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고 오는 길.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즐겁게 나누었지만, 왠지 모르게 뒷맛이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다. 왜 씁쓸했을까. 이야기가 그저그런 신변잡기 같아서? 관심사가 달라서? 그것도 아니면 답 없는 남자 넷이서 의미없는 한탄만 해서?
분명 뒷맛이 씁쓸했던 것은 우리들이 나눈 이야기들이 이렇게 의미없는 한탄이나 그저그런 신변잡기는 아니었나 생각할정도로 공유점 없이 멀어져버린 우리의 관계 때문이었으리라.
근황을 물어도 으레 사회인들이 다 그러하듯, '그냥 회사다니지 뭐.' 같이 달리 할말이 없다는 듯 한두마디로 답은 끝난다. 그리고선 '뭔가 재밌는 일은 없나'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재촉하며 기다릴 뿐이다.
그럼에도 재미없는 남자 넷만 모였으니 아무런 답도 내지 못한 채 의미없는 한탄으로 결론지어질 뿐이다. 모든 문제가 반드시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학과 한탄은 자기파괴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분위기를 내려앉게 만든다. 자학이나 한탄은 상황이나 발언자가 그렇지 않다는 공통적 인식 위에서나 즐거움이 스며들지, 그것이 각자의 현실에 다가설 땐 말 그대로 무거운 현실이 된다.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들은 어느샌가 각자의 현실이 되어버렸고, 각자의 이야기들은 신변잡기나 의미없는 한탄으로 치부되어 버릴 정도로 삶의 공유점에 간극이 생겨버렸다는 것,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로 채워져야만 말이 오고 간다는 것이 분명 씁쓸함을 가져왔으리라 하고 생각해본다.
앞으로도 달라질 것은 없을 거란 이야기들을 나누고 온 뒤면 약간의 피곤함과, 씁쓸한 뒷맛과, 삶의 권태감들이 나에게 달라붙곤 한다. 그러면 나는 무기력하게 갉아먹히는 것을 끅끅 참아내며 좀 더 열심히 내 삶에만 치중해야겠다고, 지지말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애써 다독여 보는 것이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공개된 글, 그리고 D-1291 편지 (0) | 2019.08.18 |
---|---|
입추, 이모저모 편지 (0) | 2019.08.09 |
8월, 영화, 그리고 편지 (0) | 2019.08.03 |
자존감이 떨어지는 날, 기억들과 스며드는 그리움 (0) | 2019.07.27 |
October의 acacia와 여름밤 편지 (0) | 2019.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