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이에요.
편지를 안 쓴지도 2주쯤 되었네요. 그냥 좀 바빴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핑계를 대자면 체력적으로도 피곤해서 넘어간 날도 있구요. 한 두 글을 쓴 적도 있으나 미완이라 올리지 않은 것도 있구요. 일에 치여 살다보니 어느 새 수요일이고, 어느 새 금요일이고, 어느 새 주말이에요.
......아직까진 이 직장이 미래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지만, 현재 제 자신의 상황에선 가장 시너지를 낼 만한 직장이라 다닐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대우나 일을 배우는 것과는 별개로요.
오늘은 추가 업무 때문에 밖에 나왔다가 일이 터져서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어요. 차량 배터리가 나가버렸거든요. 이럴 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죠. 그냥 기다리는 수 밖에. 한적한 시골에서 차가 멈춰버려서 오랜만에 자연을 즐기고 있네요. 파릇파릇한 들과 논, 그리고 작은 산들과 그 산 속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매미 소리들. 이렇게 한가롭게 자연 속에 파묻혀본 적이 얼마만인지 몰라요. 그리고 산모기들도 있네요.....
회사를 다니고 나서부턴 일, 일, 일이었거든요. 오늘 할 일과 내일 할 일, 그리고 처리해야 할 일까지. 개인적인 업무들도 생각하면 바빴지요. 직업을 두 개를 갖는다는 건 정말 힘든 것 같아요. 특히나 하나의 직업이 매일 출근과 (불분명확한)퇴근이 일정한 회사라면요. 제 일은 주로 주말에 처리하는데, 요즘에는 추가업무가 있어서 바쁘네요. 곧 시험도 있는데 말이지요. 시험은 승진 때문에 개별적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시기운이 잘 안 따라주네요. 인사운이 없는건가?
오늘도 일 때문에 나왔는데, 불의의 사고 덕분에 이렇게 한가해졌네요. 자연속에서 편지도 쓰구요. 할 수 있는 게 없을 땐 마음을 내려놓고 잠시 눈 돌릴 필요도 있지요. 요즘 날씨가 참 별로네요. 8월쯤엔 한창 무더위가 시작될 달인데, 장마도 아니고, 무더위도 아니고, 습하고 더워요. 무더위가 말려 죽인 거라면, 이번 8월은 쪄 죽이는 느낌이에요. 만두를 냄비에서 찌는 것 처럼요.
이런 날은 체력 소모가 크니 체온 조절을 잘해야 해요. 습기를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구요. 온난화가 가속화될수록 에어컨이 더 필요해진다는 게 역설적이네요. 시골길에서 저를 구해줄 차량이 왔으니 오늘 편지는 여기까지 써야할 것 같아요.
당신은 올 여름 어찌 지내시고 있나요?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시원한 장마와 한여름 무더위가 그립네요.
오늘 하루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p.s
일이 밀리면 우린 조급해질 수 밖에 없어요.
주변에선 쉬어가라고 말하지만 전혀 와닿지 않죠.
쉰다고 해서 일이 줄어드는 건 아니고, 일은 계속 늘어나니까요. 늘어날 일들을 처리해주는 것도 아닌데. 주변에서 쉬어가라고 말해주는 걸 이해되지만서도 그래요. 의미가 없죠.
하지만 오늘처럼 손 놔야할 때가 찾아오면 마음도 함께 내려 놨으면 좋겠어요. 마라톤 한다고 길가에 있는 꽃을 안 보는 것은 아니니까요. 인생은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빗속에서도 춤추는 법을 배우는 거래요.
골인이 목적이 아닌 마라톤 하고 있는 자체가 삶이고 목적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