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영화

공기인형

어둠속검은고양이 2013. 10. 28. 17:05



공기인형 (2010)

Air Doll 
6.6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배두나, 이우라 아라타, 이타오 이츠지, 타카하시 마사야, 요 키미코
정보
판타지, 드라마 | 일본 | 116 분 | 201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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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서는 안 될 마음을 가져 버렸습니다."
공기인형 노조미(배우 배두나)의 마음으로 바라본 일본사회, 배두나가 빛나던 영화.

좋은 영화였다. 마음이라는 것, 관계에 대해서 되돌아 짚어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전부터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오늘 우연히 발견하여 보게 되었다. 일본영화 특유의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 소소하고 사소한 느낌. 결말이 서글픈 느낌이었다. 마음을 가만히 톡 건드는 느낌. 눈물이 왈칵 나지도, 그렇다고 엄청 마음에 찐하게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닌, 슬픔이 아닌 서글픈 느낌의 영화.

연출은 좋았다고 느꼈다. 대도시이긴 한데, 번화가도 아니고, 주택가인데, 고요하고 사람이 없는듯한 조용한 느낌의 낡은 철제식 주택이 모인 곳을 카메라가 비추며 숨이 불어넣어진 소리가 들리는 연출은 괜찮았다. 오히려 그런 곳이었기에 더욱 공기인형(노조미)에게 숨이 불어넣어지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은 일정의 대사를 통해 집중적으로 잘 나타나있기에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영화다. 다만 그 대사와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내고 담담히 보여주는 부분이 잘 표현된 것 같다.

간단히 내용 요약을 하자면, 일본의 어느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중년 노총각의 더치와이프(성욕해소용 성인용품으로 여자를 모델로 한 인형입니다만.....)인 공기인형 노조미(배우 배두나)는 어느 날 갑자기 살아나기 시작하고, 주인(?) 몰래 밖을 돌아다니며 아르바이트도 하고, 언어를 배우고, 사회에 대해서 알아간다. 그리고 일하던 DVD 대여점의 아르바이트생과 사랑에 빠지고, 잘못된 이해로 사랑했던 남자를 죽여버리고(!!) 난 후 노조미는 스스로 죽음을 택하게 되면서 영화를 끝이 난다.

- 왜 하필 공기인형이었을까?

  영화 중에서 중요한 대사가 나온다. "하늘에는 공기가 있어." "공기?" "응, 눈에 안 보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지."라고...노조미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마음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공기와 마음은 매우 유사한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다. 사실 심리철학을 배울 때 이야기가 나왔다. 마음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어디에 존재하는가?.....심리철학은 제대로 학문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되지 않았으나, 마음에 대한 논의는 사실 매우 오래되었다. 오래전부터 심신이원론이라든지, 심신일원론이라든지, 예정조화설이라든지...요즘은 과학적인 부분을 가져와서 마음을 분석해보려는 노력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일단 이 영화에서는 마음이 있음을 중요시하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이 있다고 믿고 있기에 있다는 것을 간주하고 말을 풀어나가겠다.

- 왜 하필 노조미는 DVD대여점이 아르바이트 장소가 되었을까?

  사람이 학습하기 좋은 것은 바로 영상물이다. 한 두시간에 담겨있는 영상물은 아주 많은 것을 함축한다. 그런 영상물을 보면서 사회가 어떤지 학습하기에는 최적은 교육물인 셈이다. 물론 영화에서는 노조미가 영상물은 보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으나, 아마도 아르바이트하면서 종종 보았다고 생각한다. 영화 제목과 함께 짤막한 내용?감상?이 적힌 편지를 들고 가는 장면이 나온 것으로 보아 그렇게 필자는 유추하였다. 

- 공기인형 노조미, 피그말리온 신화.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노조미는 갈수록 인간화되어 간다. 인형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손에서부터 발까지의 이음선을 화장으로 지우고, 옷을 쇼핑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언어를 체득해나간다. 하지만 이게 다일까? 인간화되어간다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의문을 품어보게 만든다. 외적인 요인(쇼핑, 언어, 행동, 행위, 사회활동)이 증가하면, 요인을 충족하면 인간화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애초에 마음을 품게 되면서부터 노조미는 이미 인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을 들게 만든다. 내적인 요인? 외적인 요인? 아니면 둘 다? 애초에 인간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더 나아가서, 우리는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예를 들면 애완동물은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물고기나 도마뱀 따위는 마음이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이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감정의 표현? 마음=감정이라는 소리일까? 동물이 진정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본능에 의해서 그저 겉으로 드러내는 것인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마음...사람..그 모호한 경계선 위에서 우리는 삶을 재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을 조금씩이나마 노조미를 통해서 건드려보는 것이다. 아참, 왜 피그말리온 신화라고 했냐면...인형이었던 노조미는 인간이 되는 점이 피그말리온 신화와 비슷한데, 실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노조미는 어느 순간 스스로(?) 인간이 되었다고 한다면, 피그말리온은 여신이 직접 숨결을 불어넣어줌으로서 완전한 인간이 되었다는 점이다. 피그말리온 신화를 본격적으로 떠올린 것은 '준이치(DVD 아르바이트생)'가 상처가 나서 공기가 빠져버린 노조미의 몸에 숨결을 불어넣어주는 장면을 보면서이다. 그 남자의 숨결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그런 것인지 노조미는 훨씬 더 인간다워진다....감정을 표현하고, 언어를 더욱 잘 구사하며, 스스로 좀 더 무언가를 선택해나간다. 아기 같이 천천히 배우는 자세에서 스스로 행위를 해내가는 것이다.

- 살아있다는 것의 두 가지 의미. 생명.

  노조미는 노인을 한 명 만나게 된다. 노인은 말한다. "이런 우연이 있나 나도 텅 비었는데...요새는 다들 그래.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너만 그런거 아냐." 노조미는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공기처럼 그냥 비어있는 것으로. 노인은 마음의 공허를 말한 것이었지만. 그러나 공기와 마음은 유사하다는 점에서 별 차이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살아있다는 것은 생물학적인 것과 사회학적으로 나뉠 수 있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비어있다. 공기로만 차 있다. 이는 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노조미를 보면서 살아있는 존재라고 인식한다. 노인이 말하는 '비어있다'는 것은 사회학적으로 비어있다는 뜻이다. 마음이 없다....요새 다들 그렇다. 대한민국도 많은 젊은 층들이 외로워하고, 공허해하면서 '힐링'을 찾아다닌다. 마음이 비어있음을..관계맺음을 위해...마음이 없다, 비어있다는 것 또한 죽어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우리는 인지한다. 나중에~ 노조미는 준이치(DVD대여점 아르바이트생)에게 "자신은 여기가 비어있다"고 하자, 준이치는 사실 나도 너와 똑같다고 비어있다고 말한다. 그러자 "역시 그렇구나. 너를 처음 봤을 때 나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다. 노조미와 같은 이들이 세상에 많다고 했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비어있는 사람들이 많은 일본을 비추고 있는 것이다.

- 노인이 알려준 시- 노조미의 독백

  생명은 자기 혼자만으로는 완결될 수 없게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 생명은 그 속에 결여를 안고 있어 빈 곳을 타인을 통해 채워야 한다. 세상은 타인들이 만나는 장소. 하지만 서로 빈 곳을 채워줄 수 있단걸 알지도 못하고 알려주지도 않네. 흩어져 있는 사람들. 무관심 속에 살아가는 관계들. 때로는 역겹게 느껴지는 일조차 허용되는 관계들. 그런 식으로 세상이 느슨하게 만들어져 있는 것은 왜일까? (....)
마음에 와 닿는 대사였다. 사실 늘 그렇다. 위 대사는 늘상 나오는 말이다. 군중속의 고독, 무감각해지는 현대인, 무관심 등등..예부터 많은 사회학자들이 문제를 지적하고 지적해도, 여전한 문제다. 개인적으로 '관계라는 것'에 관심을 갖는 편이라서 더 마음에 와 닿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관계....나는 서서히 도시화되고 있다. 경직화되고, 무감각해지고, 외면해야 한다. 내 이익을 스스로 찾아나서야 하고, 경쟁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렇게 변해가는 내 자신을 나는 잘 자각하고 있다. 씁쓸하다. 그러나 해야만 한다고 늘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정신과 마음이 버티질 못하겠다...

- 노조미가 살아가며 바라보던 다양한 사람들-현 일본의 주소...그리고 관계의 파편화

영화에서는 많은 이들이 나왔다. 그런데 하나같이 낯설다. 흔히들 생각하는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가정과는 거리가 멀다.
히키코모리처럼 쓰레기가 넘치는 집안에 틀어박혀, 인스턴트 음식만 먹는 여자...자신감을 잃어버린 채 안으로 숨었던 그 여자.
노조미를 사서 노조미에게만 매달렸던, 웨이터로 알바하던, 노총각의 남자(이름을 잊어버렸다..).
노조미가 사랑했던, 어딘가 모르게 공허하고, 사디즘적인 경향이 있던 DVD 대여점 아르바이트생 준이치.
회사에서 일하던 늙어가던, 열등감에 휩싸여 미모에 집착하던 여자...(회사인지, 풍속점인지..)
혼자서 늘 날계란으로 밥에 뿌려먹던 남자......DVD방 사장이었나...????
노조미에게 다정히 이야기 해주던 한 노인...
다들 혼자 있다.........그래서 이상해진건지, 이상하기에 혼자인건지...
공기인형이었던 노조미를 사랑한, 노조미에게만 매달렸던 노총각 남자의 대사를 통해 일본사회의 문제점에 돌을 던진다.
"노조미 마음이 없었던 인형으로 돌아가면 안돼? 그게 더 좋았어. 단지 인간이 귀찮아서 그렇게 말한거야. 노조미."
외로워, 힘들어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향해 소통하는 것을 멈춰버렸다. 귀찮고, 힘들다. 이제는 혼자가 편하다. 근데, 사실 그건 혼자가 아니다. 그들은 사회에서 활동을 하고 있기에 진정으로 혼자가 아닌 것이다. 단지, 불편한 현실을 감내할 자신이 없는 것뿐이다. 무기력증에 빠져버린 그들이다. 일본사회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혼자인 것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노인은 이제 담담하게 받아들였다....하지만, 그는 과거 개를 키웠다....외로워서...그런데 개마저도 먼저 늙어죽어버리고 남은 이가 없다. 아픈 그의 곁에는 노조미가 대신 간호해준다. "
기분 좋구나. 옛 말에 손이 차가운 사람은 마음이 따뜻하다고 한다."
노인은 대리교사였으며, 주방장이 노조미의 주인인 남성에게 말했듯 그를 대체할 웨이터는 세고 셌다.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그저 누군가의 대체품일뿐이다. 노조미 또한 성욕해소용 대용품일뿐....그 사람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이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모든 사람들의 관계는 그저 수단으로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부품화되었다. 그렇기에 "넌 누구의 대신도 아니야"라고 말해준 준이치에게 노조미는 그에게 모든 것을 내줄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그의 사디즘 경향(노조미가 공기 빠지는 것에 고통을 느낀다고 하자, 공기를 넣었다 빼는 행위를 반복한다. 노조미는 후에 똑같이 사랑(?)해주겠다며 칼로 그의 배를 살짝 찌르고, 공기를 불어넣는다.........힉..)이 죽음으로 몰고 가지만 말이다.

노조미는 왜 죽음을 택했을까? 그녀는 자신이 태어났었다는 걸 말해주고 싶은 듯, 생일을 축하받는 자신을 떠올리면서 죽어가고, 민들레로 태어나 여지껏 관계맺었던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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