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체력은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어제 저녁에 편지를 쓸까 했어요.
하지만 피곤해져서 미처 쓰지 못한 채 오늘에서야 글을 남기게 되었구요.
잠깐, 앞선 이야기 좀 마저 할게요.
그래요. 체력은 사람이 활동한다는 것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연료 같은 것이죠. 그래서 어떤 활동을 하든 간에 체력은 늘 소모되기 마련이에요. 움직이는 것, 생각하는 것, 글을 쓰는 것, 하다 못해 숨을 쉬는 것도 체력을 소모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무언가를 섭취해야만 해요. 혹은 운동을 통해서 체력의 절대치 자체를 늘리기도 하지요.
무언가를 섭취해서 체력을 회복하든, 운동을 통해 체력의 절대치를 늘리든, 그건 돈과 시간을 필요로 해요. 그래서 우린 살기 위해서 내 시간을 써서 돈을 벌러 다닙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돈을 버느라 체력을 소모하거나, 건강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살기 위해서 돈을 버는데, 돈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늘어가는 것이 현실이죠. 자원이라곤 인적 자원 밖에 없어서 사람을 갈아넣을 수 밖에 없는 나라의 슬픈 현실이에요.
고향에 잠시 내려왔어요.
종종 고향에 내려오면 저는 밀린 일들을 처리하지요. 집안을 정리하고, 수리할 것은 수리하고, 무언가 주문해야 할 것들이 있으면 주문도 하고, 부모님 대신에 컴퓨터 작업도 종종 하지요. 무엇보다도 힘이 필요한 일들을 주로 해요. 그러고 나면 한동안 근육통이 생기곤 하지만, 일을 쉴 순 없어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땀을 흘리며 일한 뒤에 자연 바람을 쐰 적이 있나요? 그건 무척 기분을 좋게 만들어요.
태양이 깨어날 때쯤, 서늘한 기운 속에서 일을 하다보면 어느 새 태양은 햇볕으로 열기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그리고 내가 흘린 땀들이 열기를 하나씩 더 보태지요. 하지만 이 열기들은 뒤에 찾아올 바람을 더욱 기분좋게 만들어 주지요. 그건 마치 단맛을 느끼기 위해 넣는 소금과 같은 것이죠.
오늘 오전 내 일하다 이렇게 글을 남겨요.
아마도 어제 저녁에 편지를 썼으면 편지의 내용이 또 달라졌겠지요.
이제서야 본래 편지에 쓰려던 것들을 써볼게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죠.
물론 즐겁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싸우기 위해 만나거나, 고소를 당해서 혹은 고소를 해서 만나게 되거나, 대화가 되지 않아서 오히려 피곤해지는 만남 같은 것이 있지요. 일련의 그런 경우를 빼고서라도,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여전히 즐거운 일이에요.
그건 일종의 삶과 삶이 만나는 소통과 같거든요. 모든 삶이 같지 않을진대, 어쩌면 내가 살았을지도 모를, 이 세상 삶의 또 다른 면모를 볼 기회가 찾아온 것이지요. 새로운 것은 늘 신선함과 즐거움, 그리고 일종의 작은 모험(-두려움)을 가져와요.
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저의 생각일 뿐이에요.
내가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또 어떨지 모르거든요. 상대방에겐 충분히 고통스러운 만남일 수도 있고, 뻔한 만남일 수도 있거든요. 삶과 삶이 만난다는 것은 결국 겹쳐지며 부딪치게 되는 지점이 생기는 거니까요.
이러한 만남에는 꼭 직접적인 만남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가령 이렇게 제가 글을 남기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만나고 있는 셈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과거에 이슈화됐던 티슈 인맥도 하나의 만남과 같지요. 하지만 우려했던 것만큼 티슈 인맥이 나쁜 건 아니에요. 사실, 우리는 무언가를 판단할 때 끊임없이 무거움과 가벼움을 따지고, 가벼운 것은 부정적인 것, 별로인 것으로 취급하고, 무거운 것은 마치 진실된 것, 깊은 관계, 소중한 관계, 좋은 관계인 것처럼 취급하지요. 하지만 관계는 그 때에 따라 경중이 달라질 뿐이지, 좋고 나쁨의 도덕적 판단이 끼여들 여지는 없어요.
단지 우리가 도덕적 판단, 좋고-나쁨을 따지는 이유는 관계의 진정성에서의 두려움(믿을 수 있는가? 혹은 내가 버려지지는 않을까? 와 같은) 때문에 그렇지요.
여튼 간에 만남이라는 것은 어떤 형식으로든 이루어지는 것이고, 우리는 딱 그 만남의 형식만큼만 적절하게 행동을 취하게 될 거예요.
이야기가 옆으로 새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새로운 만남이 있었다는 걸 편지에 남기고 싶었어요.
당분간은 일을 계속 하며 지내겠지요. 나중에 또 새로운 이야기로 편지를 쓸 날이 오겠지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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