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보물찾기 편지

어둠속검은고양이 2022. 7. 10. 16:19

오늘 책상 서랍을 뒤지다가 비상금을 발견했어요. 오래전에 여행갔다 오면서 당장 쓸 일이 없어 넣어두었던 돈이었죠. 원래 내 것이었던 잃어버린 돈을 다시 찾은 것 뿐이지만 기분이 무척 좋더라구요.

보물찾기를 해본 적 있나요? 어릴 적 소풍 갔을 때 마무리 하던 놀이 말이에요. 선생님들이 공책이나 연필, 볼펜 등을 적어 놓은 종이를 접어서 숨겨두면 학생들이 제한 시간 안에 찾는 놀이였죠. 수량이 정해진 터라 보물이 발견될수록 찾기 어려웠어요. 발 빠른 아이들은 일찌감치 찾고 또 찾아다니기도 했고, 영악한 아이들은 일찍 눈치채고 선생님들이 숨기러 가는 장소를 훔쳐 보기도 했죠. 열심히 찾다가 나무 사이에 숨겨진 종이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공책이나 연필, 볼펜은 어찌보면 정말 하잘 것 없는 보상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땐 보상의 크기보단 내가 찾아냈다는 행운을 느낄 수 있어서 기뻤던 것 같아요. 마찬가지에요. 책상 서랍에서 나도 몰랐던 돈을 발견 했을 때란! 금액은 중요치 않아요. 물론 금액이 클수록 좋겠지만, 중요한 건 나 조차도 몰랐던, 뜻밖의 운을 얻었다는거지요.

혹시 다람쥐 이야기를 아시나요? 다람쥐는 도토리를 모아서 땅 속에 숨겨두는데, 깜빡하고 잊어버려서 땅에 묻었던 도토리가 나무로 자라게 된다는 이야기지요. 비상금도 마찬가지에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가정집의 유부남들이 몰래 비상금을 숨겨두고 있을 것에요. 혹은 어느 유부남은 비상금을 숨겨둔 곳을 잊어버려서 열싱히 찾고 있을테지요. 마치 다람쥐처럼요.

저도 종종 이렇게 돈을 숨겨놓곤 해요. 눈치볼 사람도, 숨겨야 될 이유도 없지만 나도 모를 행운을 만들어놓는거예요. 그러다 오늘처럼 뜻밖의 행운과 마주치는 거지요. 생각보다 재밌어요(?). 덕분에 그 날 하루는 행복해지지요. 와, 돈을 발견하다니! 오늘은 운수가 좋은 날이네! 하고 말이에요.

훗날 연인이 생긴다면 이렇게 작은 보물들을 숨겨두고 행운의 날들을 선물해주고 싶어요. 이렇게 작은 행운을 발견하고 내 연인이 환하게 웃는 걸 보면 저도 저절로 웃음이 날 것 같네요. 기쁜 일은 나누면 두 배가 되는 법이지요.

p.s
인연이 닿아 반려자를 만나게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하나는 타임캡슐을 묻는 것이고, 하나는 우리를 상징하는 나무를 심는 것이고, 하나는 보물을 숨겨두는 것이에요. 아직은 요원한 일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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