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끔 옛 사랑 이야기를 꺼내곤 해요.
마치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듯이.
요즘엔 동전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아요. 카드가 그 자리를 대체했으니까요. 그러니 내 사랑 이야기도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지요. 마치 철 지나버린 동전처럼.
추억이란 그런 거에요. 분명히 내 주머니에 있는 것인데, 돌아서면 어디론가 가 버리고 없죠. 요즘엔 주머니에 무언갈 넣어 다니는 걸 싫어해요. 다들 휴대폰과 카드 한 장 뿐이죠. 혹은 그 카드마저도 휴대폰에 넣어 다녀요. 이젠 사람들의 최애의 친구는 휴대폰이 되어 버렸어요.
여튼 전 이따끔씩 옛 사랑을 주머니에서 꺼내곤 해요.
블로그를 통해 그 추억들이 묻어나는 글들이 보여서요.
하지만 할 말이 없어요. 그건 술 취한 아저씨가 한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추억을 꺼낸다는 건 그런 거예요. 전 이미 다 꺼냈어요. 그 때의 간절함도, 후회도, 아쉬움도. 남아 있는 건 그리움뿐. 과거가 그립다면, 그건 분명 현재 무언가 채워지지 못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에요. 그러니 과거를 돌아보는거지요. 마치 물건을 사기 위해 주머니 속을 뒤적이는 것처럼요.
전 그녀에게 고백했어요. 멋대가리 없던 고백을.
지금도 전 그녀의 속마음을 알 수 없어요. 당시엔 그녀가 날 이성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저 그녀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둥지 역할정도라 생각했죠. 그것만으로도 좋았어요.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그래도 이런 형태의 사랑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지요. 이제와 보면 그것도 분명히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거 같아요.
어느 새부턴가 전 각을 재는 것 같아요. 이래서, 저래서, 하면서 조건을 내세우지요. 언제부터 전 사람을 옷처럼 재단하기 시작한 걸까요. 분명 다른 사람들도 처음부터 각을 재지는 않았을거예요. 살다보니 그렇게 변한 거지. 그냥 걸어왔을 뿐인데, 저도 그렇게 변했어요.
추억을 되새기고 싶어서 글을 써요.
그 때가 많이 그립네요.
오늘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