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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 리처드 메디슨 지음

어둠속검은고양이 2015. 3. 20. 19:09



나는 전설이다(밀리언셀러 클럽 18)

저자
리처드 매드슨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05-06-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계 공포 소설과 영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전설적인 흡혈귀 소...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 책을 읽은지 3주가 다 되어간다.

이제서야 리뷰를 쓴다. 꽤나 늦은 셈이다.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역시나 '처음 시도를 했다는 점'이 크다는 것이고, 나의 머리가 소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 싶었다.

공포소설의 대부로 불리는 리처드 메디슨의 '나는 전설이다'는 그야말로 전설이다. 이 소설은 몇 번이나 영화화 되었지만, 소설을 영화에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고, 몇 년 전에 윌 스미스를 주연으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역시 이 영화조차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CG 등을 이용한 착실한 효과로 들어간 자본을 회수하기 위해서 대중적인 결말로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작품성을 포기하고 대중성(?)을 얻었다고 하지만, 흥행도 크게 되지 않은 것 같다. 감독판 dvd에서는 결말을 다르게 작품성(?)에 맞췄다고 하는데 과연?

몇몇 리뷰를 보고서야 영화 속 상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어찌됐든 나의 머리를 의심하게 된 까닭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재밌고, 상징적인 부분이 잘 드러났지만, 그게 과연 계속 회자될 정도로, 정말 '전설'급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드러나면 모방과 변형은 쉬운 법이기에 이미 현대 공포물을 봐온 나에게 있어서, 콜럼버스 달걀인 '나는 전설이다'라는 작품이 크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

작품해설을 읽어보니 좀 더 명확히 이해가 갔다.


작품해설을 보고 다시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나는 전설이다'에서의 나는 전설이다 부분 말고 그외 단편 부분은 별로였지만,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해설을 읽고 보면 좀 더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게다가 그 시대 미국의 배경을 알고, 원문으로 보면 금상첨화. 아무래도 모든 작품이 그렇듯, 작가의 서술기법이 번역되다보면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작품해설 부분을 발췌해본다.

'제 1, 2차 세계 대전 후, 공포 소설들은 20세기의 가장 심각한 근심들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리처드 매드슨은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며, 미국 현대 공포 소설 역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기도 하다. 매드슨 작품의 전형적인 특징은 남에게 잘 속는 미국 교외 지역의 남성이 겪는 심리적, 정신적 변화를 그려내는 것이었다.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은 대개가 아메리칸 드림 아래 살아가는 소외된 회사원이었고, 일상은 이미 악몽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

매드슨은 전통적인 흡혈귀 신화에 현대적인 변이를 가미해 훌륭한 공포 소설을 만들어냈다. 소설은 후기종말론적인 판타지와 편집증적인 공포를 둘 다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1950년대 남성성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

조설이 고나심을 갖은 것은 1950년대 미국의 중산층 남성이 겪는 일상의 공포를 패러디하는 것이었다. 주인공은 보수적이고 준칙에 따라 사는 세계의 축소판이다. 인류가 멸망하고, 흡혈귀들이 날뛰고 있는 세상, 이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어도, 네빌의 일상은 겉보기에는 여전히 반복적이고 평범한 일들의 연속이다. 이 소설이 매드슨의 최고작이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통찰력 때문이다.

소설의 결론은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인습적인 관념들을 뒤엎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전설이다, 황금가지, 조영학 옮김 446p~451p 인용-


그렇다. 이 소설의 백미는 바로 정상과 비정상의 관념을 뒤엎는 부분이다.

네빌은 바깥의 저 '괴물들'과 홀로 싸우는 '유일한 인간'이다. 괴물들은 비정상이고, 인간성을 가진 자신이야말로 정상인 것이다. 네빌은 끊임없이 저 괴물들의 존재에 대해 규정하려고 애쓴다. 예로부터 내려오던 흡혈귀라는 존재가 아닐까 의심하면서도 그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한다. 네빌은 저들이 단지 바이러스에 의한 병에 걸린 존재들이라 굳게 믿는다. 병에 걸리지 않은 자신이야말로 정상인 것이며, 병 걸린 저들이야말로 비정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흡혈귀에게 잡힌 네빌은 불현듯 자기 자신이 인간의 세계가 아닌 흡혈귀들의 세상에서 살아온 것임을 깨닫게 된다. 한 흡혈귀는 말한다.

내가 아는 한 당신은 유일하게 남아있는 옛 종족중 한 명일뿐이다고.

네빌은 스스로에게 말한다.

"나는 이제 비정상적인 존재다. 정상이라는 것은 다수를 의미한다. 다수의 기준이지 한 사람의 기준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기꺼이 죽어가면서 자신은 과거 흡혈귀처럼 저주받고 사라질 신화 속 존재로서, 전설이다고 말한다.


내가 전설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유일한 인간이 아닌, 유일한 괴물이 되었기에. 과거 신화 속 존재로 남아, 그는 흡혈귀의 전설처럼 새로운 '인류'의 전설이 되어 회자될 것이다. 네빌이 직접적으로 말하는 이 부분이, 소설의 주제를 떠먹여주다시피 하지만, 그래도 정상과 비정상의 관념을 뒤엎으면서 이렇게 공포소설로 담아냈다는 부분에 있어서 대단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이 소설도 역시. '전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