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서울 편지

어둠속검은고양이 2023. 8. 5. 11:31

오랜만이에요.
오늘은 서울입니다.

오랜만에 서울로 놀러왔어요. 오랜만에 보는 빌딩들, 넓은 도로와 지나가는 수 많은 차량들, 그리고 시원한 상가들까지. 여기서 10년을 가까이 살았으니 낯설지가 않네요. 사람이 많은 건 짜증을 유발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밖을 돌아다니는 도시를 구경하는건 묘한 즐거움을 줘요. 활동적이라고 해야 하나. 삶이 녹아있는 느낌이랄까요.

대도시는 문명화 된 것을 상징하지요. 그렇다고 시골이 문명화 되지 않은, 미개한, 그런 뜻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자연을 거스른다는 의미에서 - 자연과 맞서싸운 인류의 문명을 상징한다는 의미니까요. 옛날에는 자연에 순응할 수 밖에 없었어요.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하지만 지금의 도시는 쾌적한 걸요. 아스팔트를 깔고, 콘크리트를 부어서, 편하게 움직이고, 에어컨을 틀어놓은 상가에서 얼마든지 제약없는 활동을 할 수 있죠. 거리를 돌아다닐 때 더운 건 어쩔 수 없지만요. 대도시의 각종 인프라는 환경을 거스르고 일 년 내내 쾌적한 삶을 제공하죠.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삶이 녹아있는 느낌이 들어요.

제가 있는 시골도 물론 상가도 있고 사람들도 활동하지만 느낌이 달라요. 사람 자체도 적고, 활동성도 떨어지고, 특히나 요즘처럼 무더운 날이면 집에만 있죠. 열사병으로 쓰러질 순 없으니까요. 육체의 의존하게 되는 1차 산업은 날씨에 영향을 크게 받으니까요. 활동 자체가 줄어들고, 그게 눈에 확 띄게 된답니다. 인구소멸과 고령화의 슬픈 자화상이지요.

서울에 있을 땐 그리도 고향으로 도망치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서울에 오니 반가운 느낌이랄까. 익숙한 느낌이랄까. 묘한 즐거움이 있어요. 뜨거운 태양 아래 반사된 햇빛들, 높다란 건물과 차량들까지. 여튼 그래요.

오늘 12시에 점심 약속이 있어서 이렇게 까페에 앉아 당신께 편지를 쓰고 있어요. 서울에 일찍 와서 오전에는 뭐할까 고민이었는데, 서점에 있다보니 시간이 금새 가버렸네요. 약속이 강북쪽이었으면 가볼만한 데가 많았을텐데. 사당역 주변엔 뭔가 없네요. 아티제라는 까페에서 도시 구경 중이죠. 점심 약속이 끝나면 서울 투어 좀 하려고 해요. 내려가는 시간대는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서울 투어가 마음에 들면 내일 오전에 내려가겠죠.

갈수록 차가 없으니 불편해지네요. 활동반경이 넓어진 탓도 있지만 배차도 많이 줄어서요. 교통편을 1번 갈아타야 하니 시간 맞추는게 까다로워요. 낭비되는 시간도 아깝구요. 갈수록 시골에서 자동차는 필수라는 말이 점점 실감나고 있어요. 교통 인프라가 박살나면서 시골과 도시의 격차는 더욱 커지겠지요. 이번에 저도 자동차 계약을 하나 했어요. 출고가 되면 캠핑이나 취미삼아 다닐까 해요. 그건 그 때가서 생각할 일이고, 오늘 서울 투어를 어디로 다닐까 고민되네요! 더워도 돌아다녀야지요 : )

몸 건강히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랄게요.
또 편지 할게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편지  (3) 2023.08.21
입추, 말복의 편지  (0) 2023.08.12
투덜투덜  (0) 2023.08.02
친구의 편지 : 향수의 편지 2  (0) 2023.07.23
장마 편지  (0) 2023.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