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써요.
자주 쓰게 되네요.
자주 쓰게 되는 편지가 혹은 별로이진 않으신가요?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사실, 편지는 그냥 분위기에 따라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따닥따닥 어떤 타자를 두드리고 싶을 때. 딱히 주제가 정해지진 않았는데 무언가 글을 쓰고 싶을 때. 고요한 밤, 잠은 오지 않고 생각이 저물어갈 때. 그럴 때면 어김없이 편지를 쓰게 돼요. 제 글을 봐주는 당신이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힘이 된답니다. 당신은 어찌 잘 지내고 계신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편지를 쓰려고 티스토리를 켜면요, 제가 썼던 편지가 눈에 띄어요. 저번 편지의 주제는 강렬할 삶이었죠. 그리고 다시 한번 읽어보곤 해요. 지난 편지의 마지막 문장이 다시금 와닿네요. 연말에 저를 돌이켜 봤을 때, 과연 나는 내가 원하던 매력적인 사람이 되었는가 말이죠. 뭐랄까 갑자기 확 와닿는 거 있죠? 내가 원하던 매력적인 사람이 되었는가. 잘 생겨지거나 돈이 많아지거나 그런 것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죠. 태도가 겸손해진다거나, 능력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거나, 그 외에도 그 사람을 빛내는, 매력 있게 만드는 것은 많아요. 그런데 그것보다 '내가 원하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매력은 사실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되죠. 누군가 알아봐 줘야 하는 것이 매력이니까요. 내가 스스로를 좋아한다면 그건 나르시시즘이죠. 하지만 그 타인의 시선에 의한 매력들이 자신을 잃게 만들기도 해요. 잘 나가던 사람들이 갑자스레 길을 잃고 방황하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내가 걸어온 길들이, 내가 걸어가는 이 길들이 과연 내가 원해서였는가 의구심과 회의감을 품는 거죠. 누군가는 이뤄놓은 트로피들을 보며 애써 외면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방황하기도 하죠.
내가 선망하던 것들을 나 자신에게 내재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자존감을 크게 높이죠. 스스로를 믿게 만들어요. 내가 바라던 것들을 내가 이루어냈다니! 그건 진정한 의미에서 자기 발전이죠. 타인의 시선을 고려치 않아요. 내가 원하던 것들이 누군가에겐 비웃음 거리에 불과할 수도 있고, 하잘 것 없는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내가 알아보잖아요. 내가 꿈꾸왔던 것을 이룬 거니까. 누군가는 나의 매력을 알아볼 수도 있겠죠. 그리고 그 매력이 바로 자신만의 색깔인 거구요.
물론 돈이나 명예, 능력 이런 것들도 충분히 매력적이에요. 그것들을 추구한다고 해서 그것이 색깔이 없는 것도 아니구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좋다해서 따라가는 것은 충분히 몰개성적이고, 색깔이 없어요. 매력이 없어요. 매력적인데, 그 사람만의 매력이 아닌 거죠. 중요한 것은 선택인가, 자신이 원해서 추구했는가겠지요.
아, 이걸 이제야 깨닫다니.
제 색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분명 가시밭길이 될 터인데. 헛수고로 끝날 수도 있고, 찔끔 찔러만 보다 끝나버릴 수도 있어요. 아, 결과론적인 생각은 이만 접어둘래요.
그냥 하는 거죠.
그냥.
불꽃.
내가 원하던 그 불꽃을, 그 치열함을, 과연 내재화 할 수 있을까요.
또 편지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