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맞춤형 알고리즘과 정치적 양극화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1. 11. 19:30

얼마전에 미 국회의사당이 점령당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그들은 대선은 조작 되었기에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고 하였다.

미국은 지금 분열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미국의 모습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대한민국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는걸 부정할 수 없다.

필자는 작년 10월 쯤에 글을 쓰면서 혐오컨텐츠 제작자들을 원시 동굴의 부족장에 빗댄적이 있다.
그 때 필자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맞지 않는 글이나 영상은 차단함으로써 원시 부족마냥 자신들의 동굴 속에서는 소통을 하지만 외부에 대해선 배척을 일삼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인터넷의 소통이 단절되고 분열된다고 했다. 필자는 그것 자체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못햇다. 단지 개개인의 취향들과 취미들이 맞춤형식으로 제공되기에 '대중'이라는 존재가 사라지고 파편화된다 여겼을 뿐이다. 필자가 빗댄 원시 동굴처럼 동물 내부에서는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더 큰 틀 - 국가단위의 정책, 정치적인 입장, 민주주의 사회의 입장에서는 커다란 지각변동을 가져올 문제였다. 바로 정치의 분열이다. 지금 미국은 지난 20년을 통틀어 가장 큰 분열을 겪고 있다. 이것은 한 가지 문제를 놓고 사회 구성원들이 계급적, 사회적 입장차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분열되는 건강한 갈등이 아니다. 계급적, 사회적 입장차이로 인한 분열 역시 그리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극복하게 된다면 더욱 단단한 사회적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들은 서로에 대해서 불신하며, 자신들이야 말로 미국의 국민들을 대표한다 여긴다. 그들은 상대방은 소수에 불과하며 우리와 달리 멍청하다고 여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분열들은 '내가 옳고, 니네가 틀려'라는 '내가 정의다'는 오만함의 분열이다.
사람들은 이제 인터넷 알고리즘으로 인해 자신의 성향에만 맞는 정보만을 얻고, 반대 성향이나 반대되는 입장에 대한 정보는 자연스레 차단한다. 이러한 정보 섭취의 편향으로 인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내 생각이 대중들의 생각과 같다고 여기게 된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나와 비슷한 생각, 나와 유사한 성향을 지닌 사람들만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다가 반대 되는 의견이나 반대되는 입장을 보게 되면, 다수가 '예'라고 하는데 어째서 그들은 '아니오'라고 하는지, 어째서 명확한 정보들을 보고서도 다르게 판단하는지, 대세를 거스르는지,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그들을 우매한 소수, 우매한 대중으로 격하한다.


이것은 좌파든 우파든 모두에 해당된다. 나는 옳고, 나와 대중들은 비슷한 의견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들은 정치적 양극화를 만들어낸다.
분명 유튜브나 구글이 이러한 정치적 분열을 의도로 가지고 알고리즘화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단지 광고를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인터넷에 머물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퇴보를 가져오고 말았다.

오래 전에 필자는 빈부격차의 위험한 이유 중 하나를 정치적 분열로 꼽았었다.
빈부격차가 극명해질 때, 정치적 시각 차이 역시 극명해질 수 밖에 없으며, 이로 인한 입장 차이와 우선순위의 혼란은 국가가 최우선으로 투입할 역량을 하락시키기에 여러가지 위험성을 내포한다고 했었다. 이젠 빈부격차로 인한 현실적 분열이 아니다. 사고(思考)의 분열이다. 사회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만 너가 취하는 정보와 내가 취하는 정보는 다르다. 그렇기에 제 아무리 합리적으로 사고를 해도 너의 결정과 나의 결정은 다르다. 난 합리적으로 사고해서 내린 결론인데, 넌 어째서 다른 결론이 내려지는가. 우린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옳고, 나는 다수다.

너는 틀렸고, 너는 소수다.


아무리 정보를 찾아봐도 내 입장이 옳은 것이고, 다수라는 것만 확인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