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영화

늑대아이 아메와 유키

어둠속검은고양이 2015. 9. 7. 09:48



늑대아이 (2012)

The Wolf Children Ame and Yuki 
8.5
감독
호소다 마모루
출연
미야자키 아오이, 오사와 타카오, 쿠로키 하루, 니시 유키토, 오오노 모모카
정보
애니메이션, 판타지, 로맨스/멜로 | 일본 | 117 분 | 2012-09-13
글쓴이 평점  



최근에서야 늑대아이, 아메와 유키를 보았다.

TV에서 방영하던 걸 보고서 이제야 찾아보고서 글을 올린다.

일본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았고,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당시 상당히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근데 왜 나는 모르지....내가 내린 평점은 7점~8점이다.


확실히 그림적인 부분은 워낙 퀄리티가 뛰어나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작화붕괴가 일어나면 큰일이지..암. 갈수록 기술이 발전되고 작화를 그리시는 분들도 워낙 수준 높으신 분들이 많다보니, 그림적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없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연출, 개연성, 상징성 등을 봐야 하는데....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는데 글쎄다 싶다.


잔잔한 감동, 작중에서 주인공이 성장하여 과거를 담담히 이야기하듯 나레이션을 펼치는 것도 좋았다. (완전한 사회는 아니지만) 어머니 곁을 떠나 스스로 사회를 나아가려는 두 아이의 성장을 그려낸 시나리오 자체도 좋았고, 주인공의 나레이션에 어울리게끔 약간의 여운과 함께 결말을 담백하게 담아낸 점이 좋았다.


하지만 조금 갸웃거리는 설정이 있긴 했다. 짧은 시간안에 많은걸 시간을 담아내려 했던 탓인지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3번 만났나?? (세월의 흐름을 배경으로 설명해놓았던 것 같기도 한데..)여대생이 남자에게 반해서 동거 후 아이를 낳고 산다는 점, 그리고 모든 것을 참아내고, 두 남매를 홀로 꿋꿋이 키우는 어머니의 모습은 조금 무리한 설정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고자 하는 말에 치중하다보니, 아무래도 앞부분은 빠르게 넘겨야 했다지만, 모든 것을 감내하는 자애로운 어머니 상을 만든 것은 두 아이의 성장을 다루기 위함이었다곤 하나 좀 무리한 감이 있다. 하지만 감동적으로 적절히 잘 담아내었다. 단순한 '모성애'를 나타내고 눈물을 줄줄 감동을 주는 그런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언젠가 아이들은 성장해서 어머니 곁을 떠난다. 어머니의 마음엔 늘 '제대로 해준 게 없는데...'하는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찌됐든 클 것이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그러한, 독립하는 과정을 담담히 그려낸 점이 좋았다.


스포가 있다.


하나(엄마)는 대학교를 다니던 중 우연히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둘은 동거를 하게 된다. 그런데 그 남자는 늑대인간이었다. 둘이 한 가정을 이루며 살다가 하나는 유키와 아메를 낳게 된다. 그러나, 아메를 낳던 날 그 남자는 늑대로 변신한 채로 죽고 만다. 기뻐서 사냥을 하러 가다 인간의 손에 죽은 것인지, 어떻게 죽게 된 것인지는 모른다. 둘을 홀로 키우던 하나는 도시에 적응 못 할 두 늑대아이를 생각해 시골로 내려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시골에 내려간 하나는 두 늑대아이를 키우면서 밭 작물을 키우기 시작한다.  

  유키는 남매 중에서 누나로, 눈 오는 날에 태어나 유키라고 지었고, 아메는 남매 중에서 남동생으로 비오는 날에 태어났다고 해서 아메로 지었다. 그렇다면, 늑대아이 유키와 아메 이렇게 짓는 것이 순서상 맞을듯 싶은데, 반대로 바꿔놨다. 그 이유가 있다.

 유키는 굉장히 활발하고 말괄량이로 씩씩하다. 자연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사냥도 곧 잘 한다. 하지만 남동생 아메는 조용하고 사냥도 못하고 어머니 곁에 있으려 할 뿐이다. 하지만 둘의 선택은 달라진다. 유키는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사람과 어울리게 되면서 사람으로 있게 된다.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점점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유키는 '사람'으로서 존재하며, 사람의 길을 택하게 된다. 그러나 아메는 학교에 적응 못하고 걷돌다 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산에서 산을 지키는 수호자 같은 스승(여우)을 만나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며 '늑대'의 길을 걷게 된다. 어느 날, 아메는 폭풍우가 치던 날 죽어가는 스승 대신 그 뒤를 잇기로 마음먹고 어머니 곁을 떠나 산으로 들어간다.


  가만 보면, 늑대의 길로 갈 것 같았던 유키는 사회화 과정을 통해 인간의 길을 택하고, 조용하고 활발하지 않던 유메는 사회화 과장을 적응하지 못한 채 늑대의 길을 택한다. 보고 있노라면, 인간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서 인간답게 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른다.제목이 늑대아이 유메와 유키 인 이유는 각자 택한 길에 따라 제목에 맞춰 병치시켜놨기 때문이다. 극 중에서 그 남자가 딱 한번 하나의 꿈에 나오는데 중요한 말을 한다. 유메는 자신의 세계를 가졌다고. 다 컸다고...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혹은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성장한 것이 아니다. 저절로 독립한 것이 아니다. '정신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느냐가 바로 정신적 자립이 되었느냐로 귀결되어 독립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아메는 비록 10살이지만, 늑대로서는 이미 성숙한 성인인 것이다. 유키도 마지막에 중학교를 다니기 위해 기숙사로 들어가게 됨으로써 어머니 곁을 떠난다.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지만, 유키도 이제 어머니 도움없이 늑대인간의 모습을 스스로 조절하면서 자신의 두 발로 서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어머니, 하나다. 하나는 아주 이상적인 어머니상(?)을 하고 있다. 자애롭고 참을성 있고, 화내지 않고, 꿋꿋하게 아이를 키우는 그런 어머니상. 여대생이 아이를 낳고 갑자기 저렇게 어머니가 될 수 있나 싶지만...뭐 넘어가자. 애초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스로 생활해왔다고 나름 설정도 붙여놨고...그것보단, '하나'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시골로 떠나면서 아이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은 늑대로 자랄 지, 인간으로 자랄 지 선택해야 해."라고. 아이들의 미래를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어느 쪽이든 꿋꿋이 지켜봐주겠다는 의미다. 요즘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소중히 키운다고,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고, 자신이 길을 다 닦아주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 길에 압사당해 최악의 경우, 자살하거나, 스트레스 받거나, 가족 관계가 깨어져 버리곤 한다. '하나'같은 입장이 제대로 된 부모의 입장이 아닐까. 할 수 있는 만큼만, 아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그정도만. 그 후의 길을 어느 것을 택하든 아이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참된 부모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하나'는 자신을 두고 떠나는 유메를 향해 말한다.

"아직 너에게 제대로 해준 거 하나 없는데.."라고.

부모로서 위험할 지도 모를 '늑대의 길'을 택하려는 것을 막기도 했지만, 결국 '하나'는 유메가 택하여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길을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음을 안타까워 한다.


두 아이의 성장과 부모로서의 도리는 어디까지인가를 감동적으로 잘 녹여낸 에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다. 설정 때문에 별점을 좀 깎았다. 한번쯤 봐도 좋을 애니메이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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