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비공개된 글, 그리고 D-1291 편지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8. 18. 22:49

오랜만에 글을 쓰는군요.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어요. 가을이 다가왔다는 것을 부쩍 느낍니다. 계절의 변화는 정말 어느 순간 확 다가오는 것 같아요. 짤막한 2~3일만에 확연하게 바뀌어요.

사실, 쓰고 싶은 글은 많았어요.
단지 저의 나태함과 게으름 때문이지요. 날씨가 차분해지면 생각도 많아져요. 하지만 이제 전 알아요. 이러한 생각과 글들이 한 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래서 '언젠가는 이 글을 써야겠다'라고 간단한 메모를 해놓고 넘겨버려요. 마음에 조금 걸릴 때가 많지만, 익숙해져야해요. 넘쳐 흐르는 생각들을 다 붙잡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글로 쓰는 것은 분명히 삶에 지장을 주는걸요. 그럼에도 오늘은 이렇게 글을 써봐요.

이 글을 쓰기 전에 비공개로 썼던 몇몇 글들을 봤어요. 그리고 그 중 하나를 공개로 돌렸어요. 2014년도에 쓴 글인데, '서양과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차이점'라는 글이지요. 지금이야 시간도 지났고, 뇌피셜치곤 나쁘지 않은 생각정리 글이라 생각해서 공개했어요.

제 블로그에 있는 비공개의 글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비공개 처리가 된 것이에요. 개인 일기장이나 과거에 공개적 SNS에서 썼던 생각들처럼 제가 누구인지 특정될 수 있는 이유 때문에 비공개를 한 것도 있고, 전혀 논리적이지 못하고 뇌피셜에 의존해서만 썼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스스로 비공개를 한 것도 있어요. 또는 몇몇 생각들이 대중들과는 맞지 않는 이유 때문인 것도 있지요.

대중들과 생각이 맞지 않는다는 것은 싸이코패스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제가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면이 있는터라, 남들이 다 yes할 때, no라는 식으로 삐딱선 타면서 비판할 때가 종종 있거든요. 지금이야 좀 더 정신 차리고 글을 쓰지만, 한창 냉소적일 땐 그런 감정들과 선민의식이 글 여기저기에 묻어 나와서요. 생각에 갇히다 보면 오만함이 생겨서는 대중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사람이 되는 거지요. 부끄러운 흑역사가 되겠네요.

그런 선민의식이 지금은 아예 없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사회를 생각하고, 그 안의 사람들을 생각하다 보면 관찰자 입장에서 그런 생각이 묻어나오거든요. 그래도 이젠 잘 알아요. 뭐라도 된듯이 오만하게 일침을 가할 것이 아니라, 그저 내 생각을 하나 보태본다는 심정으로 들어달라고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요.

하지만 이것도 그래요.
저의 모든 생각들은 그저 때의 생각들로서 딱 한마디하고 지나쳐야 한다는 것을요. 그래도 역시 글을 꾸준하게 쓸 것 같아요. 그래도 분명 끝은 있을거에요. 한창 글을 쓸 땐, 이 나이대가 되면 그만둬야겠다 생각했지만, 지금은 10년까지만 채우자는 것이 일단 목표에요.

D-1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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