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영화

설국열차

어둠속검은고양이 2013. 9. 13. 07:05



설국열차 (2013)

Snowpiercer 
7
감독
봉준호
출연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정보
SF, 액션, 드라마 | 한국, 미국, 프랑스 | 126 분 | 2013-08-01


설국열차에 대한 짤막한 감상평(밑에 스포가 있음)

나는 설국열차에 대해 아는 내용도 없고,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보았는데, 개인적으로 깔끔하게 끝내서 마음에 들었다. 하고자 하는 말을 눈에 띄게 드러내주어서 영화 보는데 골 아프지 않은 점도 굿굿.

양갱 양갱 거리길래 사가서 먹으면서 볼까도 했는데...귀찮귀찮. 딱히 비위에 상하거나 그러지는 않더라. 먹으면서 볼 수 있을 듯.
오히려 내가 생각한 양갱은 하도 사람들이 난리길래 사람의 살이나 피같은 걸로 양갱을 만든건 아닐까 하고 생각도 해보았으니 그거에 비하면야 뭐 soso.

영화를 보는 내내 결말을 이리 생각하고 저리 생각하고 반전이 있을까 없을까 머릿속으로 열심히 굴려가면서 봤지만 딱히 반전은 없었다. 스토리를 그냥 충실하게 깔끔히 끝. 이 점도 마음에 들었다.

(스포 있음)
CW-7은 사실 원작 만화책에서는 기상을 조정하는 무기 계발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조정으로 바꾸었다.
만화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 중 일부를 크게 바꾼 것 같지만, 메인 스토리에는 큰 영향은 없다.

열차 = 사회의 축소판.
열차는 칸칸마다로 나뉘어 있고 오직 일부 관리자들만 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은 계급으로 나뉜 사회를 완전히 반영하고 있다. 꼬리칸에 타고 있는 이들은 좀 더 좋은 식량과 삶을 위해서 앞선 칸으로 가고 싶지만 절대 갈 수가 없다. 가려고 하는 순간 무자비한 폭력과 총이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오직 앞선칸에서 온 관리자들의 선택을 받은 자만이 소수로서 앞으로 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왜 하필 열차일까?
1. 열차는 앞을 향해서 간다.
이는 꼬리칸이 있는 사람들이 앞칸으로 가려고 하는 것과 같다. 늘 앞으로 앞으로만 간다. 하지만 이 설국열차는 결국 전세계를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다. 결국 사회는 앞으로 앞으로 발전되어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끝없이 순환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 한다.

2. 열차는 빠르고, 튼튼하다.
열차는 매우 빠르다. 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열차에서 뛰어내린다는 것은 자살행위다. 그리고 이 열차는 혹독한 빙하기의 지구로부터 사람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이 열차의 칸이 아닌, 열차 자체를 벗어나려고 하는 것은 꿈에도 꿀 수 없다. 왜? 나가려 뛰어내리는 순간 안정을 보장할 수 없고, 무사히 뛰어내린다고 하더라도 얼어죽고 만다. 이는 결국 인간이 사회의 제도, 틀에서 벗어나는 순간 죽어버린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점을 얼어죽어버린 7인의 반란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열차에서는 열심히 아이들에게 주입하고 있다. 오직 이 기차만이, 그리고 기차의 지배자이신 월포드님만이 너를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고 나가면 얼어죽고 만다는 것을.

꼬리칸의 사람들 = 기차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있는 인간들.
지배 이데올로기 하에서 사회 제도라는 것은 하층민이 있어야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앞칸의 관리자들은 이따끔씩 와서 꼬리칸에 무임승차한 사람들 중에서 몇 명의 소질이 있는 사람들을 데려간다. 예를 들면, 5살의 꼬마아이, 수석 연주자 등. 자신들의 삶의 유지를 위해서 노동해주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무임승차자'라는 딱지가 붙은 이들을 굳이 먹여 살리는 이유는 그것이다.그들 모두를 죽여버리면 식량도 물도 훨씬 풍족하게 쓸 수 있을텐데 말이다. 결국 부려먹을 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부려먹히는 인력은 '훌륭한? 단백질'을 공급받아 살아간다.
꼬리칸의 모든 이들의 꿈은 앞칸으로 가는 것이다.

커티스 = 길 잃은 혁명가
커티스는 꼬리칸의 무임승차자이지만, 많은 이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이 기차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엔진을 손에 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으며 확고하게 목표를 세워놓았다. 결국 그는 엔진까지 도달한다. 기차의 지배자의 위치에 도달한 순간, 월포드의 말에 그는 머뭇거린다. 이제부터 어찌해야 할 것인가?

중간관리자 = 공포, 억압의 권력
이들은 무질서를 싫어하며, 월포드와 엔진을 절대적으로 숭배한다. 질서 유지를 위해서 가혹하리만큼, 강제로 앞을 얼게 만들어 부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꼬리칸의 사람들에게 기차 밖의 혹한을 보여줌으로써 기차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고 알게 모르고 끊임없이 세뇌를 하고, 자비로운 월포드님 덕분에 이 기차안에서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월포드 = 이 사회의 지배자
그는 커티스에게 말한다. 균형이 중요하다고. 그렇기에 그는 전쟁, 폭동 등은 불가피하게 필요한 것이며 그것이 있어야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중간 관리자도 앞칸으로 안내하면서 끊임없이 말한다. 아주 세심하고 정밀한 균형으로 물고기와 고기와 과일을 얻을 수 있다고. 그러면서 꼬리칸의 이들에게는 질서야 말로 우리가 살 길이며, 무질서가 일어나는 순간 우리는 모두 멸종할 것이라 말한다. 유일한 사회라는 이 기차에서 한정된 음식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균형이 필요하다.
남은 이들을 살리기 위해서, 멸종을 피하기 위해서는, 균형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희생은 불가피하다.

나도 균형이 중요하다는 월포드의 말에는 동의가 갔다.
현재 지구는 인구가 과포화 상태라고 늘 말하고 있으며, 자원은 부족해져고 있다고 한다. 과학은 열심히 발전하고 있고, 과학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밋빛 희망을 내세우지만 글쎄...
극한의 상황에서 언제까지고 '민주적으로' 이번에 누가 죽을지 정하면서 죽을 것인가?
결국 힘이 있는 이들은 그 힘을 이용해 그들도 살기 위해서 피지배층을 억압하고 죽인다......

나는 이러한 결정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분명한 것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균형은 중요한 것이고, 한쪽은 다른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발판삼아 균형을 맞추고 있고, 균형이라는 미명하에 죽어나가는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앞칸으로 전진하는 현실, 그러한 현실이 정말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자가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헤치는 현실...
과연 모두가, 정말로, 윈-윈하는 전략이 있을 것인가?
그 정해진 기차라는 틀 안에서 윈-윈하는 전략이 정말로 있을지 과연?

남궁민수, 숨겨진 혁명가
그는 기차의 보안설계 관리자였지만 결국 감옥칸에 있는 죄수로 전락한 인물이다.
그는 커티스에 의해 구출당하고 결국 앞칸까지 가지만 커티스에게 말한다.
내가 부수고자 하는 문은, 열고자 하는 문은 이 월포드가 있는 엔진칸의 문이 아니라고.
바로 옆, 기차를 열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이 문을 열고 싶다고.

이 부문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 기차를 벗어나자고 커티스에게 말한다. 분명히 우리는 이 기차를 벗어나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즉 이 정해진 사회의 틀을 부수고 뛰쳐나갈 것을 커티스에게 말하는 것이다. 꼭 기차만이 이 혹한의 빙하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에 앞서서 남궁민수는 2가지를 근거로 들어 말하려고 한다.
1. 몇 년전에는 비행기 꼬리부분만 나와있었는데, 시간이 지난뒤에 몸체까지 드러났다. 눈이 녹고 있다는 증거다.
2. 그리고 식물칸에서 밖을 보았을 때 놀라운 것을 보았다.
(무엇인지 밝히지는 않았으나, 결말에 나온 북극곰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커티스는 듣지 않는다. 그리고 월포드와 결판을 내기 위해 엔진칸으로 가고 결국 길을 헤메이게 된다. 이태껏 살아왔던 기차, 커티스에게 기차 밖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춥고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임이 분명하다. 결국 그는 혁명에 성공했고, 엔진칸을 점령했으나, 그는 고뇌에 빠진다. 이 비참하리만큼의 기차(사회의 제도)안의 계급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지배계층에 들어섰으나, 결국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다. 이 세밀하고 정교한 균형으로 이루어지는 기차에서 삶을 그가 원하던대로 칸막이을 폐지해버리고 다 같이 happy하게 산다면, 잠깐의 유토피아는 올지언정 결국 다 죽고 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남궁민수의 말은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남궁민수는 이 기차 밖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7인 = 막연한, 너무도 막연한.
이 영화에서 7인의 반란사건이 잠깐 언급되며, 밖에서 얼어죽은 이들을 보여준다.
이들은 결국 남궁민수에 앞서서 이 기차(사회제도)를 벗어나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로 성공해서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얼어죽고 말았다. 그저 막연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나갔기 때문이다. 남궁민수는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살 수 있을 것이라 추측을 하고 실천에 옮겼지만, 그들은 아무런 근거없이 만역하게 나갔기에 얼어죽은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이 영화는 말해주지 않는다. 남궁민수의 딸 요나와 어린 아이 하나만 기차 밖으로 나온다....그들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두꺼운 외투 한벌뿐. 남궁민수를 믿는 사람들이라면 그들이 밖에서 잘 살아갈 것이라 생각할 것이고, 결국 기차만이 유일한 대안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얼어죽었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깔끔한 스토리와 영상으로 결말을 처리하고 생각의 여지도 남겨주었다.
전체적으로 스토리, 영상, 이야기, 결말 다 마음에 들었다.

첨언, 월포드의 대사중에서 요즘 기차도 예전같이 않아...부품이 문제가 있어서 어린아이로 대체하고 있지 라는 부분은 기차도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라는 걸 암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끝.

아, 하나 더...원작에서는 사실 월포드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고 한다....
사실 그 편이 좀 더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하게, 충격적으로 전달해주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 영화는 참 친절하게 인물을 만들어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나는 이 영화를 꽤나 즐겁게 보았고 마음에 들었는데, 평점이 낮은 이유는 아마도 결말이 이게 뭐야?식으로 끝나서 그런 것을 아닐까 싶다....그리고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을 생각해보며 다시 한 번 본다면 훨씬 재밌지 않을까 싶다.

'취미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0) 2013.10.27
나우 유 씨 미 : 마술 사기단  (0) 2013.09.13
영화 박수건달  (0) 2013.03.30
영화 화차  (0) 2013.03.30
영화 베를린  (0) 2013.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