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니 새벽 4시네요.
요즘 수면 패턴이 무너져서 하루 2번씩 끊어자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만큼 좋은 것 같진 않아요. 피고가 덜 풀리는 느낌입니다만, 정해진 시간만큼은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젠 비가 내렸어요. 생각보다 굵은 비였죠. 그래서인지 올 4월은 유난히도 춥네요.
분명 이맘때쯤이면 더워지기 시작해서 올 여름도 금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다행히도 오전엔 비가 내리지 않아서 운동을 다녀올 수 있었어요. 걷기 운동을 하니 좋더라구요. 이른 아침부터 하나 둘 운동을 나온 사람들과 맑은 공기, 넓은 풍경을 보면 긍정적인 생각이 들더라구요. 근래에 짤막하게 쓴 단상들도 전부 운동할 때 생각했던 것들입니다. 좀 더 내 인생을 밝게 보려 하게 되고, 의지와 원동력을 가지려는 자세를 갖게 돼요.
운동을 다녀오면서 문득 내가 죽었을 때를 생각해봤어요.
만약 제가 죽게 된다면, 오직 나에 대한 생전의 기록들만이 나를 가리키게 되겠죠. 그래서 그런 의구심이 들더라구요. '과연 나는 나에 대한 셍전의 기록들이, 나에 대한 지인들의 평가가 부끄럽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았는가.'라는 생각이요. 일종의 자아 성찰이지요. 생각해보니 저는 그렇게 떳떳하게 살지 못했더라구요. 내가 살아왔던 인생들과 살아가고 있는 인생, 태도를 생각해보면 남에게 보여주기 조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 인생은 내가 주인공이고, 남들의 평가가 뭐가 중요한지 그냥 내가 떳떳하게 살면 그만이지만요. 그게 참 그래요.
전 늘 주체적인 삶을 말하고, 타인의 평가를 신경쓰지 않아야 된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살지 못하기에 오히려 그것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요. 원래 사람은 본인에게 결핍된 부분을 더 갈구한다고 하죠. 여전히 이 생각이 틀렸다고 여기진 않지만, 그래도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내 스스로에 대한 인정이 결합되어 버린 것인지, 내면화된 건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모든 것을 보여줘도 떳떳한 인생을 바라고 있어요. 내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평가 내릴 만큼 난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해요. 그저 사회적 제도에서 만들어진 가치로 나 자신을 판단할 뿐이죠. 사실 가치 판단을 하는 것 자체가 웃기지 않나요. '나는 생산적인 취미가 있으니까, 이런 취미를 가진다는 면에서 가치가 있어.'라는 식으로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죠. 있으면 있는거고, 없으면 없는건데. 그저 그 '있다'라는 사실을 가지고 굳이 가치를 매기려고 하니까, 세상에서 정한 기준을 가지고 매기는거죠. 그런 맥락에서 전 주체적인 삶을 강조하고, 그것을 갈구하겠지만,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과 인정에 따른 기준으로 가치를 매기게 될 거에요.
다시 돌아와서, 그래요. '내가 죽은 후에 남겨진 내 인생의 기록들이 과연 남들에게 당당하게 보여줄만큼 떳떳하게 살았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리는 거죠. 그런 삶을 바라고,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내 선택이에요. 오래전에 제가 명예욕이 있다고 했었죠? 그것의 연장선인 것 같아요. 타인의 인정을 바라는 것, 그리고 명예욕. 그것을 바라는 것만큼은 내 결단이니까요.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참 웃기긴 하지요.
내가 이루지 못한 것들,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와 앞날의 불안과 초조함들.
그것을 보지 않기로 했어요. 반대로, 내가 지니고 있는 것들과 앞으로 내가 이루어낼 것들을 보기로 했죠. 아무것도 정해지 않았다는 것은 반대로 내가 원하는대로 정할 수 잇다는 말이죠. 내가 이루지 못한 것들이 있다는 것은 앞으로 내가 이룰 것들이 많다는 것이죠. 난 아직 젊음이 있고, 도전정신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건강한 신체가 있어요. 괴로움은 내가 성공하기 위해 감내해야 할 것들이지, 도전 자체를 못하게 만드는 요인은 아니죠. 물론 도전하지 않으면 괴로움도 없겠지만요. 우린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요인들을 가지고 있지요.
아직 채워야 할 공책이 많아요.
해야할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요.
우리 떳떳하게 살아봐요.
그리고 행복하자고 빌어봅니다.
p.s
글을 쓰고 나니 새벽 5시네요.
하루가 시작될 시간이네요. 조금 피곤하지만, 운동 다녀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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