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밤편지

어둠속검은고양이 2023. 10. 1. 06:21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 아이유(IU), 밤편지

정말 오랜만이에요.
연휴는 잘 보내고 계신가요? 연휴도 벌써 절반이 지나가고 있네요. 원래는 연휴 기간이라 제목을 연휴 편지라고 쓸까 했는데. 저녁에 일 마치고 나니 반딧불이 보이더라구요. 보름달도 크게 보이고. 그래서 문득 밤편지라는 단어가 생각나서 제목을 바꿔 봤어요.

이번 연휴기간이 많이 길어요. 이번에 여행이라도 다녀오셨나요? 아니면 오랜만에 일가 친척끼리 모여서 추석다운 명절을 보내셨나요? 저는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아서 오랜만에 해외여행이라도 가볼까 했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또 일을 하고 있네요. 회사일은 쉬지만, 집안일은 도와야 하니까. 생각보다 연휴기간에도 쉬지 않고 일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도 주말이나 연휴엔 몇몇 밀린 농장 일들을 처리하곤 해요. 집안일이 사실은 농장일이지요. 실질적으로 주업과 보조업, 투 잡을 뛰고 있어요. 어쩔 수 없죠. 사람이 없으니까. 그래서 연휴기간에도 자주 바빠요.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어요. 가을비가 내리고 난 뒤 더욱이요. 입추가 시작된지도 1달, 거진 2달이 다 되어가요. 입추는 8월 초지만, 본격적으로 날씨가 가을 느낌이 나는 것은 9월 중순쯤이지요.  그러다 비라도 한 번 내리면 그 날을 기점으로 날씨가 확 달라지곤 해요. 이젠 언제 더웠냐는듯이 추위가 몰려올테지요. 그래도 낮동안엔 아직까지는 활동하기 좋은 날씨에요.

요즘은 어찌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열심히 살고 있어요. 주중에는 본업을, 주말에는 보조업을 하면서요.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자기개발을 못하고 있다는 점?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고, 그냥 제가 게으른 거지요. 이런 일, 저런 일하고 나면 공부하기 싫거든요. 경조사까지 챙기면요. 그래도 초년도에는 조금이라도 공부했던 것 같은데. 자리 잡고 나니 여느 어른들처럼 그냥저냥 맞춰 살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편한대로, 익숙한대로. 관성적으로. 아, 이러면 안되는데. 여튼 근래엔 경조사를 챙기느라 바빴어요. 덕분에 경조사비도 많이 지출되었네요. 사회생활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비용을 지출하게 되네요. 대신 얻어가는 것도 있겠죠.

최근엔 워크샵을 핑계로 약간의 휴가를 얻어서(?) 리조트에 다녀왔어요. 공적인 출장이지만 그래도 리조트에 와본 게 얼마만인지. 새로운 장소는 새로운 느낌을 주지요. 특히나 리조트같이 이런 휴양지는요. 휴캉스를 왜 가는지 알 것 같기도 해요. 아무것도 안하고 편히 쉬는 건 똑같은데, 그 장소가 주는 느낌이 다르거든요. 분위기죠. 아마 돈이 있었다면 리조트 회원권을 샀을 거예요.

뭐,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현생에 충실하면서. 여전히 좋아하는 게임도 종종 하면서. 미래를 대비해 저축도 하고, 가끔씩 쇼핑도 하면서. 곧 있으면 차도 나올 예정이라, 차가 생기면 틈틈이 국내 여행이라도 다닐까 해요. 여느 사람들처럼 지내고 있어요. 다만 과거와는 달리 글 쓰는 것이 줄었다거나, 만화책을 수집하던 취미를 그만뒀다거나 하는 것? 관심사가 달라졌어요. 어릴 때 그렇게 좋아하던 빵이나 떡에 더 이상 손이 안 가는 것처럼. 저도 많이 변해가네요.

당신께서도 저처럼 본인이 변했다고 느껴지는 게 있나요.
그것이 무엇인지 물으며 편지를 마칠게요.

p.s
반대로 변치 않은 것은 무엇인가요.
계속 간직하고픈 것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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