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비교로 인한 허탈감들, 이런저런잡소리

어둠속검은고양이 2020. 5. 10. 00:24

비가 내리네요.

며칠전에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하나 봤어요. 인터넷을 하다보면 종종 그런 글들을 보곤 해요.
비교로 인한 허탈감에 빠진 글들 혹은 차이가 아닌 차별을 원하는 글들을 말이지요. 그들이 어째서 그런 글을 쓰는지 이해는 돼요. 이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과 남과의 비교를 끊임없이 부추기는 걸요. 경쟁사회를 미명하에 타인과의 끝없는 전투를 강조하는 사회죠.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과 배워온 성공의 괴리감들 말이에요.

지금 20대 후반, 30대 초반 세대들은 학벌지상주의가 극에 달했던 때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이에요. 그냥 다들 미쳐 있었어요. 좋은 대학교에 가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이었죠. 할 말이 많지만, 이들에게 성공이라는 것은 정말 천편일률적이었어요. 복지 좋고, 잘릴 위험도 적고, 월급도 따박따박 나오며, 여름엔 시원한 에어컨이, 겨울엔 난방이 잘되는 곳에 앉아서 서류를 다루며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이 성공이었죠. 부모님들께 그렇게 배우며 자랐으니까요.

그리고 그 첫걸음은 좋은 대학교였어요. 흔히들 말하는 간판이 좋은 대학교였죠. 그 대학교를 나온다는 것이 성공을 보장한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성공에 매우 가까워질 수 있다는 믿음이었지요. 그래서 다들 재수, 3수, 4수를 했어요. 그러나 그러한 신화는 3~4년만에 완벽하게 무너졌어요.

어느 순간부터 팍팍해져 버린 삶 속에서 이젠 성공이라는 단어가 '돈 많은 게 최고!'라는 식으로 많이 흘러가게 됐어요. 성공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개개인마다 다르고, 돈과 삶의 여유와 꿈과 사회적 대접 등이 고루 섞여 있는 단어지만, 성공이라는 단어 속에 돈에 대한 영향력과 갈망은 더 커졌어요.

그래서 소위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제가 본 글처럼 종종 자괴감에 빠져요.

남보다 조오금 앞서긴 햇는데,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어렵사리 취업한다고 해도, 월급쟁이로 살다 끝날 것 같아서요. 예전처럼 월급을 한 푼 두 푼 모아서 뭔가 자산을 형성한다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니까요. (-그래서 요즘 20, 30대들이 주식이나 고위험투자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흔히 자신보다 공부도 못했던 애들이 돈을 긁어 모으거든요.

이젠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해 누구나 재능과 끼가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시대니까요. 예전처럼 공부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죠. 공부로 좀 성공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제 대기업, 공기업, 전문직과 같은 상위 직업들에 국한됐지만, 그 역시 앞서 말한 월급쟁이에 불과할 뿐이에요. 돈을 긁어 모은다는 것도 전문직 중에서도 소수들만 가능하지요. (- 뭐, 전 이젠 유뷰브도 레드오션이라고 생각해요. 유뷰브 채널도 이젠 부익부 빈익빈이죠. 이젠 어지간한 노력과 재능만으론 성공하기 어려워졌어요. 잘난 사람이 워낙 많아야죠.)

그래서에요.

우리들이 배워온 성공과 그 성공을 위한 20년간의 노력들이 변화하는 세상과 맞지 않게 됐어요. 공부 잘해서 좋은 직업으로 돈도 벌고, 사회적 대접을 받는다에서 이젠 공부가 아닌 나만의 재능과 끼로 인플루언서가 돼서 돈도 벌고, 사회적 대접을 받는다가 됐지요. 어린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괜히 유튜버가 1위인게 된 게 아니니까요. 선망의 대상이죠.

그럼에도 우리들은 학생들에게 공부를 강조해요. 이미 직업과 사회적 인식은 변해가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만이 예전 그대로지요. 뭐, 학교가 사회화 기관이지, 개개인의 성공을 위한 기관은 아니니까요.

여전히 좋은 대학교를 가려고 노력해요. 그러나 그것은 성공을 향한 노력이라기 보단, 조금이라도 좋은 직장을 얻고자 하는 생존에 가까운 노력이에요. 갈수록 자리는 좁고, 경쟁자는 많아지니까요. 1점, 2점이 아쉬운 상황이죠.

워라밸, 워라밸 외치지만, 실상 취업하려는 20대들 대다수는 돈이라도 많이 받자는 마인드에요. 돈을 포기하고 삶의 여유를 갖던가, 삶의 여유를 버리고 돈이라도 많이 받자는 마음이죠. 돈과 여유가 어우러지는 완벽한 워라밸은 없어요. 국회의원분들이 외치시는 워라밸은 집안의 자산이 넉넉해서 돈을 포기하고 꿈과 여유가 넘치는 직업을 갖는 분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지요.

여튼 그래서 그 친구들은 누구보다 학벌에 맞춘 차별을 원해요. 그 아쉬운 1, 2점이라도 더 우위에 서려고 아둥바둥하게 되죠. 저도 에전에 글을 썼지만, 학벌이라는 것이 노력의 결과이긴 해요. 그리고 정당한 노력에 대한 대가가 있어야 이 세상이 살만하죠. 그래서 그 친구들은 그 노력의 결과를 얻고 싶어서 학벌의 급을 따져요.

그러나 슬프게도 그 노력의 결과를 사회가 책임져줘야 할 이유는 없거든요. 우리가 20년간 공부한 노력은 대학교 타이틀을 얻은 시점에서 이미 끝났어요. 이 타이틀을 좋은 패로 쳐 줄 지 말 지는 우리가 앞으로 거래할 상대방이 결정하겠죠. 그와 별개로 업무 수행 능력과 학벌이 전혀 상관이 없는데, 그것으로 다른 부분까지도 위아래로 결정짓는 건 명백한 차이가 아니라 차별이에요. 그리고 우린 차별을 지양해야 하죠. 어쩌겠어요. 취업시장에서 대학 간판보단 실무능력을 보겠다는데. 그에 맞춰가야죠.

많이 허탈해지죠.

성공을 위한다는 공부를 열심히 했고, 그 결과 좋은 대학 간판도 얻었는데, 막상 사회에서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니요. 자신의 지난 날의 노력들이 무쓸모해지면 누구나 다 현자 타임이 오게 되지요.

그럴 때면 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걸 비교해야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아요.
사실 전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괜한 비교로 허탈감과 자괴감에 빠지지 말라는 말이요.

결과적인 것들(돈 버는 능력, 연봉 등)만 놓고 비교하기 때문에 우린 늘 힘들어해요. 지난 세월 무언가 해왔다면, 그 노력들은 어디 안가요. 하다 못해 문학 작품을 하나 더 많이 알고 있고, 친한 대학 동기들이 생겼으며, 영어로 조금이지만 더 잘할 거에요. 더 깊은 사고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구요. 소소하더라도 찾아보면 돈 버는 능력 외에 다른 잘하는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을 거에요.

혹시 이 모든 것들이 돈 버는 것과 무관하니까 무가치하다고 말하고 싶으신가요. 물론 어떤 이들은 정신승리하냐며 비웃기도 하겠죠. 그러나 비교의 기준을 세우는 것은 비교하려는 나 자신이지, 타인이 아니에요.

조금이지만 악기를 다양하게 다룰 줄 알아, 종이접기를 잘 해, 보드 게임을 잘 해, 소설을 많이 읽어 봤어. 영화를 분석할 줄 알아. 영어 회화를 좀 할 줄 알아. 여행을 많이 다녀 봤어. 운동 수행 능력이 좋아. 노래를 그럭저럭 잘 부르는 편이야. 인테리어를 할 줄 알아.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했어. 등등

이러한 모든 것들을 본인이 무가치한 것으로 여긴다면 그 때부턴 정말 무가치해 질 거에요. 저런 것들을 위해 해온 내 노력들은 모두 내다버린 세월이 되겠죠. 우린 우리의 지난 세월들을 조금 긍정해줄 필요가 있어요.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에요.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이건 남보다 잘한다는 그 마음가짐이요.

돈...물론 중요해요. 그러나 우리 삶 자체가 돈벌기 위한 수단은 아니란걸 우린 잘 알고 있잖아요. 내가 노력했고, 그 노력의 결과물들이 남아 있다면, 우린 그 결과물들에 그 자체에 대해서 좀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다들 돈에 얽매이다 보니 돈을 기준으로 비교하게 되고, 자꾸만 허탈해하고 주눅드는 것 같아요. 저도 현실이 이렇다 보니 종종 비교하면서 자주 자존감을 깎아먹곤 해요. 그렇지 맙시다. 떳떳하게 살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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