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히 이 영화에 평을 내릴 수 있을까...
영화를 볼 줄 아는 눈이 없어서, 영상미가 어떤지, 화면 구성은 어떤지 말할 수가 없다.
단지 영화가 의문점을, 상징을 던져주었는가. 어떻게 표현했는가..정도만 조심스레 말할 수 있을뿐...애초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큐로 만든 영화라 뭐라 평할 수가 없다.
스포가 있다.(?)
필자가 이 영화를 보고 나온 뒤 그 다음 날인가..2일 뒤엔가??
김무성 대표께서 개소리를 씨부렸다는 소리를 들었다.
'노조가 쇠파이프 안 휘둘렀으면 소득 3만불 됐을 것' 이라는 소리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온 끝에 듣는 소리가 저딴 개소리라니 참으로 씁쓸한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구나 싶었다.
실제 실화를 바탕으로, 그 어려운 시절 일했던 여성 노동자분들을 인터뷰하면서 찍은 영화다. 그러니 이 영화를 보면서, '나때는 다 어려웠어. 지만 힘들줄 아네' 하는 개소리 따위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인터뷰에 응했던 분들도 한창 산업화 시절을 맨 몸으로 살아오신 분들이니까. 그분들이 말하는 세상은 생각보다 더럽고, 치열하고, 서러웠다. 그런데 어째서 다들 자신들이 사회에 나가면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 그들에게 돌을 던질까.
빨갱이라며, 배가 불렀다며, 어째서 그럴까. 그 노동자가 자신의 아버지이자, 자신의 어머니이자, 또는 사촌이자, 형제자매이며 궁극적으로 '나'라는 사실을 인지 못하는 것일까....
그 어려운 대한민국에서 살아갔던 '여성 노동자'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비록 인터뷰를 하고, 영화가 바라보는 곳은 '여성 노동자'이지만, 대한민국 '노동자들 전체'를 나타내주는 일이기도 하다. 과거 가발공장, 옷공장에서 미싱 돌려가며 일하시는 우리 어머니들을 보면서 솔직히 마음에 크게 와 닿지가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공장'이라는 환경과 동떨어져서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세대가 달랐고, 살아온 장소도 달랐다. 내가 겪어 온 곳은 시골이었고, 남자들이 육체적으로 노동을 하는 그런 농촌이었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일하는 곳이었으며, 사람이 하나의 부품으로서 취급받는 곳도 아니었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 사건의 일 같은 경우는 마음에 참으로 와 닿았다. 특히, 서비스직에 대한 감정노동이었다.
여기서는 과거 사건에서부터 비교적 최근에 있었던 사건까지 재연하고, 그 사건에 한복판에 있었던 분들을 인터뷰하며 진행한다. 중간중간에 메타포적인 장면이 전개되지만 내 수준으로는 어렴풋이 몇몇 장면만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도 더러 있었다. 그 점이 조금 아쉬웠다. 사건들을 보면 '홈에버', '기륭전자', '다산콜센터', '대한항공' 등등 각종 분야에, 각종 시대에 따라 사건들이 있었다. 해외를 다루기도 했다. 이제는 매우 소규모로 생산되는 가발, 옷...해외로 건너갔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비정규직' 문제로 피까지 흘렸다.
'달라진 것이 없어요. 공장의 공순이에서 사무실로 옮겨졌을 뿐 똑같아요.'
'(난로를 가르키며)이런 물건들 다 우리 노동자들이 만들어요. 그런데 왜 우리들을 무시하나요.'
'대통령께서 성실히 일하면 보상받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놀랬어요. 예전에도 그렇게 들었거든요. 공장에서 잠 못 자고, 잘 못 먹고, 그렇게 일하면서, 사장이 그랬어요. 성실히 일하면 다들 잘 살거라고. 보상받을 수 있을거라고.....성실하지 않는 노동자가 어디에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 늦게까지 성실하게 일해요. 먹고 살아야하니까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대략 이런 대화를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그렇다. 비단 어머니 세대 뿐만 아니라, 아버지들이, 국민 모두가 그렇게 고생해서 대한민국을 키웠다. 미친듯이 일했고, 해외에 파견도 나갔고, 그렇게 일해서 키웠다. 그런데 그들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집? 차? 땅?.....과거 열심히 일하셨던 분들은 땡전 한 푼도 없었던 시절에 비하면 잘 사신다. 허나, 그건 당연한 대가다. 전태일 열사가 몸에 불지르며 자살하고 난 뒤 수 년이 지나고 수 많은 노동자들이 시위한 끝에서야 겨우 최저임금이 정해졌다. 그 때 사장들은 다 반발했다. '최저'임금이다. 말그대로 인간이 받아야할 '최저'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아깝다고 반발했다. 20년, 30년이 지난 지금 어떤가. 그 때 그 노동자들과 사장들의 격차를 엄청 커졌다. 어째서, 그렇게 직접적으로 발로, 몸으로, 땀 흘리며 뛰었던 분들은 가난을 겨우 벗어나고, 사장들은 부자로 사는 것일까. 과거 노동자들의 과실은 누가 다 먹었는가? 먹고 살기 힘들다고, 다 같이 이겨내자고, 하면서 최저임금 안주고, 산업재해 처리 안해주고, 그렇게 회사 키워놓고서 결국 그 커다란 과실들은 누구에게 갔는가.
과거 그분들은 자식에게 가난이라는 굴레를 씌우지 않게 하기 위해 그렇게 기를 쓰고 일했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 자식들에게 '비정규직'이라는 굴레를 씌우는데 동조하는지 모르겠다. '비정규직'은 없어져야 할 것인데, 국가와 기업은 적극 장려하고 있다. 얼마나 편리한가. 하는 일은 같은데, '비정규직'은 돈을 조금 줘도 된다. 그리고 그것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는데 어째서 지지하는가. 당신들께서 고생했던 것은 우리가 좀 더 편하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었는가. 고통을 분담하고 다 같이 잘 사는 것은 좋은데, 어째서 '비정규직'이 지켜져야만 다 같이 고통을 분담하는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비정규직'이 지켜지는 것은 결국 고스란히 '노동자'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외국은 '공산품보다' 인건비가 비싸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그렇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발로, 일하는 것이기에 '육체'노동을 하는 이들의 인건비가 비싸다. 허나 대한민국은 반대다. 공산품은 비싸다. 이윤추구를 위해 당연하다. 인건비는 싸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당연하다. 인건비부터 줄이고 본다. 두 사람이 해야할 몫을 한 사람에게 시켜놓고 밀어부친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사람을 그리 쥐어짜기에 노조를 만들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것이다. (태클걸까봐 하는 소린데, 쇠파이프 휘두르면 안된다. 허나, 휘두르게끔 궁지에 몰아넣는 상황도 한번쯤 생각해보길 바란다. 애초에 휘두르지 않게끔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아닌가) 김무성 대표께서 좋아하시는 미국, 선진국 보라. '노조' 다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장려한다. 근데 그들은 어째서 소득 3만불이 넘었는가. 우리는 그렇게 기를 쓰고 '노조'줄이려고 하는데, 어째서? 노조가 없어야지 소득이 증대되는 것이라면, 선진국, 미국 전부 노조를 없앴을 것이다. 그런데 왜 없애지 않을까. 생각해보라. 소득이 증대되는 것은 좋은 일인데, 어째서 선진국 정부에서는 노조를 장려할까. 결국 노조가 없어지는 것은 국가의 소득이 증대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누군가'의 소득이 증대되는 일일 것이다.
'기륭전자'사건....
협상타결한 후 사장이 야반도주해버렸다. 배임, 횡령으로 돈을 실컷 펑펑 쓰시던 분이 노동자에게 밀린 임금 줄 돈은 없단다.
'대한항공사'에 대한 인터뷰...
비행기 화장실에서 승객이 목을 메고 죽었는데 그것으로 충격을 받은 승무원에게 바로 그 다음날 그 비행기를 탄 채로 업무를 하도록 지시했다. 해당 승무원은 충격으로 12시간 그 비행기 화장실 이용 못 했다고 한다. 외국인 승객들의 성적인 희롱에도 무조건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승무원들. 항공사로 컴플레인 들어가면 인사고과에 반영됨은 물론 팀 전체가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단다. 그걸 보았던 승무원은 그만두었다고 한다. 여기서 '1년 버티면 잘 버틴거에요. 3년 버티면 어디서든 버틸 수 있다고 해요.' 어째서 승무원은 늘 인력이 부족하고, 해마다 많이 뽑는지 알 것 같다. 자신의 누나가, 여동생이 직장에서 성희롱 당하고, 욕먹고, 더러운 노예취급 당하는 걸 생각해본 적 있는가. 이러한 노예적 시스템은 다른 항공사도 마찬가지다.
'다산콜센터'
전화해서 온갖 욕을 먹어가면서 부모욕까지도 들어가면서 굽신거려야 했던 상담사 직원분들.
엄청난 스트레스에도 쉴 수 없었던 이유는 자리마다 몇 분에 얼마나 일처리를 했는지 다 나와서 바로 인사고과에 반영한다고 한다. 가장 많이 처리한 사람, 가장 적게 처리한 사람 매 달 발표한다고 한다.
직원분들, 노동자분들도 사람이다.
그 분들이 있어야 제품을 받을 수 있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같은 소비자가 있어야 그분들도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어째서 사람과 사람간의 거래, 교환함에 있어서 '노예'와 '주인'의 직책으로 나뉘는지....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느낀 것은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 '부품'이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가족같은 회사라고 하면서, 어째서 가족이 당할 때 항변하나 해주지 못하는가. 컴플레인 들어오면 회사 이미지 나빠진다고, 싸우지도, 고소하지도 못하게 하고, 두 사람이 해내야 할 몫을 한 사람에게 맡겨놓고, 그것마저도 못 미더우니 통제와 감시로 첨철된 사회였다. 또한, '진상'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평등이 아니라, '갑질'을 할 수 있는 곳 아닐까 였다.
혹시나 해서 이 영화에 태클 거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미리 말한다.
'일부 사건' 가지고 되게 싸잡아서 욕하네. 라던지, '과거에는 다들 그랬어' 라던지.......
내가 앞서 말했지만, 과거에 다들 그리 힘들게 보냈는데, 어째서 일부 사람들만 부자가 된 걸까?
그들이 특출나서? 그럴만한 능력이 있어서? 그런데 그들은 왜 하나같이 과거에 최저임금 안 주고, 임금 체불했을까. 또한, 다 같이 힘들었다고 해서 부당한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다.
그리고, 일부 사건이라도 현재에 일어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닌가. '비정규직'이라는 '합법화'된 이름 하에서 싸게 부려먹고 짤라버리는, '동일 노동-동일 임금'에 벗어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 아닌가. 그것으로 모자라 '비정규직 4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소비자의 권리만큼이나 노동자의 권리도 소중하다는 것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당의 대표라는 자가 '노조가 쇠파이프 휘두르지 않았으면, 소득 3만불 달성했을거야' 말하는 사실이 암담할 뿐이다.
어쩌다보니 스포를 했다. 어쩌다보니 평이 내 일기장처럼 되어 버렸다. 이 영화 꼭 보길 바란다. 그 때 그 시절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꼭 보았으면 한다. 외면하지 말아야 할 우리의 슬픈 과거고 지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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