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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키타카 잘 맞는 법 - 원론적인 이야기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4. 24. 12:53

티키타카.
오래전에 필자는 티카타카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필자의 블로그를 보다 보면 종종 티키타카 글을 찾아서 오는 분들이 많은데, 특히 연인끼리 티키타카가 잘 맞는 방법을 찾아 들어오는 이들이 많다. 실상 필자의 글은 티키타카의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번엔 티키타카를 잘 맞추는 방법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그러나 필자가 쓸 수 있는 글은 원론적인 이야기고 또한 필자 개인의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필자가 관계 개선의 전문가도 아니니까.

티키타카는 탁구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처럼 '대화가 주거니 받거니' 잘 되는 걸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주거니 받거니' - 상호 작용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나 혼자만 노력해서는 티키타카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을 재밌게 잘 하는 사람은 대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와도 분위기가 좋아지고, 상대방의 반응을 이끌 수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웃게 만들어주는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으니까. 그러나 이것은 코미디언과 관객처럼 일방적인 관계에 가깝다. 물론 코미디언도 관객의 리액션이 좋아야 분위기를 살리고, 더 신나게 웃길 수 있긴 하다. 그러나 관객이 코미디언을 웃기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다. 말을 재밌게 잘하는 사람도 매번 재밌게 할 수는 없다. 한쪽이 웃겨서, 재밌어서 친해진 관계는 쇼가 재미없어진 순간부터 감정이 짜게 식는다. 반대로 쇼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힘들고. 그래도 말을 재밌게 할 줄 아는 사람은 친밀감을 쌓는데 상당한 우위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부러운 능력이다.

티키타카가 잘 되려면 유머코드나 취향이 맞아야만 한다. 필자가 아는 분 중에 성격이 조금 진지한 사람이 있다. 그 분이 전에 여자친구를 사귀었는데, 그 여자친구분이 본인이 무슨 말을 해도 빵빵 터졌다고 한다. 그 두 분은 어떻게 되었을 것 같은가. 결국 그 분이 먼저 헤어지자고 말했다. 자신의 말에 리액션을 해주는 것도 좋지만, 본인은 좀 진지한 이야기도 나누고 싶은데, 진지하게 이야기해도 가볍게 웃어 넘겨버리니 대화가 잘 안되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렇다.

한쪽이 웃어주고, 한쪽이 웃겨주는 관계는 생각보다 오래 못 간다. 정확히 말하면 깊이 있는 관계가 되기 쉽지 않다. 말 그대로 '웃겨서' 만난 것이니까. 유머코드나 취향이 맞으면 그건 웃겨주고, 웃어주는 관계가 아니라 같이 웃고, 서로 웃겨줄 수 있는 사이다. 내가 치는 드립을 이해하고 받아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서로 즐길 수 있는 관계다. 이런 관계는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관계다.

그런데 유머코드나 취향이 안 맞는 관계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런 연인들은 드립을 치고 받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일단 관심사가 달라서 대화도 이어가기 힘들텐데, 드립까지 치고 받으려는 것은 걸음마도 못하는 아이가 달리기 하겠다는 것과 같다.

이런 경우에는 취향과 유머코드를 서로 공유부터 하는 것, 상대방을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상대방이 어떤 부분에서 웃는지,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즐기는지.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알아가는 것이 반대로 자기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웃기다며 보는 영화를 혼자서 봤더니 너무 재미가 없다. 하나도 안 웃긴다. 그렇다면 그건 진짜로 웃는 지점이 상대방과 안 맞는 것이다. 아재 드립이라고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드립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진짜로 정색할 정도로 재미가 없어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 억지로 아재 드립 치면서 같이 웃으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그 사람과 티키타카를 하겠다고?

반대로 상대방이 재밌다는 작품을 봤더니 나도 재밌다면 그건 공유할 지점이 작지만 있다는 것이다. 그럼 그 부분을 극대화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방도 반대로 내가 재밌어하는 것, 추천하는 것을 보고서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은 노력 안하는데 본인만 노력한다면 그 관계는 일찍 접는 것이 낫다. 어차피 한쪽만 노력하다가 제풀에 지쳐 나가 떨어질 거고, 한쪽은 기대만 하다가 실망할 테니까.

티키타카가 잘 되면 좋지만, 티키타카 영 안되는 관계인데 억지로 티키타카 하려고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안 맞는 부분을 억지로 맞추다간 고장이 나버리고 말 것이다. 관계를 좀 더 친밀하게 쌓으려고 티키타카를 맞추려는 것 아닌가. 티키타카가 안되는데도 서로 만나고 있다면, 티키타카가 아닌 다른 지점에서 무언가 끌리는 것이 있다는 것이니, 차라리 그 지점을 서로 공유하면서 극대화하는 것이 둘의 관계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상대방이 나를 보면서 이끌리는 점, 그 장점을 믿고 나아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티키타카가 아니라, 티키타카를 하기 위해 서로 노력하면서 상대방을 알아가고 나 자신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게 상대방과 나를 이해하면서 공유할 지점이 생기고 시간을 공유하다보면 존중할 부분은 존중하고,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같이 하면서 지내다보면 티키타카가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티키타카는 무작정 시도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라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취향을 맞춰가는 끝에서야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