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
세상에 돈은 넘치는데 나는 돈이 없어서 허덕인다.
젊은이들에게 눈이 높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지독하리 만큼 낮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사토리(득도) 세대니 뭐니 하면서 희망을 꿈꾸지 않아서 역설적으로 행복해져 버렸다고 말한다. 승진도, 취업도, 돈벌이도, 이성 교제도 전부 내려놓고, 여행은커녕 집에서 반경 1마일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며 살아가며, 꿈꾸는 것이 없으니 오히려 행복도가 올라가버렸다고 씁쓸해한다. 그런 일본의 상황을 보면서 지금 이 시대, 한국의 20,30대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불과 몇 달 전이다. 공부든, 취업이든 다 포기한 채 비경제활동인구로 들어서버린 20,30대들이 많다는 뉴스가 나온 것이 말이다. 그리고선 며칠 전엔 2020년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는 뉴스가 나왔다. 심각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코로나 원인으로 인한 일시적 하락' 이라는 핑계만 대고 있다. 원인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오래전부터 지적했지만, 기업들의 경쟁력을 이유로, 정치인들의 표를 이유로, 구조적 개선은 하지 않고 세금으로 때우고만 있었다. 결국 누구 하나 총대 메려고 하지 않고, 그 총대 메는 사람에게 지지를 보낼 생각도 하지 않았기에 만들어진 결과다. 1차적으로는 총대를 메야 할 사람의 책임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20,30대들은 누구보다도 원한다. 제대로 된 사회생활도 하고, 일이 조금은 고되더라도 가정에 돌아와서 가족끼리 알콩달콩 지내는 그런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들이 거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느끼고 있다. 지금의 내 돈벌이로는 나 하나만 건사할 정도인데 가정을 어찌 꾸릴까. 집값이 비싸다, 결혼 비용이 비싸다 하는 것도 거기에 닿을락 말락 할 사람에게나 생기는 불만일 뿐, 애초부터 오르지도 못할 나무가 더 크게 자랐을 뿐이다. 일본은 희망이 거세당해 절망조차도 느끼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들은 선택권이 있음에도 안 하는 것이다.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사회적 구조와 경제적 구조로 문제를 겪고 있지만 그들은 숨통이 트일 정도의 틈은 있다. 단지 그들은 홀로 살다 떠나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선택을 할 뿐.
한국은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다. 사회 기득권층들이 인구감소를 애써 외면하면서 행복회로를 돌리듯이 20,30대들 역시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서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못한다'라고 하지, 하기 싫어서 '안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렇기에 그들은 돈복사가 버그가 풀리고 있는 현재 폭탄을 안고 들어가는 것이다. 옛날 같으면 한탕주의에 빠진 철없는 사람들이라 욕먹을 짓이지만, 한탕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현실 앞에서 그 얼마 안 되는 돈 가지고서 뛰어드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뒤처지는 현실이다. 그러나 언론과 정치권은 그런 이면을 무시한 채 한탕주의에 빠진 한심한 젊은이들이라 욕할 것이다. 그들은 너무 늙었고, 너무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하지 않았다. 기득권 속에서 편안하게 지내왔다. 그러니 이해하지 못할 수밖에.
시중에 돈은 넘친다고 한다.
미디어에 나오는 등장하는 이들은 행복해 보인다.
언론에서는 코스피가 올라가고 있다고 소리치며, 명품은 늘 매진 행렬이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니 어쩌니 저쩌니 통계, 수치는 늘 좋아 보인다.
그러나 거기서 '나'는 제외다.
이런 20, 30대들에게 눈이 높다고만 말한다.
도전을 무서워하고, 빈 손에서부터 시작하려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국의 20, 30대들은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자뭇, 내가 나이를 먹고 80대가 되었을 때의 한국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 그래도 놔버릴 순 없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그냥 묵묵하게.
어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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