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의 편지네요.
요즘 정말 바빴어요. 정말로. 지금도 바빠요. 뭐 이리 바쁜 척 구냐고 생각하진 말아주세요. 새로운 업무를 맡다보니 퇴근 시간이 많이 늦어졌어요. 일 하는 곳의 장점이 그나마 빠른 퇴근과 집과 가까운 것 두 가지였는데 말이지요. 솔직히 업무를 내버려두고 내일로 미루고 퇴근해도 돼요. 어차피 매일 매일 업무가 늘어나는 자리라서 말이지요. 일을 하든 하지 않든 티가 나지 않는다고 할까요. 그래도 내일은 또 내일만큼 업무가 쌓이기 때문에 오늘 일을 오늘 내 끝내려다보니 늦게까지 일하게 됐어요. 집으로 돌아와서 늦은 저녁을 먹고 좀 쉬고, 밀린 강의를 듣다보면 졸음이 찾아오더라고요. 확실히 체력도 예전 같지 않네요.
아, 덤으로 1 달 사이에 제 위로 2명이나 그만두면서 그 업무들이 전부 저에게 왔다는 점도 무척 유감이지요. 퇴사자가 떠나며 말했던 것처럼 책임은 많고 권한은 적은 업무를 인수인계 받아 맡게 됐는데, 기존의 업무에서도 퇴사자가 생겨서 다시 제 업무로 돌아왔지요. 덕분에 시간은 정말 잘 가더군요. 점심도 안 먹고 출근부터 퇴근까지 쉬지도 않고 앉아서 일하면 겨우 끝내는 정도? 다행이도 오늘부터는 많이 나아진 듯해요. 그래서 이렇게 10일만에 편지를 쓰지요.
뭐 그래요. 다들 마음 속에 사직서를 지니고서 일하러 가지요. 살다보면 원치 않는 업무를 해야 할 때도 있고, 업무량이 갑자기 늘어날 때도 있고, 운이 좋으면 꿀을 빨 수 있는 업무를 맡기도 하고요. 대부분 원해서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점차 적응해가면서 그 안에서도 좀 더 편한 자리, 좀 더 쉬운 자리, 혹은 어려운 자리 등등 상황에 따라, 시간에 따라 바꿔가면서 일하는 거지요. 한 업무에 전문적인 것도 좋지만, 전반적으로 다뤄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전체적인 업무의 흐름을 알 수 있거든요.
그 업무들이 저의 인생과 연관이 있다면 더 중요하죠. 다들 취직해서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 살아가지만, 한편으로는 이 업무들이 나의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연관될 수 있는가도 중요한 것 같아요. 회사 이후의 삶에 있어서 얼마나 써먹을 수 있는지 말이에요. 대체 되기 쉬운 업무인데 그마저도 내 인생의 앞날과 크게 연관이 없다면 말 그대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그냥 버리게 되는 거니까요. 삶의 전체적인 방향과 그에 맞춰 경험들을 축적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네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죠. 누가 자신의 인생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겠어요. 수 많은 선택과 갈림길에서 단 한번만의 스케치로 마무리를 지어야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데. 그래서 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봐요. 임시적이지만 궁극적인 목표로서 우리가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해주니까요.
새벽부터 재미도 없는 일에 관한 이야기나 늘어놓았네요.
일찍 잠들었다 우연히 깨서 쓰게 된 편지인데, 오늘 업무는 잘 할 수 있을까요.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