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감정적-불꽃같은 삶

어둠속검은고양이 2023. 11. 10. 00:37

감정적이라는 말.
그것은 부정적인 느낌을 담고 있다.
그것은 마치 '이성적'인 사람에 반대되는 느낌이며, 사람이라면 이성적 마음을 응당 지녀야 한다는 것이 전제에 부정된 느낌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우리가 감정적이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여기게 된 것이.

분명 강렬했던 감정들은 우리의 시야를 어둡게 한다. 하나에 매몰되게 만들어 상황을 악화시키고 최악의 상황으로 내닫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은연중에 감정적인 상황을 회피하고 부정한다. 잃지 않기 위해. 손해보지 않기 위해. 귀찮아지지 않기 위해.

하지만 그 강렬한 감정들이, 그 좁디 좁은 시야에 가로막힐 정도로 숨 막힐듯한 그 매몰이 왜 그리 빛나보일까. 그건 아마도 그 강렬함 만큼이나 쉬이 사그라들어버리기 때문은 아닐까. 마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처음이자 마지막인 단 한 순간이라는 사실이 그토록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

.....우린 어쩌면 불나방 같은 삶을 동경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타고난 모든 것들을 한번 던지고 나서 산화하는 그런 삶을.
그건, 어떤 방향을 가든 그 자체로 눈부시기에.

허나, 과정의 매력이 눈부시다는 뜻이 결과가 좋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덧없이 끝나버릴 수도 있고,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매력적인 빌런들.

그러나 우린 어느 순간부터 그 강렬한 감정들을 억누르고, 회피하기 시작했다. 오글거린다, 중2스럽다, 감정적이다 라는 말들로. 감정을 솔직히 내비치는 것이 우스운 것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 불나방 같은 강렬한 감정의 삶을 한편으로 동경하기에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런 후회없는 삶을 아무나 이룰 수 없기에.

난 그토록 강렬했던 삶을 살고 싶었다.
미칠듯한 한 때를.

그러나 난 세상에 맞춰 살아왔고, 겁이 많아 모든 걸 쏟아붓지도 못했다. 앞으로 얼마나 그 강렬한 삶을 살 수 있을까.

p.s
오늘의 추천곡
헤이즈/펀치 - 밤하늘의 저 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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