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영화

곡성(哭聲)

어둠속검은고양이 2016. 6. 2. 13:20




2016.5.31(화) 여의도 CGV


'영화가 500만명이나 동원할 만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일 것이다. 뒷심이 부족할 것 같다.' 내가 영화를 보고 나서 친구에게 한 말이다. 감히. 이 글 쓰기 전에 정보를 수집해보았더니, 내가 이런 말을 함부로 씨부려도 될 만한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각보다 엄청난 영화였다.


'관객 600만 가시권'

'한국 평론가들의 평점이 최고인 작품'

'박평식 평론가가 무려 7점이나 준 작품' 등등.

-박평식 이라는 평론가분은, 엄격한 잣대로 점수가 짜기로 유명하다고....


오컬트적 영화, 잔인함과 공포영화의 특성상 관객의 호불호는 갈리지만, 연출력, 몰입력에 있어서만큼은 다들 인정한다고 한다. 나 역시도 일반적인 관객 중 한 명으로서 연출력, 몰입력만큼은 대단하다고 인정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호'에 가깝긴 하다.


스포가 있다.


이 영화가 15세라는 것에서도 조금 놀라웠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잔인하지 않다. 왜냐면 그 잔인함과 공포는 관객 내부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피가 묻은 신체 일부를 보여준다거나, 집안에 흩뿌려져 있는 피, 그리고 마을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상상의 공포감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히 연출을 통한 것이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 역시도 한몫했다. 연기도 워낙 훌륭했고, 아역 배우의 연기 또한 매우 좋았다.


심약하거나, 공포스러운 것을 못 보는 사람이라면 굳이 권해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분명히 재미는 있다. 사건 속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관객들은 어느 새 주인공이 되어 있다.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누구를 믿어야 하나? 기로에 서게 된다. 이는 주인공과 사건의 중심부에 있는 두 인물을 교자편집을 통해서 대비하여 보여준다. 이 두 인물들은,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듯, 이 영화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 사건이 어떻게 다가오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 부분의 압권은 바로 사건을 '낚시'에 비유한 것에서  왜 하필 자기 딸이냐고 분노하는 주인공 앞에 일광(황정민)은 이렇게 말한다.
자네는 낚시할 적에 뭐가 걸릴건지 알고 미끼를 던지는가? 그놈은 미끼를 던진것이여, 자네 딸은 그 미끼를 확 물어분것이고.


앞서 말했듯, 허술한 부분이 있긴 하다.

영화를 다보고 나서, 왜? 질문을 던져보면 풀리지 않는 것들이 몇몇 보인다. 왜 하필 곡성인가? 왜 하필 여기에 머무는가? 무명은 왜 나타나는가? 왜? 일광이 외지인에게 살을 날렸는가? 등등... 감독님은 일광의 굿을, 일부러 관객들이 다른쪽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장치했다고 하는데, 그건 좀 실패하신 듯 하다. 필자에겐 이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다만 감독님께서 외지인이 '구원의식'처럼 보이게 했다는데는 동의한다. 필자에게 있어서는 구원의식 중인데 외지인이 살을 맞음으로써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확실히 감독과의 인터뷰 부분을 보면 좀 더 해소되는 것도 있고, 고객이 끄덕여지는 것도 있다. 


결론을 내자면, 티켓값이 아까울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이다.

다만 연인끼리 가서 보기엔 좀 그렇다...?




**추가. 곡성 해설편이라는 유투브 영상을 보길 권해드린다.(스포있음) 리뷰를 쓴 후 보았는데, 살짝 허술하다고 느꼈던 부분 역시도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무엇보다도 해설 유투브 영상의 연출 설명을 보았을 때, 이래서 이 영화의 평점이 높았구나. 하고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필자의 '감독의 애초에 의도했던 대로' 중구의 감정 변화를 고스란히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감정변화에 따라 영화가 의도했던 '오컬트'를 보여주었다.




** 이 글을 쓰면서 들었던 두 가지 생각이 있다.


1. 평론가들은 영화를 어떤 부분으로 평가를 하는가?

몰입력? 연출력? 상징성? 주제의식? 스토리 구성? 등등.....관객들과 평점이 갈린다면, 분명히 무슨 차이가 있을 텐데 어느 부분을 더 중시하시는지 궁금하다. 이런 궁금증이 생긴 이유는 이 작품이 한국 평론가들이 최고라고 찬사를 보낼 만큼인가? 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연출력, 몰입력만큼은 최고라는 생각이 들지만서도, 조금씩 허술한 부분이 있다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과연 상업영화에게 있어서는 핵심적으로 봐야할 것은 몰입력, 연출력 뿐인가?


2.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

여지껏 리뷰를 쓰면서 생각하건대, 필자는 영화의 주제의식과 그 주제의식으로 파생되는 생각할거리가 많을수록 좋은 작품이라 느끼는 것 같다. 그나마 '분석'하면서 볼 수 있는 부분이 주제의식이기 때문인 듯 싶기도 하다. 이 작품이 몰입력, 연출력은 대단했다고 평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정확히 연출력이 무엇인가? 몰입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확실하게 답할 수 없었다. 영상미, 연출, 상징성은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를 한 만큼 보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연출, 영상 쪽을 미약하게나마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곡성 해설편을 본 후에 느낀 것은, 내가 말하는 연출은, 그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지엽적인 부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영화 전체적인 시각에서 관통하는 연출력을 미처 보지 못했다. 단지 그 연출력으로 인해 감독님의 의도대로 경험했을 뿐이었다. 비록 곡성 해설편이라는 유투브 영상도 여러가지 해설 중 하나일 뿐이지만, 필자가 봤을 땐, 자연스럽게 수긍하게 되는 해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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