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캄의 면도날이라는 말이 있다.
오캄의 면도날이란, 17세기 중세 철학자 오캄의 저서에 등장하는 말로써
'필요하지 않은 많은 경우까지 많은 것을 가정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즉, 적은 수의 논리로 설명이 가능한 경우, 보다 많은 수의 논리를 내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현대에 어떤 이론을 제시할 때 기본 지침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어떤 현상에 대해 사고함에 있어서도 가장 밑바탕으로 삼아야 할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떤 사회현상이나 사건, 사고가 터졌을 때, 우리는 이것에 대한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앞날을 대비한다. 가령 교통사고가 났을 때, 우리는 도로의 문제인지, 자동차의 문제인지, 아니면 둘 다 문제인지 비교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을 밝혀 낸다. 혹은 운전자의 문제였을 수도 있다. 구태여 '강풍이 불어서 날카로운 쇠붙이가 우연히 자동차 바퀴를 긁어 차사고를 냈을 것이다.' 라던가, '외계인이 운전자의 마음은 조정하여 사고를 발생하게 만들었다.' 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교통사고의 기본이 되는 것들, 즉, 자동차와 운전자, 도로 상황을 분석하여 원인을 파악한 후, 그것으로도 원인 규명이 되지 않으면 좀 더 다른 경우까지 가정하여 원인을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원인을 파악함에 있어서 기존 가정들로는 설명이 되지 않고, 그 논리에 문제가 없음이 드러나면, 추후 원인분석에서 제외 시키는 것이 합당하다. 즉, 도로 포장이 잘되어 있었고, 그 시각 결빙문제도 없었으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면, 추후 원인분석에 대한 도로 문제는 제외시키는 것이 합당한 것이다. 굳이 '사고 당시에는 도로에 문제가 있었는데, 조사를 할 때는 도로가 멀쩡해보이도록 외계인이 와서 도로를 고쳐놓았다거나, 사고를 일으킨 비밀요원이 흔적을 지우기 위해 도로를 복구시켰다'는 경우를 가정하면서까지 도로문제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가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에 있어서만큼은 이것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사건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제대로 꼼꼼하게 다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잠수함 격침설이 분명하다고 믿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정당한 반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느냐는 핑계로 이 잠수함설을 포기하려고 하질 않는다. 정당한 논리적 반박이 있을 때는, 그 반박에 대한 논리적 반례가 나오지 않는 이상은, 기존설을 '일단은' 포기하는 것이 맞다. 물론 현실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만의 하나, 수억만분의 일 확률로 사고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적은 확률로 발생한 일도 하나의 원인일 수도 있다고 '가정'의 범주에 넣는다면, 다른 모든 경우의 수를 넣어도 무방할 것이다.
일단은 끄집어내고 나서 원인을 역추적하는 것이 분명할 것이다.
끄집어내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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