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행동과 선(善)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1. 12. 20:57

필자는 실용주의이며, 그렇기에 도덕적 상대주의(결과론)를 옹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위선도 선이다는 말을 다시금 생각해봐야만 한다.

결과가 좋은 과연 그것이 선인가.
그건 그저 좋은 방법인데, 거기다가 선을 가져다 붙인 것은 아닐까.

매번 등장하는 예를 들어보자.
당장 경제적 모금과 일손이 필요한 시설에 대기업들이 가서 봉사도 하고 기부금도 낸다고 해보자. 그리고서 그들은 큼지막하게 사진을 찍고서 착한 기업이라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 홍보한다고 해보자. 이것에 대해 사람들은 '저것이 왜 선한 행동이냐? 의도가 불순하다' 에서부터 '위선도 선이다. 입만 다물거리는 것보다 저렇게 행동을 해서 도움이라도 주는 것이 어디냐.'라는 말까지 다양한 갑론을박을 펼친다. 필자같은 사람이라면 위선도 선이라면서 어찌됐든 결과가 좋은 선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도덕과는 별개다. 그것은 선이 아니라 서로에게 좋은 하나의 행동일 뿐이다.

무슨 말이냐면 행동과 의도는 별개로 판정되어야 하며, 그렇기에 선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정의를 내려야 한다는 소리다. 선이라는 것은 행동과 의도가 함께 가야만 비로소 선이라는 것이다. 행동하지 않은 선은 선이 아니다. 의도가 불순한 것 역시 선이 아니다. 대기업은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마케팅으로 써먹기 위한 수단으로 봉사와 모금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냥 방법이 그랬다는 것이다. 단지 그 방법이 일어난 후에 선(善)이라는 이미지가 붙은 것에 불과할 뿐이다. 선에서부터 출발한 행동이 아니라, 행동 한 후에 선하다는 것이 붙여진 것이다.

그렇다면 행동을 한 후에 굳이 선이라는 이미지를 붙여줄 이유가 있을까. 물론 그 행동들이 선이라는 이미지를 통한 이득을 취하기 위해 행하는 것이긴 하다. 그것은 차라리 '사회에 긍정적인 행동들을 하는 기업이므로, 우리가 그 기업의 제품을 사주거나, 긍정적으로 여겨준다면, 그 기업들이 다시금 사회에 환원할 행동들을 취할 것'이라는 계산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정확하다. 기업들은 약간의 수고로움으로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어서 좋고, 소비자들은 어차피 소비할 건데 조금이라도 공동체나 소비자에게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좋고.

결국 그냥 서로서로 윈-윈 하는 매우 좋은 전략일 뿐이다.
것에 선(善)이라는 것은 없다.

선(善)이라는 것은 결국 의도와 행동이 함께 가야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p.s
그렇다고 그러한 위선적인 행동들을 나쁘다고 여기거나 평가절하해선 안된다.
의도가 선(善)함에 충족되지는 못할지언정 그 행위는 수단 그 자체로서 매우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선(善)이 아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