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독서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 미카미 엔 지음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7. 25. 01:16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1-7), 미카미 엔 지음

소설은 등장인물의 처음과 끝을 보여주지 않는다.
우린 소설을 통해서 주인공과 주연 배우들, 그리고 조연들이 얽히고 설킨 이야기의 한 단막극만을 볼 뿐이다. 그래서인지 등장인물의 관계의 끝을 보지 못한 채, 소설의 막이 내리면 무척이나 아쉬울 때가 있다. 그것은 인생처럼 등장인물의 태어남과 죽음이라는 끝장을 보지 못하는 것에서 온다.

그것은 보통 2가지 경우다.
하나는 소설의 주된 사건이 빈약하여, 등장인물이나 등장인물의 관계 설정에 밀려서 독자의 흥미가 등장인물에 집중됐을 때이고, 다른 하나는 소설의 주된 사건이 깔끔하게 끝나서 미련이 없을 경우다. 명백히 이 소설은 후자라 할 수 있다. 사건이 깔끔하게 끝났으니 이제 남아 있는 건 등장인물간의 관계인 셈이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더래요.' 같은 추상적 결말이 아니라, 어떻게 맺어지고, 어떠한 과정 겪어서 살아갈 것인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비블리아 고성당의 사건수첩은 필자가 매우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다.
당시에 1-5권까지 리뷰를 쓴 뒤에 까맣게 잊고 있다가 최근에 떠올라 도서관을 찾았다. 6권은 있는데, 7권은 누가 숨겨놨는지 찾을 수 없었다. 6권만 대출한 후, 오늘 직접 다른 도서관을 찾아간 끝에 7권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주인공 비블리아 고서당을 운영하는 시오리코와 그 점원인 고우라 다이스케가 겪는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의 장점은 에피소드가 깔끔하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들은 각각의 별개의 사건이기 때문에 어느 책을 먼저 읽더라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렇기에 1권-5권까지의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6,7권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6,7권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핵심 사건은 1권부터 5권까지의 사건과 쭉 얽혀 있다. 1권부터 조금씩 조금씩 단서를 뿌리다가 6,7권 때 사건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그것들을 전부 회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1-5권이 기억나지 않아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단서들이 부차적인 단서, 즉 흥미를 돋구어줄 조미료 같은 역할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1권부터 읽는 것을 추천한다. 1권이 시작이니만큼 등장인물의 기본적인 관계도와 진행방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길다면 길다고 할 수도 있는 7권까지의 소설 내용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고 가는 것은 분명히 작가의 역량이다. 핵심 사건은 6,7권 2권에 불과하지만, 이 2권의 흥미를 절정에 이르도록 조금씩 조금씩 단서를 뿌리고, 그 단서도 별개의 에피소들로 구성하여 7권까지 흥미롭게 늘리는 것은 분명히 능력이다.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놓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꺼내기 위해서 관련된 단서들을 하나씩 하나씩 드러낸다. 하지만 이러한 단서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마치 장님 코끼리 만지듯 부분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는 7권 클라이맥스로 가면서 하나로 연결된다.

또한 이 책은 전체적인 장면을 떠올리기 쉽게 적당하게 묘사를 한 것이 장점이다.
예를 들어 가와이 간지 같은 사람은 배경을 엄청나게 세밀하게 묘사를 하여 현실감 있게 만든다. 하지만 이 작가의 묘사는 전체적인 배경을 간단명료하게 묘사하면서 핵심적인 부분만 세밀하게 묘사를 한다. 그래서 전체적인 상황이나 장면을 쉽게 떠올릴 수 있도록 해준다.


<스포주의>



이 책은 사실 시오리코 다이스케의 가계도에 얽힌 이야기다.
주된 것은 주인공인 시오리코의 가계도이지만, 다이스케의 가계도도 나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애초부터 작가가 주인공의 가계도를 중심으로 소재를 구상했는지, 소재를 먼저 구상한 후에 관계도를 짜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다. 핵심 소재가 고서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러한 고서를 둘러싼 인물간의 갈등과 관계가 사건의 주된 내용이다.

고서라는 것이 독특한 소재이긴 하지만 단순히 모르는 사람들끼리 고서를 차지 하기 위한 싸움이었다면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을 것이다. 고서와 고서당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문학소녀(?)라는 흥미로운 등장인물, 그리고 장르는 추리소설이라는 독특합 조합이 인기에 한몫을 했지만, 내용상으로도 고서에 관한 광기에 가까운 집착들이 빚어낸 인물들간의 갈등과 그 속에 숨겨진 혈연관계가 내용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고서에 관한 일화나 숨겨진 이야기들도 꼼꼼한 자료 조사를 통해 작성한 것도 흥행 요소 중 하나라 생각한다.

작가가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했는지 이 소설은 다자이 오사무의「만년」으로 시작해 「만년」으로 끝난다. 그 외에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이 여럿나오기도 한다. 정확히 말해서, 「만년」은 시오리코의 가계도를 밝히는 핵심적인 역할을 함과 동시에 7권에 일어날 마무리 사건들을 전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마무리 사건은 셰익스피어의 퍼스트 폴리오와 얽힌 이야기로, 이 또한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여느 평이 그렇듯이, 이 책은 전적으로 라이트 노벨로 취급하기에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일반 소설로 취급하기도 애매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양쪽의 특색을 모두 어느 정도 지니고 있기에 그 사이 지점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