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가을이네요.
이젠 저녁이 언저리에 내려앉을 때 쯤이면 풀벌레 소리도 들려요. 거진 일주일만에 글을 쓰네요.
지금은 추석이라 잠시 고향집에 내려와 있어요. 한동안 아기고양이도 돌보고, 밀린 일도 하느라 바빴어요. 그래서인지 글쓰기가 귀찮아지더라구요. 사실 며칠 전에 글을 쓰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이제서야 펜을 들어요.
며칠 전에 마당가에서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어요. 가만히 놔두면 죽을까 싶어서 데려와 분유를 먹이고 있어요. 먹이고, 놀아주고, 상자에 넣어두면 잠을 자지요. 그리고 저녁 때쯤엔 또 다른 어미 고양이 앞에 데려다 놔요. 다행히도 다른 새끼들과 잘 놀기도 하고, 또 잘 보살펴주더라구요. 낮동안만이라도 분유만 적당히 먹여주고 있어요.
저는 고양이와 개를 좋아하긴 하지만 본격적으로 키우진 않아요. 그저 자연스럽게 놔둬요. 단지 사료와 물만 적당히 부어줄 뿐이죠. 대체적으로 건강하게 잘 살아가더라구요. 그래서인지 마당가에 있는 고양이들은 저희에게 정이 없어요. 늘 경계하고, 도망가지요. 이번 아기 고양이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가 없는 걸 보니, 내년 쯤엔 고양이들의 애교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가을 저녁은 차분해질 수 있어서 좋아요.
조용히 풀벌레 소리를 듣다보면 서서히 차분하게 내려앉는 느낌이지요. 감정들이나 집착을 좀 더 내려놓게 되고, 의미부여를 애써하지 않게 되지요. 약간 관조하게 되는 듯해요.
내려놓으면 좀 더 편할테지만, 한없이 내려놓을 수 만은 없죠. 내가 내려놓은 만큼 누군가는 그 짐을 짊어지게 될 테니까요. 제 몫은 해야겠지만, 그 이상은 '아무렴 어때?'라는 생각도 드네요. 당장 한순간의 감정일지도 모르지요.
며칠 전엔 어머니의 말씀에 기분이 좀 쳐졌었어요.
어머니께서 비교하려고 이야기를 꺼내신 것이 아니란 걸 잘 알아요. 그저 외사촌의 사업이 잘 되고 있고, 그래서 외삼촌이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근황을 전하려 했을 뿐이지요. 그럼에도 기분이 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서 울적한 기분에 글을 좀 썼었죠.
비교는 불행의 씨앗이라는 것도 잘 알고, 내 안의 감정이 나를 휩싸이게 만들어선 안된다는 것도 잘 알지만서도, '넌 연봉 3천만원짜리 사람, 너는 연봉 4천만원짜리 사람, 넌 연봉 5천만원짜리 사람' 이렇게 몇 천만원짜리 인생인지 가치가 나뉘는 현실 앞에서 한없이 우울해진다는 투로 글을 썼지요. 그리고 돈 버는 능력이 없는 저는 무가치한 인생이라는 것도 말이지요.
그러한 감정 역시도 한 때였을 뿐, 이젠 지나가고 없지요.
그게 어려운 거지만, 감정에 휩쌓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좀 더 내버려 두는 것 말이에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문구를 생각해보며 글을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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