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그래요. 햇볕.
햇볕을 가만히 맞고 있노라면 어째서 중세시대 사람들이 빛이라는 걸 신과 엮어서 생각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해요. 햇빛은 작물을 자라게 해 주고, 어둠과 추위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며, 또한 그 밞음의 특성으로 사람들을 우울함에서 끄집어내어 내지요. 천지를 창조한 신이 가장 먼저 한 일이 '빛이 있으라.' 였다고 하니 이 햇빛에 대해 중세시대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지요. 비단, 중세시대뿐만 아니라 고대로부터 태양을 숭배한 문명은 무수히 많아요.
햇볕을 쬐는 동안엔 심신이 안정되는듯한 기분이 들어요. 이 햇볕을 맞고 있는 이 순간, 구태여 나에게 필요한 것은 없으며, 그 이상의 것들은 그저 겉치례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지요. 지금 이 순간 햇볕과 나 사이엔 시간만이 흘러갈 뿐이에요.
그래서 난 채광이 환한 곳을 좋아했어요. 그러나 채광이 좋은 곳은 집값도 비싸니, 이제 사람들은 햇볕을 쬐는데도 돈이 필요하게 되었네요. 어쩌면 태양이 저렇게 큰 것은 행운이었을지도 몰라요. 분명히 태양이 작았다면 대다수는 어둠속에서 추위에 죽어가고 있었을 테니 말이에요.
난 비오는 날도, 어두워져 가는 초저녁도 좋아하지만, 이렇게 햇볕이 가벼이 내려오는 날도 좋아해요. 날씨는 저마다의 매력이 있는 법이지요. 창문으로 쏟아져 내리는 이 햇볕의 부드러움을 당신과 나누고 싶었어요. 늘 바쁜 사회 속에서 이 햇볕이 주는 기분 좋은 나른함과 하지 않음의 여유로움을 잠깐이나마 당신이 즐겼으면 했어요. 그러나 이렇게 조용히 죽치고 있는 것의 무료함과 권태로움, 어색함을 못 견디고 금새 밖으로 나가려 했을 테지만 말이에요. 보통 이런 날에 가만히 집에서 광합성을 하기보단 밖으로 나가려고 할 테지요. 가만히 있기엔 너무나도 아까우니까요. 이런 날엔 특색 있는 카페에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에요. 그렇지만 활동하기 좋은 날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씨의 사치도 해 볼 만 해요.
이젠 완연한 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