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에요.
비가 내렸던 날이라 그런지 5월 중순임에도 쌀쌀하네요. 찬 바람도 불어오구요.
새벽 2시면 다들 한참 잠에 들 시간이에요. 비록 지금은 집 안에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사람이 없는 밤거릴 걷는 걸 좋아해요. 고요한 밤거리는 묘한 느낌을 줘요. 낮엔 시끄러웠던 거리가 밤엔 이렇게 고요해지는 걸 보면 사뭇 다른 느낌이거든요. 어쩌면 이 거리를 전세냈다는 느낌이 드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새벽 감성이라고 하죠. 마침 딱 그 시간대이기도 하네요. 그렇지만 술을 마시진 않았어요. 밤 분위기에 취한 것도 아니구요.
그건 비일상적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요. 비일상적.
시끄러웠던 낮의 거리는 분명 우리의 일상이에요. 우리가 활동하는 시간이지요. 그러나 모두가 잠이 드는 이 시각은 분명 일상에서 살짝 빗겨나가 있는 거죠. 잠 드는 것 마저도 일상이지만, 그 시간대의 활동은 분명 달라요. 그리고 전 그런 비일상적인 것들이 주는 신비로움을 좋아한답니다. 그렇다고 제가 유난하다거나 뭔가 특별한 사람인건 아니죠. 새벽 감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는 걸 보면, 다들 그런 거겠죠.
잠깐 쓸데없이 고찰해보면 제가 이런 신비로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마도 일상이 지루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해요. 자극없이 그저 흘러가는대로 흐르는 무딘 삶이다 보니 그 일상에서 빗겨가는 걸 좋아하는 거겠죠. 분명 일상이 즐거운 사람들은 매일 열심히 살고, 지금은 잠자고 있을 테니까요.
딱히 유니크한 걸 추구하진 않아요. 힙스터 감성은 저랑 거리가 멀죠. 전 눈에 띄는 걸 부담스러워하거든요. 그럼에도 관심받고 싶은 욕망은 남아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해봐요. 일견 양가적인 모순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적당한 관심과 적당한 무관심을 원한다는 거죠. 그게 어렵지만요.
전 '나만의' 무언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건 앞서 말한 힙스터 정신과는 좀 달라요. 저에게 있어서 '나만의' 무언가란 타인과 구분짓기가 아니라 안정감이거든요. 나만의 공간을 나만의 인테리어로 꾸며서 나에게 익숙한 것들로 채워나가는 것이요. 그건 불확실한 세계와 미래 속에서 무언가 확실성을 갖기 위한 것 같아요. 그건 무릇 공간뿐만이 아니라 저의 정체성에도 해당되는 말이죠.
이야기가 잠깐 옆으로 새서 길어졌네요.
그래요.
전 이 일상 속에서의 비일상적인 면모가 주는 신비로운 느낌을 좋아해요.
어릴 때도 귀신이야기라든가, 퇴마 이야기 같은 걸 많이 좋아했어요. 그 땐 공포영화나 공포이야기를 보고 나면 괜시리 귀신이 나타날까봐 두려워했죠. 상상력이 풍부할 때니까요. 이젠 초자연적인 것이 아닌 현실적인 이유로 공포를 느껴요. 어두워서 다친다거나, 혹은 강도를 당한다거나 하는 그런 이유들이요. 그래서 공포영화도 예전만큼 즐기진 못하지만. 여전히 초자연적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긴 해요. 문득 어릴 적 읽었던 공포 이야기 모음집 같은 책이 떠오르네요. X-file 이라는 드라마도 생각나구요. X-file 그 특유의 시작 음악은 아직도 생생해요.
하지만 지금의 제가 좋아하는 신비로움은 이런 괴기함이나 공포 같은 것보단 일상의 새로운 시각들이나 보물찾기처럼 숨겨져 있던 모습을 찾아내는 느낌, 일상에서의 벗어남 등의 느낌이에요. 그런 이유로 좋아하구요. 느낌이라는 걸 표현하는 거 참으로 어렵네요.
그냥 주절주절 말하고 싶었어요.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궁금하네요. 저처럼 밤 거리를 좋아한다거나,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걸 선호한다거나, 어릴 때 봤던 드라마 중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있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p.s
오래 전에 봤던 드라마들을 오랜만에 다시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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