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할 말 없음, 지워내는 연습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9. 30. 20:34

오랜만에 티스토리에 들어왔더니, 글을 안 쓴 지도 꽤 됐다.
일부러 글쓰는 것을 피해왔다든가, 일부러 티스토리에 들어오는 것을 자제한 것은 아니다. 단지 외부에 관심을 갖지 않다보니 쓸 말이 없었을 뿐인데, 외부에 일부러 관심갖지 않은 것도 아니다.

요즘 도배되고 있는 뉴스에 대해서 내가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분석할 재미라도 있는 어떠한 사회적 현상이나 제도적 정책도 아니고, 그냥 몇 마디하고 지나칠 뿐인, 딱 그 정도에 지나지 않을 사소한 일이다. 그것은 분명히 사회적으로 사소하지 않을 중대한 일이지만서도, 절차와 결과에 있어서 어차피 국민은 배제된 채 그들끼리 북치고 장구칠 일, 저들끼리 풀어나가야 할 일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같은 외부인들)에게는 지나가는 가십거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사소한 일이다.

그러한 연유로 그다지 쓸 주제가 없다보니, 쓸 말도 없다.
예전 같으면 적어도 3~4일에 한번은 편지든, 단상이든 뭐라도 글을 쓰고 싶어지는데, 이번 주는 딱히 그런 것도 없는 듯하다. 몇몇 짤막한 단상이 떠올라 메모를 해둔 것이 있으나, 그마저도 영 쓰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혹시 생각이 없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한 사람이 생각해내는 주제나 단상들은 그 사람의 경험에서 나오므로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법이다. 특히나 어릴 때 활발했던 경험들이 갈수록 줄어드니까 말이다. 결국 그러한 것들은 그 사람의 인생, 경험에 뿌리 박혀서 나오는 것이고, 이는 흔히 말하는 '라떼는 말이야~'라든지, 변화를 읽지 못하는 철지난 꼰대소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변화가 너무 빠르다느니, 과도기라느니 이에 대한 나의 메모가 조금 남아있긴 하나 아직은 구체적으로 쓰진 않을 듯 싶다. 그 외에도 잡생각으로 적어놓은 메모가 2~3가지가 있으나, 이것도 나중에 쓰게 되지 않을까. 글을 쓰는 것이 의무도 아니고, 그저 자기만족이나 생각정리를 하고 싶어서 쓰는 것이니 분명히 그러한 주제에 대해서 쓰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오리라 생각한다.

너무나도 짤막한 단상은 그냥 지워버릴 때도 있는데, 그러한 것들마저도 굳이 적으려고 하는 것은 일종의 메모 강박증, 집착은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정말 쓰고 싶으면 당장 쓰는 것이 속편하지, 굳이 나중에 써야겠다고 미루는 단상들은 실상 대게 모호한, 정말로 잡생각에 지나지 않으므로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다. 쓸데없는 것들로 내 머리를 채우면, 정작 필요한 것들을 담을 수 없게 되니까. 어차피 그러한 잡생각은 내 삶에서 1g로 중요치 않고, 지워버린데도 내 삶에 하나도 영향을 끼치지도 않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쓰는 것보다 좀 지워내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참에 오래된 메모들을 정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