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말버릇 편지

어둠속검은고양이 2023. 12. 2. 06:02

안녕하세요. 벌써 12월이네요.

오늘은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편지를 좀 더 일찍 쓰려했는데 어쩌다 보니 달을 넘겨 버렸어요.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따뜻한 방에 누우면 잠이 솔솔 오더라구요. 솔솔. 사실 이 편지도 어제 밤에 쓰려고 했는데. 어느 새 잠들었어요. 따뜻한 온기는 나른함을 주죠. 나이를 먹었나. 잠드는 순간이 그렇게 행복하더라구요. 학생 때 자는 게 제일 행복하다며 쉬는 시간마다 잠자던 애들의 기분이 이런 것이었을까요. 여튼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 글을 써봅니다.

얼마전 친구와 긴 통화를 했어요. 여자친구를 만나서 오랫동안 이야기 했다고 하더군요. 전에도 상담을 해줬었는데. 여전히 평행선이에요. 시간만 흐르고 있죠. 여자친구는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을 보여줬어요. 이젠 남자가 선택할 차례죠. 그 선을 받아들일지, 받아들이면 그 조건을 수용한다는 선택 안에서 어떻게 방안을 만들지 고민해야겠지요. 수용 안되면 헤어질 수 밖에. 결정만 남아있는데 평행적인 이야기만 이뤄지고 있어요. 타협이란 그런거에요.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을 꺼내놓고, 그 이후의 지점들을 조율하는거지요. 양보할 수 없는 지점 자체가 충돌하면 협상 자체를 그만둬야죠.

이야기가 샜네요.
상담하다 결혼식 이야기가 나왔어요. 친한 친구가 얼마전 결혼했거든요. 그 친구들끼리도 서로 친했는데 모종의 이유로 사이가 틀어졌거든요. 상담해준 친구가 결혼 소식을 알았나봐요. 저에게 알고 있었냐고 얘기하더군요. 솔직하게 말했어요. 초청한 사람들 중에서 네 얘기는 안하길래 초청 안 하는 것 같아서 그냥 말 안 했다고. 소수만 초대한 것 같다고. 그러다 둘 사이가 나빠진 계기를 이야기했어요.

바로 말버릇 때문이죠. 말버릇.
이건 매우 중요해요. 이건 습관이라 무의식에 가까워서 본인도 인지 못할 때가 많아요. 실제로 이 친구도 그런 적 없는데..하고 기억을 못 했어요. 중요한건 이 친구의 말버릇이 나쁘다 옳다가 아니에요. 사이가 틀어진 이상 이제와서 의미없구요. 그것이 현 인간관계에 영향을 준다면 짚어봐야 할 문제구요. 말버릇은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을 많이 반영해요. 사용하는 용어, 억양, 목소리 톤, 강세 등은 작업 현장을 반영하죠. 저도 그랬던 적이 있어요. 말을 가만가만 조곤히 해도 되는데, 말할 때마다 부정하고, 툭툭 내뱉듯이 말하는게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되게 말한다고 할까. 의견이 다를 순 있어도 다른 의견에 대해 표출하는 태도는 상대방의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요. 태도 때문에 의견이 충돌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저도 입을 다물게 되었던, 어머니께서 형에게 주의를 주셨던 그 경험을 친구에게 전해줬어요. 사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죠. 일부러 시비 거는 것이 아니라면 그 말버릇은 환경에 의한 차이일 뿐이니까요. 그저 수용-감정의 문제죠. 이 친구도 왜 사이가 틀어졌는지 모르고 있었어요.

말버릇이 서로 비슷하면, 또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다면, 그 말버릇이 거칠든 부드럽든 그건 문제가 안돼요. 허나 그것이 한쪽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면 문제가 되지요. 그 때부턴 수용여부, 대화지속을 결정짓게 만드니까요. 처음엔 사소한 다툼이었는데, 그 다툼에 대한 말버릇, 말하는 태도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던 거겠죠. 말버릇은 중요해요. 무척. 아마 저처럼 조곤조곤 이야기 하는 것도 지루하다며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거예요. 그래도 최소한 악의를 품게 만들진 않으니까. 나쁘지 않은 말버릇이라 생각해요. 상담하면서 우연히 저의 경우도 되짚어 봤네요.

할 말이 더 있지만, '말버릇은 그 사람의 이미지를 결정짓는다.'는  말로 우선 글을 마칠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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