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요. 여름이네요.
오늘은 비가 오려고 해서 그런지 서늘하네요. 불과 며칠 전만해도 이젠 날씨가 여름과 겨울 둘 밖에 없는 것 같다며 투덜댔는데 말이지요. 이젠 날씨마저도 종잡을 수 없는 것 같네요. 유례없이 4월말까지 추웠다가, 5월에 들어선 갑작스레 여름이 되더니, 오늘은 또 다른 느낌이네요.
일교차도 많이 커진 것 같아요. 간밤에 창문을 열어놓았더니 날씨가 좀 춥더라구요. 낮동안에 창문을 열어놓고 있으면 주변에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요. 이제 많은 가정집들이 선풍기를 꺼내고, 에어컨 위 먼지 청소를 하면서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할 테지요. 올 여름은 얼마나 더우려나 상상이 안 가네요. 재작년과 달리 무난하게 넘어간 작년을 생각해보면 '올해도 무난하게 넘어가지 않을까'하는 일말의 기대감도 생겨요.
전 초여름 날씨를 좋아해요.
날씨가 싫은 이유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반대로 날씨를 좋아하는 이유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어요. 그건 관점의 차이니까요. 태양이 치솟아 올라 지상 위의 모든 것들을 달궈버리기 전에 그 무더위의 느낌이 생각보다 즐거워요. 한여름 동안에는 그저 '덥다, 덥다, 덥다'라는 한 가지 생각만 들지만, 여름 언저리에 있는 그 무더위에는 여러 감각들을 느낄 수 있거든요.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있어요. 덥지만 걸어다닐만 하고, 그늘진 곳에 들어가면 충분히 시원하고, 간혹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그래서 여름의 풍경을 좀 즐길 수 있는 날씨가 되지요. 초여름은 여름이 다가오고 있음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계절이에요. 그래서 초여름 날씨도 좋아해요.
한여름엔 더워서 여름 풍경이나 즐길 수 있을까요.
그저 시원한 카페에서 에이드나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노닥거리는게 최고지요. 슬슬 올라오는 아스팔트 위의 열기와 가로수들을 보면서 곧 매미가 우렁찬 소리가 들려오겠다는 생각을 하죠. 초여름의 등산이나 저녁무렵의 산책도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에요. 초저녁쯤 되면 오히려 집안이 더 더워요. 낮 동안에 달궈진 콘크리트 벽들이 열기를 뿜어내거든요. 그래서 집을 비우고 하천을 걸어요. 초저녁 바람은 무척 기분이 좋지요.
이렇듯 날씨 속에서 좋아하는 이유를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어요. 그건 감정에다가 그럴듯하게 갖다 붙이는 것이니까요. 더워서, 땀 차서, 습해서, 끈적거려서. 싫은 이유도 갖다 붙이려면 얼마든지 갖다 붙일 수 있지요. 전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사람이고, 제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지금 느낄 수 있는 감각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물론 저도 사람이라서 짜증도 날테고, 거지같은 날씨라며 불만을 터트릹테지요. 그래도 느낄 수 있을 때 즐겁게 받아들이려고 해요.
벌써 2020년도 1/3가 지나갔네요.
시간이 참 빨라요. 뭔가 시도는 하고 있는데, 아직 제 삶의 변화는 없고, 주변 사람들 중에 좋은 소식은 딱히 없네요. 어려움으로 출발하게 된 2020년이지만, 끝은 행복함으로 맺어졌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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