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를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이들이 있다.
인물 그 자체와는 별개로 그의 행위들에 대해서 과는 과대로, 공은 공대로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뜻 보면 이성적이고, 그것이 옳은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오히려 가장 이성적이지 못하다.
인물과 행위는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위는 인물에게서 촉발되는 것이다. 이 행위들은 의도와 직접 행동하는 것의 결합으로 나타나는데, 우리는 행위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의도와 행동 모두를 고려한다. 하지만 우리는 행위의 의도를 명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의도를 인물의 됨됨이나 과거 행적 등의 일련의 연속적인 삶을 통해서 추측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삶의 궤적이 '과'에 가깝다면, 아무리 공을 세웠더라도 의심부터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여진다. 미루어 봤을 때, 그 '공'은 우연히 얻어 걸렸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이 주장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일본이 대한제국을 식민지로 삼은 것은 사실이나, 그 덕분에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소리다. 만약, 우리가 공/과를 구분해서 바라보자고 한다면, 우리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찬성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여기에 대해 동의하는 한국 학자들도 상당하다. 뭐가 됐든, 기여했다는 사실은 맞지 않냐는 것이다. '사실'만이라면, 언뜻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만(이것을 사실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다. 모든 것들은 퇴보했고, 착취만을 위한 몇몇 시설 발전이 과연 근대화인가?), 우리는 이것이 결코 옳았다거나, 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근대화에 기여하게 된 것은 소 뒷걸음치다 쥐잡은 격이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착취를 위해 발전시킨 것이, 진정 우리에게 '기여'한 것이라 말할 수 있는가.
인물이든 국가든, 이것과 별개로 행위를 바라보는 것은 이성적이 못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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