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친구와 허브화분 이야기

어둠속검은고양이 2015. 8. 5. 01:23

오래 전, 자주 다니던 헌혈의 집에서 허브 화분을 하나 받았다.
이 작은 화분이 그나마 내 방에 유일한 생명체인지라 나름 흙과 함께 거름도 주고 물과 햇빛으로 무럭무럭 키웠다. 어찌 내 정성이 잘 먹혀 들었는지 화분공간이 부족할정도로 쑥쑥 크길래 부지런히 가지치기를 해주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가지치기를 심하게 한 탓인지 식물이 영 자라질 못하더니 결국 죽어버렸다. 과도한 관심이 오히려 식물을 죽이게 만들었으리라...싶었다.

얼마 전에 친구가 다쳤다는 소릴 들었다.
꽤나 무서워하길래 이리저리 고민하며 위로를 해주었지만, 그 친구는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다 말해줄테니, 걱정하지 마. 해결책이나 답을 내려주려고 하지 말고, 그냥 아무 말하지 말고 있어줘. 내가 알아서 할게." 솔직히 서운하다기보단, 지난 날의 화분이 생각났다.
'아, 지금 이 친구에게 과도한 관심은 오히려 독이 되었구나....'
알았다고,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 아무 말 하지 않고 기다릴테니, 나중에 무슨 일 있으면 말해달라는 말을 끝으로 대화를 끝냈다. 며칠 뒤 수술도 무사히 끝났다며 연락이 왔다.

종종 그런 생각을 해본다.
걱정해주고, 관심가져주는 것도 좋지만, 아무 말없이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이젠 '독' 같은 과도한 관심보단 기다릴 줄도 아는 사람이 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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