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너머로 열기를 삼킨 새가 붉은 빛을 토해내듯 뱉고 나면 이윽고 빛을 삼킨 늑대가 검은 양떼들을 몰고 옵니다.
그래요.
파스텔톤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입니다.
일주일 만의 편지네요. 어쩌다보니 글을 자주 쓰는 것도 어려워지네요. 시간이 부족하든, 체력이 떨어지든, 어느 쪽이 원인이든 말이지요.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왔어요. 고향에 내려왔다고 해서요. 점심 때쯤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돌아오는 시간대가 저녁이네요. 그래도, 여름이라 그런지 하지(夏至)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밤이 늦게 찾아와요. 차를 끌고 오면서 바라본 하늘이 너무나 좋아서 묘사를 해봤어요.
이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업무처럼 되어버린듯 해요. 만나기 싫은데 억지로 만난다는 의미는 아니구요, 단지 시간적 일정 때문에 서로 조율해서 만나는 것이 말이지요. 해야 할 일을 적어놓고 하나씩 처리한다거나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떤 업무가 있다거나 하는 그런 일정 조정처럼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일정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어요. '이 날은 시간이 널널하게 비니까, 이 때 만나서 대략 몇 시까지 보면 되겠다' 하고 예상 시간을 잡아보는 것이지요. 그건 아마도 사람들에게 부과된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걸 꺼예요.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고, 주어진 업무가 있고, 사회생활도 해야 하고, 그 외 등등 한 사람에게 자의든 타의든 무언가 부과된 것들이 많아져서 이젠 서로 만나는 일 조차도 수첩을 꺼내 시간을 조정해야만 하는 거지요. 물론 체력도 안배해야 하구요.
원래 전 지인과 약속을 잡으면 다른 약속을 잡지 않아요. 최대한 그 날 하루 일정을 비워놓는 편이에요.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요.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고, 최대한 그 사람과 보낼 만큼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그게 사람에 대한 예의고, 만남이라는 의미라 생각해요. 하지만 어떤 분들은 정말정말 바빠서 시간을 쪼개가지고 만나요. 몇 시 부터 몇 시까지는 어떤 업무가 있고, 또 몇 시 부터 몇 시까지는 저런 업무가 있으니까, 그 잠깐 동안에라도 만난다는 생각이지요. 그래서 정말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시간을 내서 만날 만큼 너라는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고 어필하기도 해요.
물론 사람마다 다른 생각이겠지만, 저는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만남은 만남이 아니라 생각해요. 그건 그저 그 사람이 자신의 일정에 '만남'이라는 업무를 채워넣는 것 같거든요. '몇 시 부터 몇 시 까지 널 볼 거고, 너와 만나서 이야기 하고, 대략적인 시간이 되면 정리하고 갈 거야'라는 소리지요. 그게 과연 만남일까요. 물론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삐딱해서 그런지 그런 건 만남이 아닌 거 같아요. 만나는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니구요. 만나는 사람도 나름대로 시간을 내서 본 건데 말이지요.
어찌됐든 이젠 예전처럼 마냥 그냥 만난다거나 단순하게 약속을 잡기가 어려워진 것 같아요. 이젠 업무를 조정하듯이 서로 시간 조율을 하며 만나야 하지요. 업무적인 느낌이 싫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당신에겐 만남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저처럼 하루의 시간을 비워넣는 스타일인가요, 아니면 하루에도 몇 건의 약속을 잡는 스타일인가요.
언젠가의 만남을 생각하며 짧은 편지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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