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7점을 준 까닭은 기본이 5점에 추가 가산점을 더하거나 빼는 방식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로 퇴마록과 해리포터 이 두 가지를 말할 수 있는 나지만, 이런 나에게 판타지 소설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한국형 판타지 소설로 '퇴마록'을, 서양 판타지로는 반지의 제왕, 실마릴리온 등을 꼽을 것이다. 반지의 제왕, 실마릴리온에 대한 글과 이야기는 너무나도 많으며, 저작자인 J.R.톨킨은 판타지 소설의 아버지, 창시자로 불릴 정도다. 나는 반지의 제왕과 실마릴리온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거대한 서사시이며 연대기라는 것 정도는 안다. 영화로 보았을 때도 그 어마어마한 세계관과 구성이 다 들어오지 못할 정도인데, 과연 이 소설은 어떠한가!
퇴마록은 각종 신화를 참조했으나 세계관이 장대하고 말하기엔 애매하다.
판타지 소설을 읽어봤다 하시는 분들은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감히 퇴마록을 실마릴리온이나 반지의 제왕을 같이 언급하는 것도 그렇고, 드래곤라자, 이영도의 '새'시리즈를 제치고서 퇴마록을 꼽다니! 하고 말이다. 드래곤 라자는 읽어봤고, 이영도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내가 말한 것은 '한국형 판타지' 소설로 퇴마록을 꼽은 것이다. 요새 이영도 작가분께서 세계관을 새로이 구축하는 경향을 보이고 계신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어찌됐든 현재, 과거에 한국에서 출판된 판타지 소설은 전부 서양의 세계관을 가져왔었다. 엘프, 드워프, 오크 등. 기사와 영주가 있고, 성과 왕이 존재하는 그런 곳. 서양의 과거사와 설화, 신화를 모티브로 삼은 전형적인 서양식 세계관이다.
국내편, 세계편, 혼세편, 말세편으로 가면서 서양과 관련되어진 신화도 많이 등장했으나, 어디까지나 중심은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그들'이 중심이었다. 그들은 부적과 주술을, 서양의 오오라를, 도력의 내공을 가진 이들이었으니, 작가는 그 인물들을 창조하기 위해, 그리고 그 인물들에게 사건을 일으키기 위해 일본, 중국, 한국, 인도를 넘어서서 민간 신앙, 각종 신화와 신비한 주술, 관련 역사까지도 조사하고 탄탄하게 구성하였다. 소설 뒤에 나오는 참고문헌, 자료 부록을 봐도 엄청나게 방대한 자료를 꼼꼼하게 조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소설이 한국에서 판타지 소설상으로 1000만부 이상 팔렸으며, 한국시장에 판타지 소설을 본격적으로 열었고, 작품 수와 구성, 스토리 흐름을 본다면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아직까지도 쭉 1위로 자리잡고 있는 퇴마록이다.
번외편은 그들이 사건과 사건에 치이고 있을 때의 그 짤막한 사이에 있던 일, 혹은 그와 연관되었던 주변 인물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본편에 비해 재미가 떨어지는 느낌이지만, 그 장대한 본편을 이 한권에 바라는 것이 더 웃긴 일일 것이다. 4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성인의 죽음 / 마음의 칼 / 죽었다고 지옥을 아는가 / 1997년 12월 25일 / 이렇게 4개의 단편이다. 대성인의 죽음은 본편에서 있었던 인물과 인물 사이의 숨겨진 관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마음의 칼은 현정 비구니의 번민과 고뇌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죽었다고 지옥을 아는가는 현암, 승희가 미국에서 사건에 휘말릴 때 잠깐 그 사이에 있었던 사건을 다루고 있다. 대성인의 죽음을 통해서 얼마나 퇴마록이 탄탄하게 구성되었는가를 다시 알 수 있다. 작가가 그냥 추가로 어거지로 갖다 붙이기 위해 쓴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생각을 하고 있었던 듯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과 반전의 재미가 있으며, 죽었다고 지옥을 아는가는 다시 한번 퇴마록을 보는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 1997년 12월 25일은 그들이 세상에서 종적을 감춘 후 어떻게 주변 인물은 생각하고 있는지 잠깐 비춰주는 것 뿐이다.
역시나 본편에 비하면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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