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도 썼던 것 같은데.
편지에 잠깐 언급했던 것 같다.
한국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뭐 끝도 없는 화수분이니까.
사회를 분석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지금 대한민국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돈의 독주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것은 돈으로 귀결되어 버리고 있다. 그래서 뭐?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사라져버리고 있다거나 뭐 그러한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가치란 주관적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런들 저런들 도덕, 윤리적으로 접근하면 소모적 논쟁만 될 가능성이 크다.
돈의 독주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정확히 말해, '독주' 상태가 문제다. 민주주의에서 삼권분립을 외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제갈량이 유비에게 천하삼분지계를 중요성을 말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건 서로 견제가 되어 안정적인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되는지는 의문이지만) 사법과 입법, 행정은 서로 관여치 못하고 서로의 역할만을 다할 뿐, 직접적인 권한과 분리되어 자연스레 견제가 된다.
그렇다면 돈은 무엇으로 견제되는가.
필자가 보기엔 그건 명예와 권력이다. 우리는 직업을 택할 때 여러가지를 고려한다. 건강, 능력, 돈(복지 포함), 사회적 위상(명예나 권력), 자아실현, 워라밸 등등. 그러나 이상하게도 타인을 평가함에 있어 직업은 '그 사람이 얼마나 연봉을 받느냐'로 가치의 척도가 변한다. 그 사람의 자아실현이나, 워라밸과 같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 따위 것들은 알 바가 아니다. 연봉 많이 받네? 그럼 좋은 직업. 우수한 직업. 그리고 우수한 직업에 종사하는 우월한 사람. 연봉 적게 받네? 능력이 부족한 사람 혹은 아직도 철 없는 사람. 그런데 웃기게도 사농공상 마인드가 남아 있어서 한편으론 감히 몸 쓰는 천한 직업이 연봉을 많이 받아? 하고 배 아파한다. 오히려 왜 이렇게 연봉이 높냐고 뭐라 한다. 아주 거지같은 마인드다. 돈으로 평가할 거면 확실하게 돈으로만 보던가. 정작 본인이 직업 선택함에 있어서 돈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를 고려하면서, 타인이 직업을 삼는 것에 있어선 돈으로만 판단하고, 그마저도 사농공상에 입각해서 연봉을 결정 짓는다.
여튼 간에 사람이 입체적이듯 사람마다 추구하는 것도, 판단하는 것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그 판단을 존중해줘야 하고, 본인의 삶에 충실히 살아가면 될 터인데, 이놈의 사회는 그걸 내버려두지 않는다. 끝없이 서열화하고 비교한다.
예전에는 타인에 대한 직업의 가치 척도가, 비교 대상이 권력,명예,돈 이렇게 3가지는 되었다. 예를 들자면, 오랜 전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충분히 존중받는 직업이었다. 학부모들도 선생님은 소위 말해 '배우신 분'이었고, 자식을 훈육함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분으로 인식했기에 최소한 공손히 대접했다. 월급보다 명예직으로 식자층, 윤리성을 따졌다. 지금은 어떤가. 나는 교육 서비스 수요자고, 너는 교육 서비스 공급자일 뿐이다. 공급자는 수요자의 말을 들어야 한다. 민원 넣고 항의하는 것은 수요자의 권리며, 내 자식을 위해 교육 서비스 공급자인 선생의 사생활까지도 통제하려 든다. 그로 인한 고통은 누칼협? 내 알빠? 로 돌아갔다. 너가 안정적인 직장을 원해서 선택했으니 온갖 쓰레기같은 민원을 참고 견디라 한다. 그렇게 명예마저도 사라졌다.
권력? 권력에 대한 존중은 있다. 그러나 그건 힘에 의한 굴복일 뿐이다. 정작 권력을 쥐는 이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권력을 이용한 돈벌이다. 그리고 시민들도 '그 자리 가면 얼마나 해먹겠어. 원래 다 해먹어.' 그런식으로 끄덕끄덕 합리화할 뿐, 투표를 통해 견제할 시스템을 만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권력을 통한 부정부패를 용인하고 순응하고, 또 권력을 잡은 이들은 이 힘을 이용해 돈을 벌 생각만 한다. 결국 직업으로서의 존중함에 있어 권력과 명예가 사라졌으니 돈의 독주시대다.
사회가 돈으로 사람을 못 붙잡겠거든, 명예를 지켜줘야 하고, 명예가 부족하면 돈으로라도 메꿔야 하고, 명예도, 돈도 아니면 권력이라도 있어야 할 터인데, 모든 상대의 직업에 대한 평가가 누칼협? 꼬이직~으로 귀결되어 연봉으로 가치가 정해지니 사람들은 수중에 남아있을 수 있는 돈만 보게 되었다. 그 결과 책임의식 없음, 직업의식 없음, 윤리 및 도덕의식 없음, 월급루팡, 한탕주의, 부정부패의 일상화가 되어 가고 있다. 무형의 가치가 암만 있어봐야 정작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이가 없는데. 명예, 책임의식, 신뢰와 같은 무형의 가치들은 사회적 인정이 있어야 빛을 발하는 가치들이다. 지난 세월 인적 자원을 갈아넣어 유지하던 사회적 인프라가, 인적 자원이 오염되었을 때 어떤 결과로 나타날 것인가.
누군가는 무너져 가는 사회적 인프라를 책임의식을 갖고, 직업의식을 갖고 지탱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닐 것이다.
각자 도생의 시대.
방관의 시대.
사회적 인프라가 무너질 날이 조만간이다.
과연 우리 세대가 끝나기 전까지 대한민국의 사회적 인프라가 유지될 수 있을까 싶다.
p.s
나 역시 이리 글을 썼어도 뭐 얼마나 초연한가 싶다.
나도 돈이란 다다익선이라 생각하니까.
그래도 돈은 일정 이상만 되면 더 이상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 후부턴 나의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가지.
그래도 돈을 받고 일하는 이상 그 일에서만큼은 확실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럴려고 돈 받고 일하는거니까.
'기록보존실 > 잡념들-생각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어의 중요성 (1) | 2024.10.03 |
---|---|
맞춤형 인간을 권하는 사회 (0) | 2024.08.26 |
원하던 삶 생각하기 (0) | 2024.08.18 |
최저 임금 1 만원 시대, 이것은 독일까. (0) | 2024.07.15 |
사라져가는 책임의식들 (0) | 2024.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