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오래전 올리케 헤르만이 지은 <자본의 승리인가, 자본의 위기인가>책의 리뷰를 통해 임금 상승에 대해 일부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다시금 생각해보아도 책에 말한 임금 상승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최저임금이 드디어 1만원을 넘어섰다. 이에 대해 자영업자나 생산자들의 말이 많다. 당연하다. 인건비는 어느 제품이나 서비스에서든 많은 비중을 차지 한다.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돈이고, 그것은 해가 지날수록 숙련이라는 이름하에 가격이 올라가기까지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한쪽에서는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비용이 부담된다고 난리다. 얼마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비행기 항로가 가격이 배로 비싸도 전부 완판이 되었고, 인기가 치솟고 있어서 운항 횟수를 늘릴 계획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직후 공장에 실습하러 왔다 사망한 19세 청년의 기사를 보았다. 기분이 매우 묘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들이 번 돈을 어떻게 쓰건 그것은 주인 마음이다. 그리고 능력에 따라, 가지고 있는 자산에 따라 삶이나 경험이 달라진다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도 뭔가 기분이 묘했다. 약간, 삶이란, 사회란, 인생이란 하고 살짝 돌아보게 되는 느낌이었다. 여튼 간에 그렇다. 한쪽에서는 어떻게서든 살아가려고 아둥바둥 하는데, 한쪽에서는 비용을 줄이려고 아둥바둥이다. 물론 비용을 줄이는 쪽도 살려고 하는 거다. 살려고. 경쟁 사회에서 비용을 줄이지 않으면 회사가 도산하게 될테니.
어느 샌가부터 최저 임금은 대한민국의 공식 월급이 되었다. 최저 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한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받아아야 할 돈이다. 그런데 상당수의 서비스업이나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이 월급이 된다. (물론 이것도 안 주는 경우가 많지만 일단은 논의를 위해 넘어가자.) 그래서 그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화가 단단히 난다. 당연하다. 내 가게고, 내 회사인데. 월급을 내 마음대로 정해주고 싶은데, 외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정해주면 기분이 영 그렇다. 하지만 그 월급은 누군가에겐 생계를 위한, 살아가기 위한 귀중한 자원이다. 그것이 없으면 당장 굶어야 하고, 죽어야만 한다. 생사의 기로다. 그렇기에 월급을 주는 입장에서, 월급을 받는 입장에서 입장 차이는 극명하다. 최저 임금이 적다. 최저 임금이 너무 올라서 부담된다.
자영업자가 너무 많은 대한민국에선 노동의 공급자와 노동의 수요자가 많기에 교착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대체적으로 월급이라는 생사여탈권을 쥔 회사가 노동자에 비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노동자들은 단결할 수 밖에 없다. 힘이 안되면 머릿수인 거다. 그렇기에 국회의원들은 그들의 표를 의식해서 입법을 할 수 밖에 없는데, 대한민국은 노동의 수요자인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표까지 신경써야 하니 제도나 입법이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다. 입장 차가 극명한 두 집단의 머릿수가 둘 다 많으면 어느 것을 선택하든 욕 먹을 수 밖에 없고,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필자가 책리뷰를 통해 말했고, 앞서 말했듯이 임금 상승은 자본주의를 건강하게 만든다. 그것은 기술 혁신을 가져온다. 요즘 유행하는 것이 바로 챗 GPT다. 챗 GPT가 고도화 될수록 어중간한 개발자들은 전부 백수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것들 - 자동화나 효율화, AI인공지능화 은 모두 인건비나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투자되고 개발된 것들이다. 최저 임금이 부담된다고? 그럼 무인 상점을 열면 된다.(무인 상점의 경찰 행정력 낭비, 보안 비용의 사회적 전가 등의 문제도 있지만 일단 넘어가자.) 실제로 무인 상점도 많이 늘었다. 어떤 과정들을 자동화, 무인화 하는 것은 수많은 자본을 요구한다. 허나 그것은 한 번 이룩해놓으면 해가 지날수록 인건비 절감으로 인한 수익을 가져다 준다.
허나 대한민국은 문제다. 정확히는 고도화되지 못한(혹은 고도화할 필요가 없는) 기업들-자영업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 문제다. 그들은 거대한 자본을 투입할 여력이 없고, 투입할 생각도 없다. 당장 몇 년 앞도 불안한데 구태여 자본을 투자하겠는가. 그냥 인건비를 최대한 쥐어짜서 부를 축적해야겠다는 마인드 뿐이다. 그들의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그러나 그러한 선택이 장기적으론 독이 될 것인즉, 그것들이 이제와서 터져나오는 것이다. 옛날이야 넘쳐나는 인력으로 어떻게서든 갈아치우면서 기술력 부족을 메꾸면서 버텼지, 지금은 인력부족으로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최저 임금의 상승은 기술 혁신을 가져올 것이지만, 이제 그것은 자본이 충분한 대기업이나 가능하다. 특히나 기술이 고도화된 지금 시점에선 그 투입 자본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그래서 비교적 투입자본이 적은 초기부터 작지만 강력한 강소기업 육성이 중요한데, 그 강소기업 말려죽인 기업이 과연 어딜까. 그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고.) 그래서 이제와 중소기업들은 기술 혁신을 시도할 엄두조차 안나는 것이다.
좀비 기업들과 좀비 자영업자들이 넘쳐나는 이 때, 최저 임금이 기본 월급으로 규정되어 버린 이 때, 최저 임금 상승은 분명히 독이 될 것이다. 그러나 최저 임금을 억제해서 좀비 기업들과 좀비 자영업자들을 먹여 살리는 것도 분명 문제다. 썩은 것은 도려내야만 한다. 하지만 도려내고 난 후에 그것을 대체할 것이 있는가. 좀비 기업과 좀비 자영업자들을 쓸어버리고 난 후에 그 구멍을 감당할 기술이, 기업이 과연 우리에게 있는가. 그런 기업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대한민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가.
비관론자인 나는 이미 늦었다 여기기에 결말이 패망이라는 답 밖에 없다 생각하지만 혹시 모르겠다.
'기록보존실 > 잡념들-생각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맞춤형 인간을 권하는 사회 (0) | 2024.08.26 |
---|---|
원하던 삶 생각하기 (0) | 2024.08.18 |
사라져가는 책임의식들 (0) | 2024.06.27 |
유튜버의 책임의식과 사회적 비용들 (1) | 2024.05.27 |
적응 (0) | 2024.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