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신지요?
오늘은 오랜만에 비가 내렸어요.
비가 내리니 또 이렇게 손을 들어 글을 써봅니다. 다만 저 같은 경우에는 컴퓨터와 키보드겠지만요. 오전에는 빗줄기가 제법되더니, 지금은 소강상태네요. 당신이 계신 그곳은 어떤가요. 비가 내리고 있나요? 일반적으로 비가 내리면 그 주변에 비가 내리지 않는 지역은 더 무더워진다고 해요. 혹시 무더위를 느끼고 계시진 않나요?
혹시 다비치의 두 사람이라는 노래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두 사람을 동시에 마음에 두고 있어서 고민하는 내용의 노래지요. 얼마 전에 지인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눴어요. 과연 사랑은 무엇일까요? 사람은 한번에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할까요. 여러 사람을 동시에 사랑할 수는 없나요. 동시에 사랑하면 그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고,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일까요.
이 노래 가사에서도 그렇듯이 많은 이들이 때론 이런 감정에 죄책감을 느끼곤 해요. 당혹스러워 하지요. 어떤 이들은 흔들렸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바람을 핀 것이라 비난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것은 순수한 감정에 의한 것일 뿐, 도덕적 판단이 들어올 순 없어요. 그것에 도덕적 잣대를 내미는 것은 그 사람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검열하는 것과 같지요. 그렇지만 이것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나름의 선(線)을 가지고 있어요. 어떤 이에게는 이 자연스러운 감정이, 어떤 이에게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 금선(禁線)이기도 하지요. 감정이 순순하다고 해서 다 허용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우린 사랑에 대해 일정한 틀을 박아두는 것 같기도 해요. 그것은 마치 일부일처제와 같은 결혼처럼, 한번에 한 사람만 사랑하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요. 그래서 이러한 틀이 깨어져 나가는 순간 당혹해하거나,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곤 해요. 또한 주변의 손가락질도 받기도 하지요. ....컴퓨터 게임을 하면 한국인들은 공략집을 열심히 만들어요. 가장 효율적인 공략에 대한 일종의 정석을 만들지요. 그리고 이러한 정석을 어기면 거쎈 항의와 비난을 일삼아요. 공략도 게임의 즐거움 중 하나겠지만, 그저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도 게임의 즐거움인걸요. 게임의 틀을 만들 듯이, 어떠한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공인된 틀이 존재해야만 직성에 풀리는 것 같기도 해요.
편지를 짧게 쓰고 싶었는데, 이야기가 옆으로 좀 샌 것 같아요.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은 어떤 느낌인가요. 어떤 형태를 띄고 있나요. 궁금하네요.
비는 조근조근히 내리고 있어요. 가벼운 옷차림으로 걸어다닐 정도로요. 이렇게 비가 얌전히 내리면 작물에 큰 도움이 되지요. 아마도 비가 그치고 나면 작물이 눈에 띌 정도로 쑥쑥 자란 모습이 보일 거에요. 이번 장마는 짧은 대신, 집중호우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 다행이네요.
음..과거의 추억들이 있나요?
정확히는 초등학교 시절쯤의 추억들이죠. 저의 삶은 너무나도 빠른 것 같아요. 개인의 인생사로서 빠른 것이 아니라, 시대적 발전의 흐름이요. 분명히 휴대폰이 보급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전국민이 쓰기 시작했고, 폴더폰과 슬라이드 폰을 쓰더니, 이젠 다들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녀요. 기술적 측면의 발전과 사회의 발전들을 제도나 행정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과거를 찾아보면 정말 이렇게 일처리를 했나? 싶은 정도의 행정처리, 부정부패들이 많지요. 불과 20년 전 대규모 재난이 일어났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 초능력자를 초청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지요. 뭐, 그렇게 시대적 발전이 빨랐다는 거에요.
다시 시간을 돌려 볼게요.
그 시절엔 정말 아날로그적이었어요. 혹시 100원짜리 뽑기 기억하시나요? 종이에 스테플러로 고정 시켜놓고 1개당 50원하던 뽑기요. 학교 앞 문방구에는 각종 상품이 걸려있었지요. 전 대표적으로 1등 상품의 잉어엿과 3등 상품쯤의 몽둥이 엿이 기억나네요. 미니카가 1등 경품이었던 적이 있구요. 어떤 때는 미니 오락기를 들여놔서 동전을 넣거나,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꾀돌이 과자가 나오던 것도 기억나요. 꾀돌이는 제가 제일 좋아했던 과자랍니다. 아폴로나 쫀득이라는 과자도 있었구요. 포켓몬스터가 열풍일 땐, 포켓몬스터 빵을 먹고 띠부띠부씰 스티커를 열심히 모으곤 했지요. 전 고스트 빵을 제일 좋아했어요. 달콤한 초코빵에 초코크림이 일품이었지요.
성인이 된 뒤로 혼자 초등학교 문방구를 다시 찾아가 본 적이 있어요. 한 군데는 문을 닫았지만, 또 한 군데는 아직까지 운영을 하고 있더라구요. 매우 신기했어요. 갖가지의 어릴 적 먹던 과자들이 여전히 남아있었지요. 학교는 거의 그대로였지만, 교실이 좀 더 추가됐고, 연결통로가 생겼으며, 연못엔 정자가 생겼더라구요. 추억은 늘 미화되는 거라지만, 과거 흘러버렸던 그 장소에 다시 가보니 기분이 오묘했어요.
그래요. 전 이 편지에서 그 때 그 시절을 이야기 해보고 싶었어요.
이 편지를 읽고 있을 분들의 초등학교 시절은 어땠나요. 혹시 유난히 기억나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개인적인 사건이든, 포켓몬 빵처럼 어떤 상품이든, 뭐든지요.
비가 잦아드네요.
이만 편지를 줄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