업적 구조도 바뀌어야 하구요.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사회 시스템이 바로바로 처리되는 것을 상정하고 만들어졌잖아요? 그것이 사라지는 거지요. 우리의 삶은 조금 불편해질 테지만, 또 점차 적응해가겠지요.
여튼 요즘 문제들을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문제가 커요. 갑질 논란에 대해 글을 썼던 것이 몇 년 전 같은데. 우리 사회는 그 논란에서부터 한발짝도 자유로워지지 못했네요. 어쩔 수 없어요. 이건 궁극적으로 시민의식의 문제지, 규제나 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까. 다만 지금 교육을 보면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여전히 경쟁적일 거고, 결과만이 보상을 보장해주겠죠. 그 과정들에 대해서는 고려치 않을 거구요.

..........그래도 무언가 너무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에요.

공동체는 해체되었고, 책임감은 사라졌어요. 누칼협? 알빠노? 하는 마음가짐에 배려나 상호 존중마저 사라졌구요. 정말 각자도생의 사회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일선에선 값싼 인력으로 유지하던 거대한 공동체 인프라가 개인이기주의와 저출산으로 해체되고 있는 걸 맞이하고 있는데, 뒷짐지고 있는 관리직분들은 코로나로 일시적인 현상일뿐 출산율이 반등할거라느니, 젊은 층이 이기적이라느니, 범죄가 게임 탓이라느니, 하는 말을 하는 걸 보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느낌이지요. 아니면 정신을 차릴 필요가 없는건가. 모든 것을 외부탓, 개인탓으로 돌리고만 있습니다. 책임감도, 해결할 의지도 없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제도나 시스템을 현실에 안착시키는 것이 아니라, 표만 의식해서 옳고 그름의 신념문제로 안일하게 접근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듯 해요. 그로 인해 시스템이나 제도가 악용되거나 망가지는 것은 살피지도 않고요.

편지를 쓰려다 이상하게 사회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만 늘어놓은 듯 하네요.

제가 있는 시골은 일거리가 많아요. 건강관리 잘하고, 부지런하기만 하면 돈은 잘 모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사람이 없어서 문제지, 일거리는 늘 넘쳐나거든요. 말만 비정규직이지, 절대적으로 인력이 모자라는 지금 상황에선 몸이 허락하는 한 일거리가 끊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저만의 생각일 뿐, 도시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건 또 그만큼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저도 요즘엔 근교 도시를 자주 나가곤 합니다.

사실 이번 주는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평소처럼 보냈는데, 정신적으로 바빴던 것 같기도 해요.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은 쌓여만 가는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사람은 새로 뽑질 않고. 그러다 보니 집에 오면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더군요. 집에 와도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그득그득한데. 그냥 무언가 정신적 여유가 없어요. 그래서인지 일은 미루고, 쉬어도 쉬는 것 같지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피곤함만 쌓이더군요. 이번 주말엔 조금 여유가 생길까 했는데, 토요일은 경조사 챙기느라, 일요일은 또 다른 일을 했지요. 하고 싶은 것들은 언제쯤 할 수 있게 될까요. 과연 하고 싶은 걸 할 여유가 허락되긴 할까요. 회사를 다니며, 자기개발도 하면서, 운동도 하면,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더구나 자기개발은 자격증 같은 형태로 남아야 의미가 있으니까요. 결국 무언가 바쁘다는 핑계로 어영부영 보내고 있는 삶입니다.

이번 주엔 타지에 나가있는 오랜 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근황 이야기 좀 했습니다. 다들 가정이 생기니, 만남을 한 번 갖는 것조차도 힘드네요. 일찌감치 결혼한 친구도 있고, 미혼이지만 연인이 있는 친구도 있고, 혼자인 친구도 있고 그래요. 고향에 남아있는 친구도 있고, 타지에서 활동하는 친구도 있네요. 다들 그렇게 어딘가에서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삶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도 어찌저찌 한 사람 몫은 하고 있구요. 이제 나이를 먹으니 어른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되긴 합니다. 뭔가 서글프면서 씁쓸하네요.

한 사람 몫은 몫이고, 시대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삶을 어영부영 보내선 안되겠지요. 다시금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잡아야겠습니다.

부디 목표한 바를 잘 이루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p.s
아직 낮은 뜨겁지만, 그래도 완연한 가을인 듯합니다.
올해도 벌써 2/3이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세월이 참 빠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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