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한 주의 시작, 미뤄진 계획들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10. 14. 11:55

오늘은 날씨가 많이 좋네요. 오랜만이에요.

확실히 편해지기는 쉬워도, 귀찮은 것은 어려운 것 같아요.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긴 했는데 글쓰기가 귀찮아서 게으름을 피웠어요. 그다지 중요한 생각도 아니었으니까요. 짤막하게 써서 메모를 해두긴 했는데, 막상 글을 쓰려니까 딴짓하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하루, 이틀 보내면서 게으름에 익숙해졌어요. 몸이 편해지니까요. 사실 이 글도 약간은 억지로 쓰는 것이기도 해요. 그래도 가끔씩 떠오르는 것을 메모하는 걸보면 글쓰는 걸 그리 싫어하진 않는 것 같아요. 다만 '각'잡고 쓰려니까 머뭇거리는 거지요.

모처럼 한 주를 새롭게 시작하는 월요일이겠다 싶어서, 새벽에 짐(gym)센터를 갔는데 일이 생겼어요. 락커 비밀번호를 잘못 지정하는 바람에 락커를 열 수가 없게 됐거든요. 락커에는 비밀번호 4자리를 지정하라고 써져 있었는데, 3자리를 입력한 후에 초기화를 시키지 않고 4자리를 더 눌러서 지정하는 바람에 7자리를 지정하게 됐거든요. 그것도 모른 채 써져 있는대로 이리저리 바꿔가며 4자리만 입력했지요. 겨우 비밀번호를 풀고 나왔지만, 벌써 11시가 다 되어 가네요. 덕분에 오전에 계획들이 다 엉클어졌네요. 오전에 일찍 가볍게 글을 쓰려고 했던 계획까지도요.

메모했던 글들을 예약 형식으로 써놓긴 할테지만, 예전처럼 글이 많이 올라오진 않을 것 같아요.
예전과는 달리 생각할 거리도 많이 줄었구요, 생각을 줄여야만 하구요.
세상사 돌아가는 거 한두번 보는 것도 아니고, 이제 관심도 많이 사라지더라구요. 어차피 다 알만한 사건들이야 관련자들끼리 알아서 처리할 일이고, 제 3자는 편갈라 싸우기 밖에 더 하나 싶어요. 제가 가끔씩 썼던 과거의 기억들이나 소재들도 어느 정도 거의 쓴 것 같아요. 거진 5~6년은 써왔으니까 많이도 썼네요. 일기를 빼더라도 글이 1천개가 넘네요. .........기억도 가물가물, 감정들도 흐물흐물. 새로운 경험이나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무뎌져서 빠르게 화석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가끔씩 흐르는 감정을 기록해두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그냥 일회성 생각으로 끝을 내는 경우가 많아요.

이것이 좋은 현상인지, 나쁜 현상인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일단은 좋은 현상이라 생각해요.
너무 많은 생각과 그 생각을 글로 쓴다는 것은 일종의 자의식 과잉이지요. 이것이 '좋은 글'로 나타난다면 좋은 작가가 되겠지만, 대부분은 그냥 자기 표출에 불과할 뿐이고, 이러한 표출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지요. 일종의 '고급 낭비'라고 볼 수 있어요. 나 자체에 집중하는 것보단 나의 삶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게으름과 별개로 생각과 글쓰기가 줄어드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요.

앞으로 살다보면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감정들이 무럭무럭 자라날 때가 분명히 올 거예요.
그 때 가선 이 티스토리의 글도 활발하게 올라오겠지요.

그리고 그 땐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관심분야에 집중해서 농밀하고도 전문적인 글을 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