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입추, 이모저모 편지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8. 9. 07:31

어제는 입추였지요.
어느 새 이렇게 한 해의 여름이 지나가고 있어요. 그러고 보면 벌써 올해의 2/3 지점을 지나고 있네요. 이제 곧 가을을 맞이하고, 눈 내리는 겨울이 오고 나면 2020년을 맞이하게 되겠지요. 늦은 저녁 무더위가 가셨다는 걸 느낄 때마다 '가을이 오고 있구나'하고 생각하곤 해요. 그래도 아직은, 아직은 날씨가 더워요. 입추라고는 하지만 하루에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고 있는듯한 날이죠.

얼마 전에 한국의 외교적 문제와 그에 따른 경제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죠. 제 예상과는 달라서 다행이에요. 저의 생각이 맞아떨어졌다면 나름 기뻤겠지만, 그것은 한국의 불행이니까요. 일본의 정치적 계산이 또 달라진 모양이에요. 불매운동으로 인한 관광업 타격이 효과가 있었을까요. 아니면 수출규제가 한국기업의 발빠른 대처로 생각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을까요. 아니면 일본 기업과 아베정권 사이에 이익이 달라진걸까요. 어느 것 하나 알 수는 없어요. 제대로 된 수치라든지, 일본에 대한 심층적 정보가 없으니까요. 아직은 보도되지 않은 물밑 정보를 통해 외교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죠. 아직 일본과 한국이 대치 중이긴 하지만, 일본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이에요. 한국이 어떻게 나오는지 추이를 지켜보는 것일지도 몰라요.

어제는 제2의 IMF설은 과장된 것이라는 뉴스의 보도가 있었어요. 저도 한국이 외환위기를 2번이나 겪을 정도로 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일전에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로 외환보유나 재정관리에 엄청나게 신경써왔거든요. 그런 이유로 외국에서 한국은 나름 안정성이 국가로 통해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름대로 영향은 있을거라는 것이지요. 사실 영향이 있다/없다 이 정도 이야기는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얼마나' 있느냐를 짚어내는 것이 진짜 전문가지요.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지는 전문가들이 정보를 가지고 알아서 판단할 거예요.

그런데 요즘 신문들을 보면 잘 모르겠어요. 다 제각기 하는 말이 달라서요. '누구는 위험도가 크다. 누구는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 누구는 수출규제가 생각해보다 한국에 영향이 크다. 누구는 한국에는 대체할 것들이 많아서 견딜만하다.' 등등 다 서로 다른 입장을 내밀어요. 신문이라는 것이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는 것 좋다고 생각하지만, 너무나도 중구난방식으로 보도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생각해요. 판단에 혼선이 오거든요. 그런 의미로 속도만을 중시하는 언론이 아니라, 좀 더 확실한 정보를 제공하는 제대로된 언론이 나오길 바라요.

아직까지는 위기에요. 달라진 것은 없어요. 딱히 우리쪽에서 내밀 카드는 없어보이고, 중요한 것은 일본 내부에서의 논의와 심경변화인데 속내를 파악하기 어려워요. 차근차근 대처해나가고 있고, 잘 극복할 거라 생각해요. 여전히 가시밭길이지만요.

무멋보다도 이번 위기로 인간의 다른 면모를 엿본 것 같아요. 사람은 생각보다 악독해요. 나라가 망하길 고사지내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더라구요. 사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해요. 나라도 내가 있어야 있는 것이지, 내가 없는 나라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가령, 대한민국 경제가 나빠지는 쪽으로 판단해서 투자한 사람들은 경제가 나빠지길 바랄 거에요. 차라리 개인적인 이득과 연관된 이유라면 낫다고 생각하지만, 단지 나라가 망하길 바라는 것이 '내가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인 사람이 많아보이더라구요. 마치 '봐! 내 말 맞지? 내 말을 듣지 않는 너네들이 개돼지인 것이고, 너네들이 문제였던 거야!'라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현실을 자신의 틀에 맞추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사람의 또 다른 면모를 현실에서 보게 된 것 같다고 썼어요. 누군가에게는 이것들이 타자의 인정이 걸린, 자존심과 직결된 문제겠지만, 저로써는 그까짓꺼 좀 틀릴 수도 있는 것인데, 기왕이면 나의 판단이 맞기보다는 현실이 불행하지 않는 것을 택하고 싶어요.

뭐, 생각은 여기까지에요.
더 이상의 섣부른 추측이나 생각들은 금물이지요.

가을이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면 뭔가 속에서 울렁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 가을만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차를 한 잔 하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달콤한 꿈을 꿔보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어요. 상대도, 장소도, 차 종류도, 그 무엇도요. 언젠가는 마실 수 있겠지요. 얼마 전에 지인이 소개해준 전통찻집을 떠올리며 글을 이만 줄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