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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논의되는 여성징병제 : 잘못된 논의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4. 24. 11:09

여성 징병제로 이야기가 시끄럽다.
그런데 사실 지금 하는 여성 징병제 논의는 잘못됐다.

여성 징병제는 하고 말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여성 징병제는 확정이고, 그것을 어떻게 어떤 시기에 도입을 해야 할지 논의해야 하는 단계다.

오래 전에 한 외국인이 한 말이 떠오른다.
'한국 사람들에게 통일을 할지 말지 질문하는 것은 잘못된 질문입니다. 이렇게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통일을 하게 된다면, 북한 땅을 어느 국가가 가져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가로 말이지요. 이 질문에 대한민국 사람들은 전부 한국이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그는 통일이라는 것이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해서 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필자는 여성 징병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저출산으로 인해 병력은 대규모 감축되고 있다. 전방사단은 해체하고 통합하고 있으며, 과거 신검에서 3급, 4급 받던 애들이 2급을 받아 현역으로 입대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사회가 쪼그라드는 것은 확정이다. 이 상황에서 나라를 지킬 군대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집에 불이 났는데, 불을 끌지 말 지 논의해야 한다고 보는가?

물론 군사 계획 수정이라든지, 무인화 정책이라든지, 징병제 자체를 대체할 방안을 찾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 이것은 오래전부터 논의되었어야 할 문제다. 하지만 당장 입대하는 남자들이 사회적으로 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에 논의가 되지 않았다. 당장 이 문제에 봉착하는 사람들은 입대날을 기다리고 있는 20대 초반 남자들뿐이고, 이미 군대를 전역한 남자들과 군대와 전혀 유리되어 있는 여자들, 그리고 현역으로 입대하지 못한 사람을 어딘가 하자가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대다수의 무관심에 묻혀 있었을 뿐이다. 사회적으로 소수자들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마당에 정작 규모가 더 크고, 우리와 밀접한 군대 문제는 소수라는 이유로 유야무야 넘어간 것이 사실이다. 구타, 자살, 왕따, 군납비리 등 어떤 문제가 터질 때마다 욕이나 한 마디씩 하고 치웠지, 그것에 대해 청원을 하거나 국회의원에게 정책을 내라고 우리가 강하게 압박한 적이 있었던가. 우리나라의 국방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먼 나라의 가십거리처럼 여겼을 뿐이다.

뭐, 이미 지난 일이다. 이제와서 과거에 어떻게 했어야 한다느니 말해봐야. 그래도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

그러나 앞날이 문제다.
병력의 적정선이 어디까지인가, 축소를 하거나 무인화한다면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

지금도 군인 수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성 징병까지 할 필요도 없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출산율은 0.84다. 성인남녀 2명이 1명도 안 낳는다. 2018년에 1명 밑으로 떨이진 뒤로 3년째 더 하락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과연 여성 징병 없이 군대를 유지할 수 있을까? 설령 필요 군인 수를 대폭 낮춘다고 해도 말이다. 지금도 군인 수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 입장을 따라도, 그것은 '지금 당장' 여성 징병제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 10년 뒤, 20년 뒤에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언젠가는 인구 축소로 인한 벽에 부딪칠 날이 올 것이다.

그때도 징병하니 마니 논의하고 있을 것인가?
집에 불이 나서 다 타고 있는데도 불을 끌지 말지 논의할텐가?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말하지만 이렇게까지 문제를 심각하게 이끌어온 것은 정쟁만 일삼던 늙은 정치인들이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내 나이가 70살, 80살이 되었을 때, 그 때 한국은 어떻게 되어 있을지. 과연 한국이라는 이름이 남아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